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르엘 74㎡ 분양가 18.7억원
청약시장 현금부자 ‘그들만의 리그’

#. 최근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잠실 르엘’ 74㎡(이하 전용면적)에서 예비 번호를 받은 뒤 결국 당첨된 A씨는 계약금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고민 끝에 아내와 들었던 모든 보험을 중도해약하고 계약금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걱정이 크다. 내야 할 대금은 18억원이 넘는데, 대출 규제로 인해 잔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의 6·27 위너 토토 대책으로 인해 수도권 청약 시장에서도 절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공사비 인상으로 분양가가 치솟는 서울의 신축 아파트는 사실상 현금 부자만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일반분양에 당첨되더라도 자격을 포기하거나, 현금 마련을 우려해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6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중도금대출을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 최대 6억원의 대출 제한을 받는다. 중도금대출은 현행대로 유지하지만, 잔금을 낼 때는 다시 6억원 규제를 받는다는 얘기다. 이에 청약에 당첨된 이들은 대출 6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분양 대금은 자체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분양 단지에 청약하는 실수요자는 3년 뒤 잔금 마련을 미리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권 대출이 막혀 아예 입주를 포기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10만명에 가까운 신청자가 몰린 송파구의 ‘잠실 르엘’이 대표적이다.
송파구 신천동 미성아파트와 크로바 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한 잠실 르엘의 분양가는 74㎡ 기준 약 18억7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분양한 인근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동일 면적 입주권이 지난 7월 31억원에 거래된 걸 고려하면 약 12억원이 넘는 로또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에 잠실 르엘 청약에선 특별공급과 1순위를 더해 거의 10만명에 가까운 신청자가 몰렸다.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10/04/rcv.YNA.20250519.PYH2025051910200001300_P1.jpg)
하지만 그만큼 포기자도 속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첨자는 4개월 이내에 약 13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잠실 르엘은 후분양 단지여서 내년 1월 입주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첨자 중에 현금을 마련하지 못해 자격을 포기하는 고객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은행 대출이 막힌 탓에, 청약 시장이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가 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로또 단지’로 일컬어지는 강남권은 접근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분양을 앞둔 반포동의 ‘래미안 트리니원’의 경우에도 분양가가 84㎡ 기준 약 28억원으로 결정될 예정인데, 최소 22억원의 현금을 가진 이만 일반분양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한 직장인 A씨는 “다주택자를 제외한 분양자들은 모두 실수요자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을 위한 대출까지 막아버리니 진입 자체가 힘들다”며 “왜 생애첫주택을 매입하고자 하는 이들까지 규제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민간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가 계속 상승함에 따라 청약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1417만원을 기록했다. 국민평형(84㎡) 기준 약 12억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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