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 역사의 진보, 술이 있어 가능했다?![히어로토토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술 한잔 할래?” 유난히 힘들었던 하루의 끝, 혹은 남녀 간 썸의 언저리 어딘가에 친구나 연인으로부터 듣는 이 말은 어떤 말보다도 달콤하다. 현생 인류가 이 땅에 존재한 150만여 년 전부터 술이 우리의 기분을 들뜨게 하고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 역할을 톡톡히 한 덕이리라. 물론 이성을 흐리게 하고 폭력 성향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어 핍박을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인류의 역사는 술과 함께 고고히 흘러왔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마크 포사이스는 신간 ‘주정뱅이 연대기’에서 인류의 동반자인 술이 사실 우리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는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인간이 술을 만든 이후 술은 때로 폭력을, 때로는 평화를 알선하며 ‘인간 욕망의 모든 것’이 되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긴 시간, 사람들이 어떻게 술에 취했고 그런 상황들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피는 저자의 시각이 신선하다. 저서에
2024.06.13 13:42비즈니스가 된 교회? ‘돈의 관점’으로 보면 역사가 보인다 [히어로토토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세상을 움직인 것은 언제나 돈이었다. 숭고한 신앙심, 국왕에 대한 충성, 신성한 혁명으로 포장됐을 뿐 세계사의 도도한 흐름 뒤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돈에 대한 이해타산이 깔려있었다. 인간은 돈이 되면 뭐든 다 했다.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한 배경에는 교회세를 상납받아 날로 어려워지는 국가재정을 개선해 보려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의도가 숨겨있었다. 14세기에 일어난 아비뇽 유수는 프랑스의 필리프 4세가 교회세를 교황청에 보내지 않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신의 뜻을 내세운 십자군 전쟁 뒤에는 전쟁으로 빼앗은 땅을 나눠주겠다는 교황의 약속이 전제됐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프랑스 대혁명은 불공정한 과세에 대한 불만 때문에 시작됐고, 노예 해방을 외친 미국의 남북전쟁도 값싼 노동력인 흑인 노예들에 대한 경제적 입장 차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강승준 한국은행 감사는 그의 신간 ‘역사는 돈이다’에서 세계사는 냉혹하게 흘러왔고, 그 기저에 가장 큰 동인으
2024.06.13 13:21좋은 직장, 높은 연봉…당신의 인생은, 성공하셨나요? [히어로토토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 비싼 집, 건강…. 고대부터 인생의 성공 혹은 행복의 조건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있어 왔지만, 현대에 이르는 지금까지도 한 가지로 결론이 나진 않는다. 그만큼 인생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고, 그에 걸맞게 대처하며 살아내는 우리네 인생이 복잡 다단하다 보니 삶의 만족이나 행복에 이르는 조건을 하나로 모으기가 힘든 탓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그의 저서 ‘소셜 애니멀’을 통해 인간의 삶이 만족하거나 행복하려면 그의 ‘관계’를 들여다 봐야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높은 지능을 타고 나 명문 대학 졸업장과 좋은 직장을 가지고 풍요로운 삶을 살더라도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없으면 그 삶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인간관계&rsqu
2024.05.30 14:41‘실존주의’ 작가 카프카, 100년전 그는 아버지가 두려웠던 쫄보였나 [히어로토토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체코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죽었다. 그의 나이 마흔. 그런데 그가 스물아홉살에 쓴 소설 ‘변신’은 무려 한 세기 동안 카프카 하면 으레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이 됐다. 어느 날 아침 끔찍한 벌레로 변해버린 소설 속 주인공은 작가가 한 평생 천착한 ‘카프카적 인간’의 전형. 그 인간을 한 마디로 딱 잘라 정의하기란 여전히 어렵지만, 그의 소설을 인상 깊게 읽어본 독자라면 안다. 무방비 상태로 세상에 치여 인간이 고작 이런 것인가 싶어지는 순간, 어렴풋하게, 그러나 동시에 선명해지는 존재의 의미가 바로 카프카적 인간이라는 것을. 내달 3일은 카프카가 타계한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맞아 그의 삶과 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재조명하는 책들이 출간됐다. ‘프란츠 카프카: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도 그중 하나다. ‘위대한 작가’
2024.05.30 14:37‘감성 장인’ 임영웅, ‘영웅시대’를 활짝 열다 [히어로토토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10만여 명의 영웅 시대(임영웅의 팬덤)가 운집한 이곳은 궂은 날씨에도 열기가 후끈했다. 임영웅이 이날 3시간 여 동안 게스트도 없이 ‘온기’, ‘홈’ 등 신곡은 물론, "바램'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사랑은 늘 도망가’ 등 커버곡까지 열창한 덕이다. 이에 화답하듯 영웅시대도 떼창으로 그의 첫 스타디움 공연에 호응했다. 팬덤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된 가수 임영웅의 성공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이다. 대중문화 전문기자로서 24년을 활동한 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는 신간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감성 장인 임영웅의 힘’에서 그를 이수만·방시혁·박진영·양현석 등 4대 연예기획사 수장들에 버금가는 ‘K-팝 이노베이터(혁신가)’라고 평
2024.05.29 16:43“어쩌면 시 쓰기가 멈춰지지 않아서”…‘여든’ 나태주 시인의 봄볕같은 고백 [히어로토토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란 구절로 유명한 ‘풀꽃 시인’ 나태주(80)의 52번째 창작 시집이 나왔다. 어느덧 여든에 접어든 ‘인간’ 나태주가 되짚어보는 시(詩)와 삶을 주제로 한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다. 나 시인은 우리 곁의 작고 여린 존재를 감각해왔다. 이를 보여주듯 이번 시집에도 애정이 깃든 시인만의 섬세한 시선이 담겼다. 무엇보다 하루하루 힘껏 살아내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온기 어린 위로가 봄볕처럼 따스하다. 그의 시를 찬찬히 읽다 보면 마치 오래된 내 집처럼 안온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그렇게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열리면, 넋 놓고 앉아 시인이 써 내려간 시구를 곱씹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이번 시집에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쓴 시 178편이 실렸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후 1
2024.05.29 16:38‘이생망’인 줄 알았던 청춘들의 삶, 그래도 '희망'은 있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대학에 가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군데에 다녀오면, 어엿한 직장인이 되면, (중략) 그땐 진짜 어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거쳐온 지금, 나오는 자신이 진짜 어른인지 알 수 없었다.”(이희영 작가 신간 ‘셰이커’ 中)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좀 멋지고 폼나는 어른이 되고 싶어 뭐든 최선을 다했는데…. 남은 건 학자금 대출과 잃어버린 친구, 번아웃(Burn-out,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피로로 모든 일에 흥미를 잃어버린 상태)으로 너덜너덜해진 나 자신 뿐이다. 소설 속 청춘들도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조경란 작가의 중편 ‘움직임’(2024년 개정판)의 이경이는 유일한 혈육인 엄마를 떠나보내고 혼자 남겨진 게 싫어 왕래도 없던 외가에서 무관심 속에 시간을 견뎌낸다. 김호
2024.05.15 08:06日 셰익스피어가 써 내려간 ‘이상야릇한 이야기’ [히어로토토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난 곧 죽을 거예요. (중략) 제가 죽으면 묻어주세요. 큰 진주조개로 구덩이를 파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 조각을 묘비에 놓아주세요. 그런 다음 무덤 옆에서 기다리세요. 다시 만나러 올 테니.” (‘열흘 밤의 꿈’ 중) 근대 일본을 대표하는 문호이자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1867~1916)의 작품 열세 편이 ‘기담’이라는 키워드로 묶였다. 기담의 사전적 정의는 ‘이상야릇하고 재밌는 이야기’다. 38세라는 늦은 나이에 작가로 등단한 그가 알고 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괴기환상문학 작가”라는 게 작품집을 엮은 일본 문학평론가 히가시 마사오의 평이다. 소세키는 우리가 잘 알던 세계가 조금씩 어그러지는 순간을 은밀하게 포착해 작품에 녹여냈다. 작가가 그리는 미지의 세계에 유령이나 요괴가 불쑥 나타나진 않는다. 그런데 상상과 현실이 기묘하
2024.05.15 08:04“왜 너는 진보고, 나는 보수지?…유전자가 달라서 그래” [히어로토토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인간은 오직 번식을 위한 ‘유전자 운반자’다.” 48년 전 리처드 도킨스가 자신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밝힌 이 주장은 과학계는 물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인간이 유전자를 매개하는 기계로 전락했으니, 후폭풍은 너무나 컸다. 이런 시선으로 보면, 사랑도 순수하고 고귀한 게 아니라 그저 유전자를 잘 번식시키기 위한 진화 전략이다. 아기와 유대 관계가 깊어질수록 이른바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더 많이 분비되는 엄마의 상태를 보면, 사랑은 상대방을 위한 희생적 감정이 아니라 자기 만족 기제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어떨까. 정치적 극한 대립과 사회 부조리 등 온갖 불행의 대물림도 철저하게 이기적인 유전자가 초래한 결과라면 말이다. 유전학자인 최정균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그의 신간 ‘유전자 지배 사회’를
2024.05.15 08:02동화속 공주를 납치해간 건 용이 아니었다?![히어로토토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동화 속 공주들은 대체로 계모가 나타나거나 용이나 마녀에게 납치되거나, 혹은 계모가 사주한 사람에게 납치된 후 숲 속에 버려지거나 제물로 바쳐지면서 역경이 시작된다. 보통 동화들이 수백~수천년 간 구전으로 내려온 이야기들의 총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에세이스트 조이 박은 신간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에서 “인간은 창작할 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기존의 이미지를 가져와 새롭게 구성하고 조직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옛 이야기라 요즘 감성에 맞지 않은 동화를 아이들에게 계속 읽어줘야 할까. 저자는 “동화는 옛 이야기이면서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이야기”라고 단언한다. 오랜 세월 사랑 받아온 동화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내면에 새겨진 길을 찾아 성장할 수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04.25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