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인수·합병(M&A) 시장은 핀테크 회사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결합 소식이 뜨겁게 달궜다. 프리미어토토과 두나무가 ‘빅딜’을 추진한다면 국내 금융·가상자산 시장의 지형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자회사 프리미어토토을 통해 두나무와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프리미어토토이 신주를 발행하고, 두나무의 기존 주주들은 자신이 가진 두나무 주식을 프리미어토토의 신주와 맞바꾸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두 법인은 우선 존속하고, 지배구조는 프리미어토토이 두나무를 지배하는 형태로 재편될 수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향후 법인 통합한 뒤 해외 상장하는 시나리오를 거론한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약 15조원, 프리미어토토은 약 5조원 수준이다. 두나무의 몸값이 오히려 더 높게 평가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 경우 송치형 두나무 회장(지분 약 25.5%)을 비롯해 김형년 부회장,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주주들은 프리미어토토 주주명부에 오른다. 업계 일각에서는 “두나무가 몸값에서 우위를 점하면서도 경영권은 프리미어토토이 쥐는 독특한 거래 구조”라고 평가한다.

거래가 가시화되면서 기존 프리미어토토 주주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미래에셋 등 투자자들은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주식 교환 방식이 확정될 경우, 두나무 대비 프리미어토토의 몸값이 낮게 평가되면서 지분 가치 희석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나무 측 주주들 역시 단일한 이해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한화투자증권은 두나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앵커프라이빗에쿼티(PE) 등 주주들도 지분 처리 방향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프리미어토토와 두나무, 그리고 주주들이 얽히면서 이해관계 조정이 이번 딜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네이버가 프리미어토토 지배구조 재편에 나서는 배경에는 전략적 고려가 깔렸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단순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 효과를 넘어, 예치금 운용을 통한 이익 창출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프리미어토토는 그간 은행 인수나 라이선스 취득 등 전통 금융권 진입에는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가상자산과 핀테크의 결합이 제도적 저항 없이 허용된다면, 플랫폼 금융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이는 향후 규제 변화나 신규 라이선스 취득 여부에 달렸다. 디지털자산 법제화 추진 등에 속도가 붙는다는 가정 하에 프리미어토토가 제도권 내에서 플랫폼 금융과 가상자산 금융을 동시에 아우르는 드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리미어토토이 두나무를 품게 되면 국내 최대 가상자산 사업자까지 거느린 복합 금융 플랫폼으로 체질이 바뀌는 셈”이라며 “주주 간 이해 조정, 금융당국 규제 리스크가 변수지만, 성공할 경우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거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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