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충북 제천시 토토사이트 마초, 정방사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명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사찰들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산에 오르고 절을 찾습니다. 헤럴드경제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충북 제천시 토토사이트 마초 전경
충북 제천시 토토사이트 마초 전경

“월악산 영봉 위로 달이 뜨고, 이 달빛이 물에 비치고 나면 30년 후에 여자 임금이 나타나고, 그 뒤 3~4년 후에 통일이 된다.”

우리나라 근현대 최고의 학승(學僧)이며 예언가로도 불린 탄허스님(1913~1983년)이 1975년 토토사이트 마초를 방문했을 때 했던 이야기라고 한다. 1983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월악산 달빛이 물에 비치기 시작했고 30년 뒤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해 탄허스님의 예언이 현실이 되는 듯했지만 통일은 아직도 요원하다.

주 봉우리가 신령스러운 봉우리라 해 영봉(靈峯)이라고 불리는데 주봉(主峯)이 영봉인 산은 백두산과 월악산뿐이라고 했는데, 백두산 영봉은 김일성 시대에 장군봉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니 지금은 월악산 영봉이 유일하다.

국립공원인 월악산(月岳山, 1095m)은 ‘산꼭대기에 달(月)이 걸리는 산’이라 해 이름 붙여졌으며 후백제의 견훤은 이곳에 궁궐을 지으려다 무산됐고, 고려 태조 왕건도 월악산 아래에 도읍지 건설을 고려했다고 한다. 월악산은 넓게 보면 충북 충주, 단양, 경북 문경에도 걸쳐있지만 대부분이 충북 제천 남부지역에 있는 산이다.

13만 여명이 거주하는 제천시(市)임에도 필자에겐 다소 생소한 곳이다. 빼어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자연치유 도시’라는 슬로건까지 내걸고 있으니 깊은 산속 같은 느낌도 있고 강원도와 인접한 내륙 깊숙한 곳에 있어 접근이 어려워서였는지 모르겠다.

충주호(청풍호)
충주호(청풍호)

북쪽으론 감악산(945m), 천둥산(807m), 용두산(870m), 구악산(971m) 등이 감싸고 동쪽엔 금수산(1015m) 남쪽에 월악산(1097m) 등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중간에 충주호(청풍호)를 두고 있으니 ‘빼어난 자연환경의 도시’라 할만했다. 월악산, 금수산, 청풍호의 빼어난 경치뿐만 아니라 ‘울고 넘는 박달재’와 가장 오래된 저수지 ‘의림지’ 등 또 다른 자연 풍광도 유명세가 있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 선생이 모습을 보고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 해 이름 붙여진 금수산(錦繡山)에 있는 신선봉(845m) 절벽 아래 청풍호와 월악산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명당 자리에 ‘정방사’라는 고찰이 있다. 해발 675m 지점에 있는 법당 뒤로 의상대라 불리는 거대한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법당 앞에서 바라보는 월악산 능선과 청풍호는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명산(名山) 월악산 중턱에는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와 덕주 공주가 망국의 설움을 달랬다는 전설을 간직한 마애불이 있고 그 아랫녘에 ‘토토사이트 마초’가 자리하고 있다. 정방사와 토토사이트 마초는 대한불교조계종 5교구 본사인 법주사(法住寺)의 말사들이다. 역사와 풍광이 넘쳐나는 제천으로 달려간다.

천혜비경 금수산 정방사

금수산 얼음골 표지판
금수산 얼음골 표지판

금수산 신선봉을 지붕처럼 이고 있는 정방사(淨芳寺)는 제천시 수산면의 능강계곡 입구 능강교에서 2㎞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능강계곡은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나는 곳이라 해 ‘한여름의 신비 금수산 얼음골’이라는 바윗돌 표지판이 입구에 있을 정도다.

능강구곡 안내판
능강구곡 안내판

능강계곡을 따라 경사로 좁은 외길 숲속을 조심스럽게 올라가면 토토사이트 마초 주차장이 나오고 그곳에서 100여m 정도 걸어 올라가면 암벽 위 사찰을 마주하게 된다.

통일신라 초기 662년(문무왕 2)에 의상(義湘)대사의 제자 정원스님이 창건했다는 창건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의상대사가 제자 정원스님에게 “내 지팡이를 따라가다가 멈추는 곳에 절을 지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릴 수 있다”고 해 스승이 던진 지팡이를 따라 여러 날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지금의 자리에 도착했을 때 지팡이가 땅에 내려앉았다고 한다.

정방사에서 바라본 충주호(청풍호)
정방사에서 바라본 충주호(청풍호)

스님이 주변을 돌아보니 겹겹이 아름다운 산이 펼쳐지고, 맑은 강(지금은 청풍호)이 흐르는 풍경 속에 우뚝 솟은 바위는 마치 하늘 세계의 궁궐 같아 이곳에 절을 짓고 금수산과 청풍강의 맑은(淨) 물과 바람이 꽃향기(芳)와 어울린 절이라 해 정방사(淨芳寺)라 했다는 것이다.

좁은 돌계단 길을 통과하니 여름꽃 원추리와 가을꽃 코스모스가 동시에 반기고 청풍호와 월악산 등이 시원하게 발아래 펼쳐져 있지만 청풍루와 범종각 공사 소음과 공사용 자재 등으로 주변은 어수선하다.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건물이 낡은 해우소인데 내부 창문으로도 청풍호 등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정방사 원통보전
정방사 원통보전
정방사 원통보전 목조관음보살좌상
정방사 원통보전 목조관음보살좌상

거대한 암벽 신선봉 절벽 아래 자리 잡은 주불전 원통보전에는 원통보전 현판과 나란히 정방사 현판이 걸려있다. 1825년에 중창한 원통보전은 1689년에 제작된 목조관음보살좌상을 모셨다.

정방사 석간수
정방사 석간수

원통보전 뒤로 돌아가니 신선봉 의상대 사이 암벽을 타고 흘러내린 석간수가 바위 깊숙한 곳에 있어 시원함에 한여름 더위도 순간 달아났다.

정방사 나한전
정방사 나한전

원통보전 바로 옆에는 16나한을 모신 나한전이 있다.

정방사 관음상
정방사 관음상
정방사 5층 석탑
정방사 5층 석탑

암벽을 따라 길게 펼쳐진 마당을 따라가니 청풍호를 바라보며 신선봉을 지키고 있는 듯 관음상이 필자를 내려다보고 그 옆에 5층 석탑이 고즈넉하게 서있다.

정방사 지장전
정방사 지장전

마당의 끝자락에는 암벽 사이에 ‘지장전’을 건립해 내부에는 하나의 시설물로 돼 있는 바위벽 앞에 지장보살입상이 있다.

정방사 지장전 지장보살입상
정방사 지장전 지장보살입상

불상 뒤 바위는 금빛 지장보살을 투영한 것처럼 암각하고 금빛을 둘러 신비스럽게 보이는 특이한 모습이다.

정방사 산신각
정방사 산신각
정방사 산신각 내 법당
정방사 산신각 내 법당

지장전과 관음상 사이 계단을 올라가면 정방사 가장 높은 위치한 산신각에서 바라보니 아래 마당의 5층석탑과 청풍호를 내려다보고 있는 관음상이 조그마하게 들어온다.

정방사 산신각에서 바라본 관음상
정방사 산신각에서 바라본 관음상

어수선한 공사 때문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기는 제약이 있지만 마당 벤치에 앉으면 정방사 제일의 절경인 청풍호와 월악산 산맥 풍광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정방사 원통보전 앞마당 소나무
정방사 원통보전 앞마당 소나무

원통보전 앞마당의 분재형 소나무와 난간 벽에 걸린 소원문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주니 화폭의 주인공이 되는 느낌이다.

덕주 공주의 망국의 설움을 간직한 토토사이트 마초

월악산국립공원 입구
월악산국립공원 입구

월악산 중턱에는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덕주 공주가 조성했다는 13m 크기의 마애불(토토사이트 마초 마애불)이 있고 충주 수안보면 미륵사지에는 마의태자가 조성했다는 미륵불상이 북쪽을 향해 월악산 마애불을 바라보고 있다.

마의태자와 토토사이트 마초공주가 조성한 두 불상은 마주 보면서 신라 마지막 태자와 공주로서 나라 잃은 한을 달래고, 남매의 애틋함까지 서려 있는 듯했다.

망폭대
망폭대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麻衣太子)가 망국의 한을 품고 신라의 부활을 꿈꾸며 동생 토토사이트 마초공주(德周公主)와 경주를 떠나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문경에 이르러 하룻밤을 머물게 됐다.

그날 밤 꿈에 관음보살이 나타나 “이곳에서 서쪽으로 고개를 넘으면 한 터가 있으니 그곳에 절을 짓고 석불을 건조하고, 그곳에서 북두칠성이 보이는 자리 영봉에 마애불을 이루면 억조창생에 자비를 이루리라”고 했다.

마의태자는 미륵사지에 미륵불을 조성하고 금강산으로 들어갔으며, 토토사이트 마초공주는 월악산 최고봉 아래에 마애불을 조각하고 절을 세우고 금강산으로 떠난 마의태자를 그리며 여생을 보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토토사이트 마초 연혁
토토사이트 마초 연혁

그 절이 ‘토토사이트 마초’였으며 마의태자는 금강산으로 들어가 바위 아래에 집을 짓고 마로 된 옷을 입고 초근목피로 연명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그래서 비로봉 정상에서 외금강으로 내려가는 비탈길에 마의 태자릉이 있다고 하며, 금강산(金剛山) 곳곳에는 마의태자와 관련된 전설이 담긴 장소가 많다.

월악산 토토사이트 마초는 신라 진평왕 586년에 창건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렇듯 덕주공주가 창건했다는 전설도 있다. 추론컨대 후삼국시대~고려 초기인 10세기 중반에 월형산(현 월악산) 월악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됐을 것으로 본다.

15m쯤 되는 커다란 바위에 암각된 보물 ‘토토사이트 마초 마애여래입상’은 (하)토토사이트 마초에서 1.6㎞ 떨어진 산속에 있다. 마애불 앞에 있었던 (상)토토사이트 마초는 1951년 한국전쟁 당시 군작전 이유로 소각돼 현재 위치에 중창해, 창건 당시의 절을 (상)토토사이트 마초, 지금의 절을 (하)토토사이트 마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애불이 있는 (상)토토사이트 마초에는 창건을 도운 황소의 전설을 간직한 우공탑, 삼층석탑, 극락전과 요사채 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덕주산성
토토사이트 마초산성

(하)토토사이트 마초 입구에는 덕주공주가 오빠 마의태자가 신라 부흥을 위해 다시 돌아올 것을 기다리며 쌓은 성이라고 전해지는 덕주산성이 있다.

문경과 충주를 잇는 도로를 차단하는 전략적 요새지로서 내성과 외성을 갖추고 있다.

덕주산성
토토사이트 마초산성

토토사이트 마초산성은 고려 중기 몽고군에 의해 충주성이 함락돼 관리와 주민들이 피난하여 몽고군에 대항했다는 전설이 있다.

조선 말 명성황후가 흥선대원군과의 권력 암투에서 패배할 것을 상정하고 은신처로 정해놓은 곳이라고도 전해진다.

월악산 토토사이트 마초

덕주루
토토사이트 마초루

제천 10경 중 7경으로 알려진 월악산 송계계곡을 지나다 보면 덕주산성 동문과 덕주루가 나오고 곧바로 토토사이트 마초 어귀에 다다른다.

토토사이트 마초는 크지 않은 조용한 사찰이었다.

토토사이트 마초 남근석
토토사이트 마초 남근석

주차장 바로 위에 곧바로 보이는 것이 3개의 남근석이다. 월악산의 정상 영봉을 바라보면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 모습과 닮은 형태라 하고, 예로부터 달(月)을 음이라 하여 월악산이 음기가 강한 산이라 해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토토사이트 마초에서 바라본 월악산 정상 영봉.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 모습과 닮았다.
토토사이트 마초에서 바라본 월악산 정상 영봉.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 모습과 닮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아들을 바라는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고 소망하는, 남아선호 사상이 깃든 민속신앙의 대상이 되어왔다. 남근석 3개 중 하나는 부러진 상태인데 이 또한 민속신앙의 대상이 되다 보니 발생한듯하다.

토토사이트 마초 대불정주비각
토토사이트 마초 대불정주비각

그 옆에는 ‘대불정주비각(大佛頂呪碑閣)’이 있고 비각 안에는 자연석 같이 생긴 ‘대불정릉엄신주비’라는 비석이 있다.

토토사이트 마초 대불정주비각 내 대불정릉엄신주비
토토사이트 마초 대불정주비각 내 대불정릉엄신주비

비문의 첫 줄은 ‘대불정주’라 음각된 한자로 시작하고 나머지 글자는 범문(梵文,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으로 기록됐다.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며 남한에서는 현존하는 유일한 범문으로 된 비문이라고 한다.

토토사이트 마초 산신각
토토사이트 마초 산신각

토토사이트 마초의 한쪽 끝자락에는 독특한 산신각이 있는데, 거대한 두 개의 바위틈에 있는 또 다른 바위에 산신도를 양각해 뒀다. 가로 180㎝, 세로 210㎝의 크기로 1993년에 양각(陽刻)했고 그 이후에 산신각을 세웠다고 한다.

토토사이트 마초 관음전
토토사이트 마초 관음전
토토사이트 마초 관음전 관음보살좌상
토토사이트 마초 관음전 관음보살좌상

필자가 가까이 가는데 산신 기도로 유명세가 있어 보이는 무속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의뢰인을 두고 굿을 하고 있어 가까이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토토사이트 마초 대웅보전
토토사이트 마초 대웅보전

가로로 길게 조성된 토토사이트 마초 정중앙의 대웅전은 1998년에 새로 지었는데 법당에 지장전처럼 많은 영가들을 모시고 있어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산신각과 대웅전이 오버랩된다.

토토사이트 마초 약사전
토토사이트 마초 약사전

대웅전 옆에는 몸에 비해 머리가 아주 큰 고려시대 석불상 ‘석조약사여래입상’이 봉안된 특이한 전각 약사전이 있다.

원래는 한수면의 정금사 절터에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발굴됐는데, 한수면이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자 1985년 토토사이트 마초 중창 때 불상을 토토사이트 마초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토토사이트 마초 약사전 석조약사여래입상
토토사이트 마초 약사전 석조약사여래입상

아픈 사람이 아픈 부위와 같은 부처의 몸을 긁어 그 가루를 먹고 나았다는 전설이 있는 약사여래입상은 전문가의 손길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신심이 돈독한 불자가 소박하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하 토토사이트 마초지 부도
하 토토사이트 마초지 부도

토토사이트 마초 옆 영봉 탐방로 이정표에는 영봉은 4.9㎞, 마애불은 1.6㎞로 표시돼 있다.

영봉 탐방로 이정표
영봉 탐방로 이정표

월악산은 힘든 악산으로도 알려져 있고 마애불 가는 길은 대부분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꽤 힘든 길이라 해 한여름 날씨와 이후 일정 때문에 아쉽긴 했지만 그곳까지 올라갈 생각을 접었다.

사자빈신사지 사사자 구층석탑
사자빈신사지 사사자 구층석탑

대신 나오는 길에 토토사이트 마초 전방 약 2㎞ 지점에 있는 ‘빈신사’ 터에 보물로 지정된 ‘사자빈신사지 사사자 구층석탑(獅子頻迅寺址 四獅子 九層石塔)’이 있다고 해 찾았다.

사자 네 마리가 몸돌을 떠받치고 있는 특이한 모습이다.

사자빈신사지 사사자 구층석탑
사자빈신사지 사사자 구층석탑

일부 상층부가 훼손돼 없어져 5층석탑 모습이지만 ‘사자빈신사의 9층탑’이라는 기록이 남아있어 구층석탑으로 불리고 있다.

주변 송계계곡의 풍취가 좋고 물이 너무 맑아서 그 속에서 여름을 즐기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부러울 따름이다.

가수 주현미가 ‘월악산’ 노래를 불렀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월악산 난간머리 희미한 저 달아. 천년 사직 한이 서린 1천3백리 너는 아느냐~”

글·사진 = 정용식 ㈜헤럴드 상무

정리 =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