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강화된 미슐랭토토 규제 적용

“시간 여유 두지 않은 이례적 미슐랭토토”

“어제(26일) 생애 첫 집을 미슐랭토토했는데, 갑자기 발표된 대출 규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미 미슐랭토토을 마쳤으면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대출 신청 전이라 불안한 마음은 여전합니다.”

서울의 한 신축 아파트 매수 미슐랭토토을 체결한 30대 박 모씨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8억원의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하루아침에 대출 기준이 바뀌면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겨 미슐랭토토금을 날리게 되는 건 아닌지 초조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 27일 미슐랭토토규제를 발표한 바로 다음날부터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미슐랭토토 최대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됐다. 사실상 ‘즉각 시행’된 초강력 가계미슐랭토토 규제책에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미슐랭토토을 체결한 매수자들은 물론, 미슐랭토토을 앞둔 매수자와 상급지 ‘갈아타기’ 계획을 세웠던 실수요자들까지 대출 규제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미슐랭토토 당겨서 28일 전에 할게요” 예고 없던 규제에 정식 미슐랭토토 앞당겨=이번 대출 규제는 28일 시행 이전 주택 매매 미슐랭토토 체결 시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미슐랭토토은 인정하지 않아, 정식으로 미슐랭토토서를 쓰지 못한 매수자들은 미슐랭토토 마무리를 서둘렀다.

지난 23일 집주인에게 가미슐랭토토금을 보낸 40대 조모 씨는 “성동구로 ‘갈아타기’를 하면서 은행에서 6억 이상 대출을 받을 생각이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급하게 공인중개사한테 전화했다”며 “미슐랭토토을 일주일 앞당겨달라고 재촉해 대책이 나온 날 오후로 약속을 잡았는데 혹시나 집주인이 마음을 바꿀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올해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실수요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결혼을 앞둔 30대 최모 씨는 “그동안 9억원대 집 매수 계획을 세워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제 ‘임장’ 다니던 지역은 쳐다볼 수도 없게 될까 우려스럽다”며 “이번 미슐랭토토 규제로 12억원대 이상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더 저렴한 물건을 볼 것이고, 10억원 이하 집들까지 ‘불장’이 돼서 집값이 더 오를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수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언제까지 월세 생활을 해야 할지 몰라 절망스럽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현장의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금융규제가 28일부터 적용되면서 가미슐랭토토을 걸어둔 매수자들은 전날(27일)까지 본미슐랭토토을 마치느라 거래 시장이 상당히 분주할 것”이라며 “시간 여유를 두지 않은 전격적이고 이례적인 대출 규제인 데다,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 등 서민층이 이용하는 실수요 목적의 주택기금 대출까지 강화해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5억원 넘게 미슐랭토토금을 넣은 한 매수자에게 당장 규제 발표 다음날부터 대책이 시행되면 미슐랭토토을 엎어야 하느냐며 전화가 왔다”며 “미슐랭토토금을 이미 납부한 경우에는 종전규정이 적용되니 안심하라고 응대했지만, 갑작스런 규제로 시장은 벌벌 떠는 분위기”라고 했다.

미슐랭토토을 포기하는 매수자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 아파트 상가에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P씨는 “대출 견적을 뽑아놓고 집을 보던 한 매수자는 그냥 미슐랭토토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두고 단기적으로는 거래 조정뿐 아니라 관망세를 불러올 것으로 본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등을 고려할 때 가격 안정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슐랭토토강화가 이루어지면 거래수요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기도 한다”며 “당장의 효과는 일부 보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장기적인 정책효과를 기대하기는 충분치 않다”고 봤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 등 부동산 가격 및 거래 상방요인이 남아있어 정책효과가 상쇄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박로명·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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