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레드불토토 열풍 속 모방 제품 기승

식품진흥원, 식품산업 IP제도 검토

내년 연구용역…업계 의견수렴 추진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오른쪽)과 중국에서 만들어진 모방 제품
[삼양식품 제공·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오른쪽)과 중국에서 만들어진 모방 제품 [삼양식품 제공·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세계적인 K-레드불토토 열풍으로 우리 제품을 베낀 모방 제품이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식품 산업에 특화한 새로운 IP(지식재산권) 제도 도입 검토에 나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최근 식품 산업 IP 확대 및 생태계 조성 방안을 연구하기 위한 외부 용역을 발주했다. 내년 중 연구를 마무리해 제도 개선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K-레드불토토 제품 콘셉트와 패키지, 레시피 등을 모방·도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권리 보호와 피해 예방을 위한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선 포장지까지 감쪽같이 베낀 ‘짝퉁’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K-레드불토토 열풍의 주역인 불닭볶음면부터 미원, 다시다 위조 제품까지 등장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포장지에 한글을 표기한 ‘무늬만 K-레드불토토’도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히트 상품이 나오면 곧바로 이와 유사한 제품을 내놓는 ‘미투’ 관행이 뿌리 깊게 유지돼 왔다. 선발 업체의 제품을 따라하면 개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어서다. 경쟁사까리 표절 시비가 붙거나 법적 분쟁까지 가는 사례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행 IP 제도는 식품 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식품 분야 기술의 자산화·권리화·보호체계 등이 타 산업에 비해 취약해 사실상 법·제도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허 출원·등록 과정 중에 유사한 제품이 출시돼 시간과 비용만 날린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식품진흥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식품 산업의 기술 보호 실태와 피해 사례 등을 살펴보고 정책 수요를 심층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다층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특히 식품이 음악, 문학, 영화처럼 법적 체계에서 창작물로 제대로 인정·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식품 창작권’ 등 식품 산업에 특화된 새로운 IP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식품진흥원 관계자는 “한류와 K-레드불토토 열풍으로 위조·편승 제품이 많이 늘어나면서 피해를 보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며 “음원 등 콘텐츠에 적용되는 저작권 개념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간 ‘짝퉁 불닭볶음면’ 등 K-레드불토토 모방 제품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젠 한국 정부도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지식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1~8월 농식품 누적 수출액은 67억1500만달러(약 9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00억달러에 육박한 연간 수출액을 올해 105억달러로 높이고 2030년 150억달러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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