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 가쁘게 점멸하는 스크린, 당신은 출구를 잃었나요? [요즘 전시]
[쪽티비 스포츠토토=이정아 기자] LED 화면이 전시장을 사방으로 에워싼다. 숨 가쁘게 점멸하는 스크린은 맹렬하게 붉은빛을 내뿜었다. “과열된 현재를 암시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납작한 스크린은 막대한 자본과 순간마다 변화하는 기술이 뒤엉킨 오늘날 문명의 표상이 됐다. 송은미술관 3층을 뒤덮은 이 작품은 ‘피버 아이’(Fever Eye). 열병을 앓는 핏빛 눈빛을 떠올리게 하듯 LED 화면은 출구조차 잃어버린 디지털 세상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붙들어두려 안간힘을 쓴다. 제21회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한 권아람 작가가 3년 만에 개인전 ‘피버 아이’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송은미술관에 다시 섰다. 오는 24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점점 밝아지는 기계의 시선 안에서 희미해져 가는 인간의 감각과 사고를 성찰하게 만드는 작가의 신작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송은문화재단은 2001년부터 해마다 송은미술대상 수상자를 선정해 왔다. 앞서 작가는 미디어 설치 작품 ‘월스’(Walls)로 오늘날
2025-06-23 16:48:06
-
미국 간 ‘구운몽도 병풍’ 보존처리 후 첫 공개 [요즘 전시]
[쪽티비 스포츠토토=이정아 기자] 구운몽 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 병풍 한 좌 속에는 성진과 팔선녀의 이야기가 한가득 펼쳐진다. 팔선녀와 성진이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인간 세상에 양소유라는 인물로 환생해 여덟 여인과 인연을 맺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내용까지. 미국 포틀랜드미술관 소장 ‘구운몽도 병풍’이다. 오는 25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막하는 국외소재문화유산 특별 공개전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에서 1년여 기간 동안 우리 기술로 보존처리를 마친 이 병풍이 관람객을 만난다. 구운몽도 병풍은 김만중이 지은 소설 구운몽의 주요 장면을 10폭에 나눠 묘사한 그림이다. 1910년 이화학당 선교사였던 마리 엘리자베스 처치가 한국에서 학생의 부모에게 선물 받아 귀국길에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그는 친구에게 병풍을 선물했고, 그 친구의 딸인 재클린 보이드가 포틀랜드미술관에 기증했다. 이번 보존처리 과정에서 그간 보수되고 변형된 흔적이 확인됐다. 1913년 종묘와 관련된 문서와 그림
2025-06-23 10:10:01
-
‘백제왕도’ 따라 펼쳐지는 여름 밤 녹턴 세레나데
[쪽티비 스포츠토토=이정아 기자] 찬란했던 백제문화 유산을 따라 공연, 전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백제문화유산주간’이 내달 8일부터 일주일간 펼쳐진다. 백제 후기(475년~660년)을 대표하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 10년을 맞아 국가유산청이 여는 행사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 공산성·무령왕릉과 왕릉원, 부여 관북리유적·부소산성·정림사지·왕릉원·나성, 익산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이들 8개 유산은 과거 백제가 활발한 교류를 통해 중국과 일본을 잇는 고대 동아시아 교류의 중심이었음을 증명한다. 백제문화유산주간 주제는 ‘백제가 품은 세계, 세계가 품은 백제’다. 고요한 밤에 공주, 부여, 익산에서 백제왕도 중요 유적지와 출토 유물에 대한 전문 해설을 듣고 클래식과 국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녹턴’이 대표적인 체험 프로그램이다. 백제문화유산주간 누리집에서 사전 예약으로 선착순 참여가 가능하다. 참가 신청은 오는 23일 오
2025-06-22 15:17:17
-
홍수에 맞선 신라의 기록 ‘영천 청제비’ 국보 된다
[쪽티비 스포츠토토=이정아 기자] 경북 영천 도남동에 위치한 저수지인 청지(청못) 인근에는 비문이 새겨진 2기의 자연석이 오랜 세월을 버텨내고 있다. 받침돌도, 덮개돌도 없이 세워진 이 비석들은 홍수와 가뭄이 빈번했던 신라가 어떻게 물을 다스렸는지, 그리고 국가가 어떤 체계로 수로를 축조했는지를 묵묵히 증언한다. 국가유산청은 1969년 보물로 지정됐던 ‘영천 청제비’를 56년 만에 국보로 승격했다. 영천 청제비는 ‘청제축조·수리비’와 ‘청제중립비’로 구성돼 있다. 청제축조·수리비에는 신라 법흥왕 23년(536년)에 수로를 축조한 사실과 원성왕 14년(798년)에 제방 수리공사를 마친 내용 등이 기록돼 있다. 비문 내용 대부분이 판독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양호하다. 청제중립비에는 조선 숙종 14년(1688년)에 땅에 묻혀 있었던 청제축조·수리비를 다시 세운 사실이 담겨 있다. 신라사에서 홍수와 가뭄이 가장 빈번했던 6세기와 8세기 후반~9세기에 자연재해 극복을 위해 국가에서 추진했던 토목
2025-06-20 15:54:49
-
‘그라운드’에 선 일곱 인간 조각…안도와 곰리가 빚은 사유정원 [요즘 전시]
[쪽티비 스포츠토토(원주)=이정아 기자] 노출 콘크리트 벽면의 건물 안으로 들어선 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자 직경 25m, 높이 7.2m 규모의 장중한 원형 돔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돔 천장에는 로마 판테온처럼 둥근 구멍이 뚫려 있어 빛줄기가 쏟아졌다. 반쯤 열린 돔의 측면으로는 치악산 능선이 너울지듯 시야를 한가득 채웠고, 옅은 바람을 타고 풀벌레 소리가 스며들었다. 그 한가운데 인간 형상을 한 철제 조각 일곱 점이 놓였다.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웅크린 자세다. 19일 전시장에서 만난 안토니 곰리(75)는 반세기 가까이 인간의 신체와 공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해 온 조각가만이 품을 수 있는 단단한 사유를 내비치며 말했다. “일곱 점의 조각이라기보다는 일곱 개의 정지된 고요한 공간으로, 관객이 자신의 시간 속에서 명상하기를 바랐습니다. 여기에는 이해해야 할 것도, 해야 할 것도 없습니다.”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영국 현대미술가 안토니 곰리의 손끝에서
2025-06-20 11:31:15
-
고리타분한 고미술은 옛말…지금 한국은 ‘조선 미술관’ 봇물 [요즘 전시]
[쪽티비 스포츠토토=이정아 기자]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커다란 산이 화면 가득 채운 데 비해 사람은 몹시 작게 그려졌다. 조선 초기 대표 화가 안견을 추앙한 ‘안견파 화풍’이 드러나는 일본 모리박물관 소장 ‘산수도’다. 본래 사계절의 경치가 담긴 작품이었지만, 봄·여름·가을 장면만 남았다. 명세라 학예연구사는 “20여 년 전만 해도 중국 송나라 미우인의 그림으로 여겨졌으나 오늘날에는 16세기 중반 조선 화원이 그린 것으로 본다”며 “일본에서도 자주 공개되지 않은 대표적인 조선 전기 회화 작품”이라고 했다. 왕실에서 사대부를 거쳐 서민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가 전부 녹아든 미술을 만나는 굵직한 전시가 대거 열리고 있다. 고리타분함을 싹 걷어낸 고미술 전시는 2030 관객에게도 새롭게 다가가면서 살아 숨 쉬는 문화 코드로 읽히고 있다. 조선 미술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만큼 다채롭고 깊어졌다는 얘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은 조선
2025-06-18 15:51:51
-
공주 왕릉서 나온 1500년 전 어금니…주인은 비운의 ‘삼근왕’
[쪽티비 스포츠토토=이정아 기자] 백제는 도읍 시기별로 한성기, 웅진기, 사비기로 나뉜다. 그런데 왕이 몇 차례나 피습돼 정치 기반이 흔들리던 시기로 여겨졌던 웅진기 초기부터 이미 안정된 국가 체계가 형성돼 활발한 대외 교역이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주 왕릉원 3호분 주인이 비운의 10대 왕인 삼근왕으로 추정된다는 주목할 만한 단서도 나왔다. 국가유산청과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웅진기 초기에도 장인의 손끝에서는 정제된 금이 빛났고, 무덤 깊숙한 곳에는 바다 건너 유리구슬이 묻혀 있었음을 보여주는 유물 연구 성과를 17일 공개했다. 2023년 9월부터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1~4호분’(옛 송산리 고분군)을 재조사한 결과다. 조사 대상인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은 백제가 공주로 천도한 475년부터 538년까지 재위한 웅진기 왕들의 묘역이 모여있는 곳이다. 무령왕릉은 1971년 여름 송산리 고분군 5호분과 6호분 배수로 공사 중 온전한 형태로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
2025-06-17 09:06:32
-
韓日 국립박물관 손잡았더니…‘일본미 속살’이 드러나다 [요즘 전시]
[쪽티비 스포츠토토=이정아 기자] 한국인의 정서를 대표하는 미의식으로 ‘한’(恨)을 꼽는다면, 일본인에게는 ‘아와레’(あはれ)가 있다. 벚꽃이 지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흩날리는 자연을 바라보며 아쉬워하면서도 찰나의 아름다움에 가슴 벅찬 정서를 말한다. 이 감정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8세기의 ‘만요수’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다. “가을 들판에 피어난 꽃 헤아려 보니 일곱 가지 꽃이 있네. 싸리꽃, 억새꽃, 칡꽃, 패랭이꽃, 마타리, 등골나물, 도라지꽃.” 에도 시대의 장식 화풍으로 이름을 날린 화가 오가타 고린에게도 잠시 꽃피우고 지는 가을풀은 주요한 주제였다. 당시 유복한 상인 집안 여성들 사이에는 유명 화가가 직접 무늬를 그린 고소데(소맷부리가 좁은 기모노)가 유행처럼 번졌다. 고린은 고소데의 비단 위에 쪽빛의 그윽한 농담을 품은 도라지를 중심으로 억새, 국화, 싸리 같은 가을풀을 무성히 피워냈다. 그리고 마침내 한 폭의 시처럼 아와레를 품은 일본 중요문화재 고린의 ‘가을풀무늬
2025-06-16 17:12:29
-
‘키아프리즈’ 통합권 30% 할인, 오후 3시부터 판매
[쪽티비 스포츠토토=이정아 기자] 정부가 오는 9월 한 달간 전국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기념해 키아프·프리즈 서울 등 주요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입장권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특별 할인권을 판매한다. 1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이날부터 각 온라인 예매처에서 주요 대한민국 미술축제 기념 입장권 특별 할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 할인은 미술축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사전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할인권은 행사별 한정 수량이며, 관람객 약 3만7000명에게 혜택이 제공된다. 우선 키아프·프리즈 서울 두 행사의 통합이용권은 30% 할인된 5만6000원에 자체 홈페이지에서 이날 오후 15시부터 판매된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정가 대비 30% 할인된 7000원에 티켓링크, 네이버 예약에서 판매된다. 그 외 다른 행사들은 모두 50%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아시아프는 일반권 5000원, 청소년·어린이권 3000원에 인터파크와
2025-06-16 12:08:56
-
트럼프의 ‘공개 저격’…국립초상화박물관장 2주 만에 사임
[쪽티비 스포츠토토=이정아 기자] 스미스소니언재단의 산하 기관인 국립초상화박물관의 수장이 끝내 사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의 해임을 요구한 지 불과 2주 만이다.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킴 사제트 국립초상화박물관장은 오는 20일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날 예정이다. ▶관련기사 트럼프, 스미스소니언 예산 삭감 겨냥…국립초상화박물관장 해임 사제트 관장은 국립초상화박물관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이었다. 국립초상화박물관은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대표 미술관이다. 21개 박물관을 포함해 세계 최대 규모의 문화기관인 스미스소니언재단에 소속돼 있다. 사제트 관장의 사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그를 “매우 편파적인 인물”로 비난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해임도 요구했다. 이는 사제트 관장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지지한다고 주장한 뒤 벌어진 일이다. 이에 대해 스미스소니언재단 측은 성명을 통해
2025-06-15 17:0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