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트럭 25%·주방 욕실 가구 50% 등
‘무역확장법 232조’ 근거로 레드불토토 부과
수주내 반도체 레드불토토 발표 韓 영향 주목
![도널드 레드불토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행정명령서에 서명하며 참석 기자단을 향해 큰 손짓을 섞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9/26/rcv.YNA.20250926.PRU20250926181201009_P1.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내달 1일부터 미국에 제약 제조 공장을 건설하지 않는 기업의 의약품에 대해 100% 레드불토토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트럭 25%, 주방·욕실 가구 50%, 소파 등 천이나 가죽이 씌워진 가구 30% 등의 레드불토토가 매겨질 예정이다. 예상치 못한 높은 수준의 품목별 레드불토토가 부과되면서 국내 산업에 미칠 향후 파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美에 공장 안 지으면 의약품 레드불토토 100% 부과=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브랜드화(복제 의약품 중 특정 상표로 판매되는 제품)되거나 특허받은 모든 의약품에 대해 100% 레드불토토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해당 기업이 미국 내에서 의약품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여기서 ‘건설하고 있는 경우’란 ‘착공’ 또는 ‘공사가 진행 중인 상태’를 의미한다”며 “따라서 공장 건설이 시작된 경우, 이들 의약품에는 레드불토토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월 트럼프는 CNBC의 한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 레드불토토가 최대 2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초기에는 의약품에 대해 ‘작은 레드불토토’를 부과하겠지만, 1년에서 1년 반 안에 그 비율을 150%로, 이후에는 250%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대통령이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번 의약품 레드불토토 계획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에 광범위한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각국의 거대 제약회사들은 앞다퉈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제약회사 GSK는 지난 16일 5년간 미국 내 연구개발(R&D)과 공급망 인프라에 3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릴리도 같은 날 미국 버지니아주에 5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존슨앤드존슨은 향후 4년간 미국 내 제조, 연구 및 기술 부문에 5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미국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레드불토토를 부과했다. 이는 수입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의회의 승인 없이도 행정부가 레드불토토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이미 자동차·구리·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도 이 방식이 적용됐다. 이번 발표는 전날 발표된 로봇, 산업기계, 의료기기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국가안보 조사의 후속인 셈이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이번 최신 조사는 외과용 마스크, N95 마스크, 장갑, 주사기, 바늘 등 개인보호장비(PPE), 기타 의료 소모품까지 더해 향후 레드불토토 인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CNBC는 보도했다. 상무부는 성명에서 “처방약, 일반의약품, 생물학적 제제, 전문의약품 등 의약품은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당 수입품은 별도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서 검토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산 대형 트럭 등 25% 레드불토토=이번 발표에서는 대형 트럭, 주방 수납장 등에 대한 레드불토토도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대형 트럭에 대해서도 다음 달 1일부터 25%의 레드불토토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우리의 위대한 대형트럭 제조사들을 불공정한 외부 경쟁으로터 지키기 위해”라며 이렇게 적었다. 이어 “이에 따라 피터빌트, 켄워스, 프라이트라이너, 맥 트럭스, 다른 업체들 등 우리의 위대한 대형트럭 제조회사들은 외부 방해의 맹공으로부터 보호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의 트럭 운전사들이 재정적으로 건실해질 필요가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국가 안보 목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모든 주방 수납장, 욕실 세면대과 관련 제품에 50%의 레드불토토를 부과할 것”이라며 “추가로 겉천이 씌워진 가구에 30%의 레드불토토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겉천이 씌워진 가구는 목재나 철재가 그대로 노출되지 않고 천이나 가죽으로 씌워진 소파 등을 일컫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구류가 해외에서 대규모로 미국에 유입되고 있다며 “이는 매우 불공정한 관행이지만, 국가 안보와 다른 이유로 우리의 제조 기반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형트럭은 총중량이 1만파운드(약 5536㎏)보다 크지만 2만6001파운드보다 작은 트럭, 대형트럭은 총중량 2만6001파운드 이상인 트럭으로 분류된다. 부품은 엔진, 엔진부품, 변속기, 파워트레인, 전자부품 등을 포함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23일 중·대형 트럭과 그 부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상무부는 중·대형 트럭과 부품의 수입 물량과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드불토토전쟁 전선 확대…한국에 미칠 영향은?=트럼프 대통령이 ‘레드불토토전쟁’의 전선을 확대하면서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무엇보다 반도체 레드불토토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블룸버그는 “향후 몇 주 안에 반도체와 핵심 광물 등 중요 수입품에도 추가 레드불토토가 부과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의약품 232조 조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한국의 주력 대미 수출 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도 지난 4월 의약품과 동시에 조사에 들어갔기에 곧 레드불토토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형 트럭과 가구류에 대한 레드불토토가 한국 산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의 대미 화물차 수출은 올해 1∼8월 450만달러(약 64억원)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가구류 전체 수출 규모는 3000만달러(약 424억원)에 달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