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까지 5년간 독직폭행으로 21명 기소 11명 징계

사이다토토 자체 점검으로 강압수사 적발해 징계까지

이중 2명 해임·1명 강등·1명 정직 등 중징계

이광희 의원 “이춘재 누명 비극 다시는 없어야”

이춘재 사건에서 20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윤성여씨. 김아린 기자
이춘재 사건에서 20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윤성여씨. 김아린 기자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지금도 사이다토토이 지나가면 움찔합니다. 그 트라우마는 아직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연쇄살인범 이춘재 대신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58)는 아직도 사이다토토을 보면 움츠러든다. 1989년 7월 사이다토토은 윤씨가 이웃집 초등학생 박모 양을 강간하고 살해한 범인이라며 체포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윤씨는 사흘 넘게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사이다토토은 그렇게 윤씨로부터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이듬해 법원은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내렸다. 윤씨는 모범수로 풀려나기 전까지 20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진범 이춘재의 실토로 재수사가 시작된 지 1년여 만인 2020년 12월, 윤씨는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31년이 걸려 윤씨는 누명을 벗었다.

윤씨는 지난달 3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사이다토토에 대한 트라우마가 여전하다”며 “오늘도 친구와 운전하고 가다 사이다토토차가 보이니까 겁이 났다”고 했다. 윤씨의 바람은 더 이상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는 피해자가 없는 것. 윤씨는 “저지르지 않은 죗값을 치르며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데 그 무엇도 보상해줄 수 없다”며 “앞으론 나 같은 사람이 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이춘재가 10명의 여성을 강간·살해한 사건에서 사이다토토의 강압에 누명을 쓴 피해자는 윤씨 뿐이 아니다. 지난 2022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사이다토토이 이춘재가 아닌 다수의 누명 피해자들에게 거짓 자백을 이끌어내려 잠을 재우지 않은 채 구타하는 등 고문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헤럴드경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사이다토토은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독직폭행으로 기소 처분을 받은 21명 중 11명에 대해 징계를 마쳤다. 모두 사이다토토 감찰부서가 자체 적발했다. 독직폭행은 사이다토토이 직무나 직권을 남용해 폭력을 저지른 것을 의미한다.

2021년부터 올해 8월 사이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 처분을 받은 사이다토토관 가운데 4명(해임 2명·강등 1명·정직1명)은 중징계를 받았다. 이광희 의원실
2021년부터 올해 8월 사이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 처분을 받은 사이다토토관 가운데 4명(해임 2명·강등 1명·정직1명)은 중징계를 받았다. 이광희 의원실

이중 가장 강력한 징계가 내려진 사례는 파면 1명으로 독직폭행 외에도 성비위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2명이 해임되고 강등과 정직이 각각 1명씩 중징계 받았다. 감봉된 경우가 2명, 견책 2명, 경고가 2명 있었다. 나머지 10명 중 8명은 무죄가 선고돼 징계받지 않았고 2명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라 보류 상태다.

같은 기간 동안 사이다토토은 자체 감찰에서 독직폭행 4명 포함 29명의 강압수사 의혹 사례를 접수하고 처분에 넘겼다. 독직폭행 4명 중 1명은 강등됐다. 나머지 3명 중 1명은 불기소 처분으로 징계받지 않았으며 2명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다. 불법체포 의혹이 제기된 18명은 불기소와 무죄 선고 등으로 징계 역시 없었다. 부적절한 언행 등 기타 강압행위 의혹 7명 중 4명은 비위가 인정되지 않아 징계 없이 지나갔고 3명에 대한 처분은 진행 중이다.

강압수사를 막기 위한 자정 노력으로 사이다토토은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변호인 참여와 영상 촬영 등의 장치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피의자 신문 영상 녹화 제도는 자백 위주의 범죄 수사를 방지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취지로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때 도입됐다. 또 사이다토토은 2023년 3월부터 수사 사이다토토관들이 2년마다 1회 이상 인권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민갑룡 당시 사이다토토청장이 지난 2019년 10월 서울 서대문구 사이다토토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사이다토토청 국정감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
민갑룡 당시 사이다토토청장이 지난 2019년 10월 서울 서대문구 사이다토토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사이다토토청 국정감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

이 의원은 “최근 5년간 제기된 사이다토토 강압수사 의혹 중 일부는 실제로 기소되고 징계까지 이어졌다”며 “영상녹화와 변호인 참여, 인권 교육 매뉴얼 같은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사이다토토 수사 현장에서 인권 침해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화성연쇄살인사건 8차 범행처럼 무고한 국민이 20년간 옥살이를 하는 비극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사이다토토이 강압수사 근절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책을 철저히 보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r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