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에 ‘머스트잇 토토株 비중 자제’ 구두지도

2017년 행정지도 여전히 유효 입장

머스트잇 토토 관련종목 10%이상 편입 다수

“어차피 해외 코인 머스트잇 토토로 몰려…효과 의문”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들을 상대로 상장지수펀드(머스트잇 토토) 내 가상자산 관련 기업의 비중 확대를 자제하라는 구두 지도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이 유효하다는 취지다.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초 일부 운용사에 코인베이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가상자산 투자 기업을 머스트잇 토토 포트폴리오에 과도하게 편입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다만 패시브 머스트잇 토토의 경우 지수 산출기관의 변경 없이는 편출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유의 차원의 언급이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17년 행정지도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비중 확대에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행정지도는 제도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보유, 매입, 담보 취득, 지분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국내에서 가상자산 관련 규제 완화 흐름이 감지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법령이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새로운 제도가 완비되기 전까지는 기존 지침을 준수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번 구두 지도는 최근 머스트잇 토토 시장에서 코인 거래소, 채굴기업, 블록체인 기술기업 등 이른바 ‘코인 테마’ 종목들의 편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상장 머스트잇 토토 가운데 가상자산 관련 종목 비중이 10%를 넘는 상품이 다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머스트잇 토토’는 코인베이스를 14.59%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패시브 머스트잇 토토로 에프앤가이드의 미국주식 베스트셀러 인덱스를 추종한다. ‘KoACT 미국나스닥성장기업액티브 머스트잇 토토’도 코인베이스 7.44%, 마이크로스트래티지 6.04% 등을 보유하며 총 13.48%를 해당 종목으로 채우고 있다. ‘KoACT 글로벌AI&로봇액티브 머스트잇 토토’도 코인베이스 10.34%,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 머스트잇 토토’ 역시 8%가량을 코인 관련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운용업계는 당장 종목을 편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액티브 머스트잇 토토는 운용역의 판단에 따라 종목 교체가 가능하지만 패시브 머스트잇 토토는 지수 산출기관이 편입 종목을 변경하지 않는 제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수 변경 없이 자의적으로 종목을 제외할 경우 괴리율이 급등할 수 있다”며 “규제 기조는 이해하지만 즉각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패시브 머스트잇 토토는 기초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운용사 재량으로 편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이번 언급은 제도 정비 전까지 전체적인 머스트잇 토토 상품 설계에 유의하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에 상장된 가상자산 투자 기업 머스트잇 토토를 통해 우회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머스트잇 토토에만 규제 잣대를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 내 가상자산 우호 정책으로 코인 관련 투자 수요가 급증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투자자들도 코인베이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관련 종목이 포함된 해외 머스트잇 토토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비트코인 현물 머스트잇 토토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국내에서도 규제 완화 기대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머스트잇 토토만 제한한다고 해서 자금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이미 미국 머스트잇 토토로 우회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규제가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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