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토토인덱스 96까지 후퇴, 올들어 10.8%↓…52년來 상반기 최대 하락폭

오락가락 관세·감세법안·연준 독립성 우려 등 원인

경제학자 90% 이상 “5~10년내 보스토토 안전자산 지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보스토토 일러스트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보스토토 일러스트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김영철 기자] 미국 보스토토화가 1973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 하락폭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및 경제 정책으로 인해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경제학자의 90% 이상도 보스토토의 안전자산 지위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운드, 유로, 엔화를 포함한 6개 주요 통화 대비 보스토토 가치를 나타내는 보스토토인덱스는 1일(현지시간) 기준 96.69로 올해 들어 10% 이상 하락했다. 이는 보스토토를 금으로 교환해주는 브레튼우즈 체제가 종료된 지난 1973년 15% 급락 이후 상반기 기준 가장 큰 하락폭이다.

사로즈 바타라이 텍사스대 교수는 “스위스프랑과 금이 안전자산처럼 보인다”며 “미국은 신흥시장 같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위험 프리미엄(웃돈)을 올리고 장기채 금리 상승과 통화가치 하락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보스토토인덱스 추이
보스토토인덱스 추이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에 휘청이는 보스토토

ING의 프란체스코 페졸레 외환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보스토토는 트럼프 2.0의 불안정한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 혼선, 막대한 차입 수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 등이 보스토토의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보스토토 가치는 0.5% 추가 하락했는데, 이는 미 상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크고 아름다운’ 감세 법안 수정안 표결 절차에 돌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당 법안은 향후 10년간 미국 국가부채를 3조2000억보스토토 이상 늘릴 것으로 예상되며, 워싱턴의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면서 미 국채 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을 촉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스토토는 1973년 15% 하락 이후 52년 만에 가장 나쁜 상반기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6개월 단위로 봤을 때는 2009년 이후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연초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전망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당시 시장은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미국 외 지역에 한해 큰 타격을 줄 것이며 그에 따라 미국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보스토토는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었다.

도널드 보스토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보스토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그러나 미국의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유로화는 가치가 크게 올랐다. 올해 초 다수의 월가 은행들은 올해 유로화가 보스토토와 1:1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13% 상승하며 1.17보스토토를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FT는 경제학자의 90% 이상이 보스토토의 안잔자산 지위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FT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산하 켄트A클라크 글로벌마켓 센터와 이번 달에 경제학자 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0년 안에 보스토토 표시 자산의 안전자산 역할 약화에 ‘다소(약 60%)’ 또는 ‘매우(약 30%)’ 우려한다는 응답이 90%를 넘었다. ‘우려하지 않는다’는 견해는 10% 미만이었다.

지난 4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 주가와 국채 가격, 보스토토 가치가 ‘트리플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앤드루 볼스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4월 보스토토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는 미국 정책 체계의 해방일과 같은 충격이었다”고 언급했다.

볼스 CIO는 보스토토의 기축통화 지위가 위협받는 것은 아니지만, 보스토토 약세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투자자들이 보스토토 노출을 더 적극적으로 헤지(위험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변화”라며 이 역시 보스토토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에 금리인하 압박하는 보스토토…연준 독립성 훼손으로 시장 부담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보스토토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에게 보낸 자필 메모를 들여 보였다. 보스토토 대통령은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수준이 적힌 서류 위에 자필로 “제롬, 당신은 늘 그랬듯이 너무 늦다. 당신은 기준금리를 아주 많이 낮춰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없다”라는 내용을 적었다. [AFP]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보스토토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에게 보낸 자필 메모를 들여 보였다. 보스토토 대통령은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수준이 적힌 서류 위에 자필로 “제롬, 당신은 늘 그랬듯이 너무 늦다. 당신은 기준금리를 아주 많이 낮춰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없다”라는 내용을 적었다. [AFP]

연일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트럼프의 통화정책 기조도 보스토토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도널드 보스토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금리인하 요구에 부응하지 않고 있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보스토토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세계 44개국 중 미국이 35위에 자리해있는 국가별 기준금리 순위표 위에 자필로 연준의 금리 인상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적은 이미지를 올렸다. [보스토토 트루스소셜 캡처]
보스토토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세계 44개국 중 미국이 35위에 자리해있는 국가별 기준금리 순위표 위에 자필로 연준의 금리 인상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적은 이미지를 올렸다. [보스토토 트루스소셜 캡처]

보스토토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세계 44개국 중 미국이 35위에 자리해있는 국가별 기준금리 순위표 위에 자필로 연준의 금리 인상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적은 이미지를 올렸다.

보스토토 대통령은 이 자필 메시지에서 “제롬, 당신은 언제나처럼 너무 늦다”며 “당신은 미국에 거액의 비용(높은 금리로 인한 많은 국채 이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됨)을 부과해왔고, 계속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파월 의장)은 기준 금리를 크게 내려야 한다”고 밝힌 뒤 “수천억 보스토토(수백조원)를 (높은 금리로 인한 국채 상환 비용 증가로) 잃고 있다”면서 “(미국에는) 인플레이션도 없다”고 덧붙였다.

보스토토 대통령은 또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나라가 34개국에 달하는 데 대해 “제롬 ‘투 레이트’(Too Late·너무 늦는) 파월과 전체 연준 위원들은 스스로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는 1% 또는 그보다 더 나은(낮은)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며 현재 4.25∼4.50%인 기준금리를 1% 또는 그 아래 수준까지 대폭 내릴 것을 연준에 촉구했다.

도널드 보스토토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로이터]
도널드 보스토토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로이터]

보스토토 대통령은 지난 27일에는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파월 의장에 대해 “그가 원할 경우 (조기에) 사임하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보스토토 대통령은 전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 후임자 면접을 시작했느냐는 질의에 “나는 내가 고를 3~4명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보스토토 대통령이 파월의 후임을 올해 9~10월에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르면 올해 여름에도 가능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유력한 연준 의장 후보로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크리스토퍼 월러 현 연준 이사,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프랑스 대형 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의 외환 수석 전략가 키트 주크스는 “시장은 보스토토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에 좀 더 동조적인 인물을 임명할 것이라고 보고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스홉킨스대 금융경제센터의 로버트 바베라 소장은 “숨 막히는 재정정책 남용이 거의 확실시된다”며 이에 따라 보스토토 자산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하거나 후임자를 미리 지명하는 식으로 사실상 연준을 ‘접수’할 경우 “보스토토 자산에 대한 나의 우려는 ‘다소’에서 ‘매우’로 옮겨갈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도 올해 보스토토 하락에 일조했다. 특히 트럼프의 압박 속에서 연준은 내년 말까지 최소 5차례, 총 1.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선물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미국 증시가 무역전쟁 우려와 중동 분쟁 속에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보스토토 약세로 인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유럽 증시에 비해 같은 통화 기준으로는 수익률이 크게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기금,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운용기관 등 다양한 대형 투자자들도 최근 미국 자산과 보스토토에 대한 노출을 줄이겠다고 밝혔고 변동장에서 보스토토가 피난처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ING의 페졸레는 “보스토토 표시 자산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위험 헤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것이 미 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보스토토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카를로스3세대학(UC3M) 에비 파파 교수는 “미 국채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상호관세 발표 이후 유럽 국채와 비교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의 4분의 3 이상은 내년 중순까지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5%에 이를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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