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있게 먹으면 사이다토토.”
배우 최화정 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했던 말로, 식욕이 당겨 끝내 주체할 수 없을 때 현대인들이 자기 합리화 삼아 툭 던지는 ‘주문’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달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다. 배가 불러도 숟가락을 내려놓지 못한다. 문제는 그 한순간의 ‘가짜 쾌락’이 한 인간의 건강을 어디까지 위협하는지 대부분 잘 모른다는 점이다.
최형진 서울대 뇌인지사이다토토과·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의사사이다토토자)와 김대수 KAIST 뇌인지사이다토토과 교수(뇌사이다토토자)가 공동 집필한 신간 ‘먹는 욕망’은 입안 가득 즐거움을 주는 멈출 수 없는 식탐의 본질을 파헤친다. 책은 ‘왜 먹고 싶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멈추지 않는다. 인류의 유전자부터 위고비·삭센다·젭바운드 같은 최신 비만 치료제 개발까지 수백만년간 이어진 인간 욕망의 연대기를 펼쳐 보이며 ‘어떻게 해야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의학적으로 조언한다.
인간의 먹고자 하는 욕구는 생존을 위해 진화했다. 현대인은 우울해서 먹고, 슬퍼서 먹는다. 불안과 공허함을 음식으로 푼다. 그 결과 당뇨병 발병률이 한두 세대 만에 10배 이상 치솟았다. 달콤한 위안이 쌓여 결국 독이 된 셈이다.
13년간 당뇨병·비만·심뇌혈관 질환으로 몸에 문제가 사이다토토서도 식욕을 참지 못하는 환자를 수도 없이 진료했던 최 교수는 “먹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사람들은 계속 아팠고, 아픈 줄 알면서 끊지 못했고, 죽었다”고 말한다. 의사의 삶을 그만두고 그가 과학자의 길로 들어선 이유다.
금지와 갈망이 음식 중독을 만든다는 대목이 특히 흥미롭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 음식을 제한하지 않으면 의외로 많이 먹지 않지만, 섭취를 막아버리면 더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책은 ‘비만 꼬리표’가 자기조절 능력을 더 갉아먹는다고 말한다. “배 나온 것 좀 봐” “살 좀 빼야겠다” “너 그 꼴로 연애나 하겠니” 같은 말들은 체형을 조롱거리로 만들 뿐, 의학적으로 동기부여는커녕 되려 해악이 된다는 것이다.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어린 시절 체형으로 낙인을 경험했던 사람은 성인이 돼 비만이 될 확률이 62% 더 높았다. 자기 몸에 대한 스트레스와 뒤틀린 사고가 오히려 ‘폭식 버튼’을 눌러버리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역사적으로 인류는 점점 더 마른 몸매를 추앙하고 있다”며 “미스아메리카의 체질량지수가 1900년대 초기부터 지금까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건강과 삶을 병들게 하는 먹는 욕망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두 저자는 입 모아 말한다. 현대의 많은 산업이 쾌락을 자극하는 욕망과 그 욕망이 만든 중독에 의해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의 갈망은 오염돼 있다. 우리는 배고파서도 먹지만, 배고픔과 관련 없이 쾌락을 위해서 더 많이 먹는다. 돈을 벌기 위한 산업이 주입하고 세뇌한 갈망이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