‘음저협’ 내부 비리 불거지며 채용 취소

고연봉, 우수한 복리후생으로 인기 직장

공채 지원자들 망연자실 “이례적 상황”

‘방만 경영’ 등 안팎에서 협회 운영 질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2025년 공개 채용 과정 취소 안내 문자. [독자 제공]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2025년 공개 채용 과정 취소 안내 문자. [독자 제공]

[토토사이트 프리미어토토 기자] 국내 최대 저작권 관리 단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내부 비리가 애꿎은 취업준비생들로 불똥이 튀었다. 올해 하반기 공개채용을 시작하고 나서 협회 내부 비리 소식이 알려지자 채용 절차를 취소하면서다. 문제의 임원 2명이 공채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려 불가피하게 취소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음저협 공채에 지원했던 A씨는 문자 한 통을 받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기다렸던 채용이 갑자기 취소됐기 때문이다. 일부 전형이 이미 진행된 상태였는데 돌연 취소됐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A씨가 받은 음저협의 안내 문자에는 “협회 내부 사정으로 인해 이번 공채를 중단한다”며 “지원자의 소중한 시간과 노고에 보답하지 못해 사과한다”고 안내돼 있었다.

음저협은 창작자의 저작권료 징수를 위해 설립된 협회다. 카페나 백화점, 노래방 등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 수익을 징수하고 분배하는 업무를 맡는다. 활동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감독을 받는다.

음저협은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의 성격과 높은 초봉 등으로 일부 취준생 사이에서 선호도가 큰 직장으로 꼽힌다. 음저협의 올해 채용 공고에는 입사 2년 차(군필 기준) 정규직 전환 직군의 연봉 수준이 약 6200~6300만원으로 기재됐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2025년 공개 채용 안내문의 급여조건. [자소설닷컴 캡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2025년 공개 채용 안내문의 급여조건. [자소설닷컴 캡처]

이에 더해 ▷매년 성과급 별도 지급 ▷하계휴가비 별도 지급 ▷연간 400만원 상당 자기 계발비 지원 ▷최신형 태블릿PC 지급 등 복지 프로그램도 우수한 편이다. 이처럼 수준 높은 처우를 바라보고 채용 일정을 기다리던 취준생들은 느닷없는 채용 중단 소식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음저협은 협회 내에서 불거진 고위 임원의 비리 정황이 파악됐다고 알린 후 내부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음저협은 올해 안에 채용을 재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음저협은 지난달 19일 사무처 고위 임원 2명이 외부에 별도 법인을 설립한 뒤 협회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업자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협회는 해당 직원을 보직해임 및 대기발령 조치하고 내부 감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도 최근 협회의 고위 임원 2명을 내사(입건 전 조사)하고 있다.

과거 음저협에서 재직했던 직원은 “재직 기간 동안 공개 채용 과정 자체가 취소되는 건 처음봤다”며 “확실히 이례적인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연합]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연합]

방만경영 등 잡음 이어지는 음저협

음저협에서는 이 밖에도 여러 잡음이 들린다. 사무직인 협회 본부로 입사한 직원을 저작권을 징수하는 현장 직원으로 배치하는 막무가내 인사도 허다했다는 전언이다.

방만 경영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임원 1인당 평균 회의 수당 지급액은 약 2700만원으로 밝혀졌다.

연도별 연간 회의 수당 지급액은 ▷2023년 5억2620만원 ▷2024년 5억3230만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 기준으로는 3억5530만원이 회의 수당으로 지급됐다.

수당이 해마다 늘어나는 건 임원들이 협회 내 위원회에 중복 선임될 수 있는 내부 규정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음저협은 2021년 문체부의 업무 개선 명령에 따라 1인당 최대 참여 가능 위원회 수를 5개 이내로 제한했지만 2년 후인 2023년 이사회에서 관련 규정을 삭제했다.

비영리 사단법인인 음저협은 관리·감독기관인 문체부에 보고하지 않고 관련 규정을 임의로 바꿔 임원들이 협회 산하 위원회에 겹치기로 선임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협회 이사들은 1인당 평균 13개 위원회 회의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음저협 관계자는 이번 공개 채용 취소에 대해 “고위직 비위 행위가 발견돼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비위 행위를 한 고위직이 심사단에 포함됐던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채용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20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