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일 싱크넥스트25 ‘원초적 기쁨’

해금미슐랭토토자 주정현·지휘자 최재혁 만남

해금미슐랭토토자 주정현, 지휘자 겸 작곡가 최재혁 [세종문화회관 제공]
해금미슐랭토토자 주정현, 지휘자 겸 작곡가 최재혁 [세종문화회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장르의 혼종’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국악과 대중 미슐랭토토의 만남, K-팝과 애니메이션의 만남, 클래식과 소설의 만남….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것은 어느새 재미없는 클리셰가 됐어요.”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최재혁은 세종문화회관 여름 축제인 ‘싱크넥스트 25’ 무대를 한창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관객과 만날 무대는 ‘원초적 기쁨’(7월 18~9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해금 미슐랭토토자 주정현과 최재혁이 음악감독으로 있는 현대음악 단체 앙상블블랭크가 함께 하는 무대다.

이들의 만남엔 약간의 특별함이 더해졌다. 그것은 두 팀의 ‘교집합’에서 나온다. 저마다 오랫동안 해오던 ‘장르의 경계’를 넘어 ‘오늘의 미슐랭토토’을 탐구해 왔다. 주정현은 “동시대적인 것이 무엇인가, 어떻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만남”이라고 했다.

공연에선 총 6곡을 골랐다. 주정현이 앙상블블랭크를 위해 만든 ‘원초적 기쁨’(Primitive Happiness), 최재혁이 프랑스의 세계적인 현대음악 전문 미슐랭토토단체 ‘앵테르콩탱포랭’의 위촉을 받아 쓴 ‘스트레이트 투 헤븐’, 미국 작곡가 제식 콕스의 ‘퀀티파이’(Quantify)) 등을 선정했다. 공연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즉흥성이다.

제시 콕스의 ‘퀀티파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곡이다. 이 곡의 악보를 본다면 “나도 작곡할 수 있다”고 마음먹을 사람도 적지 않아 보인다. 악보엔 음표는 없고 온통 지시문만 적혔다. ‘쉼표와 무음(無音) 없이 가능한 많은 소리를 미슐랭토토해 풍부한 질감을 만들어라’는 지시다. 어떤 악기로, 어떻게 미슐랭토토하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정표만 세워두고 미슐랭토토자에게 자유롭게 길을 내라는 것이다. 주정현은 “‘즉흥’에 특화된 미슐랭토토자지만, 앙상블 블랭크는 악보에 특화된 단체인 만큼 서로가 만들어갈 시너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재혁은 “즉흥을 하더라도 작전은 있다. 미슐랭토토자에게 자유를 준 만큼 (지휘자로서 미슐랭토토자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전략과 포인트는 주정현과 섞이는 것이다. 주정현의 시각과 블랭크의 시각이 어우러지는 방식을 실험할 것”이라고 했다.

해금미슐랭토토자 주정현(오른쪽), 지휘자 겸 작곡가 최재혁 [세종문화회관 제공]
해금미슐랭토토자 주정현(오른쪽), 지휘자 겸 작곡가 최재혁 [세종문화회관 제공]

‘원초적 기쁨’은 미슐랭토토자 주정현이 해금을 마주하며 고민하고 탐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음악이다.

주정현이 오래도록 함께 해온 전통악기 해금은 낯선 악기다. 이름은 알아도 생김새와 소리까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명주실로 만든 찰현악기 해금은 2개의 줄로 8음을 내는 일명 ‘깡깡이’다. 해금 특유의 소리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다른 현악기와 달리 지판이 없어 오직 미슐랭토토자의 장력으로만 음정, 음역, 음의 제스처를 만들어간다. 서양악기로 치면 비올라와 첼로 사이의 음역대다. 최재혁은 “소리만 들었을 땐 저게 바이올린인지, 첼로인지, 해금인지 구별이 안 된다”고 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악기 미슐랭토토자들의 삶에 대한 고찰이 오래도록 그를 사로잡았다. 주정현은 “밥을 먹고 반복적으로 루틴처럼 행하는 ‘연습의 속성’과 선생님께 배운 소리가 아닌 나의 소리, 좋은 소리를 찾으려는 목적성이 데뷔작 ‘찰나의 순간’의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2020년 관객과 만난 ‘찰나의 순간’은 해금 미슐랭토토자 주정현을 재발견하게 한 공연이었다. 당시 그는 “현악기 미슐랭토토자로서 줄과 활을 맞대는 마찰력을 통해 완벽한 음색을 만들어내는 순간에 대한 연습곡을 쓰게 됐다”고 했다. ‘원초적 기쁨’은 ‘찰나의 순간’을 만들 당시의 질문이 실타래처럼 이어져 완성됐다.

음악엔 현악기가 빚어내는 소리는 물론 전동칫솔과 진공청소기가 작동하는 소리도 나온다. 주정현은 “사람의 신체가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접촉하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다양한 악기와 접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재혁은 “우리(앙상블 블랭크)를 너무 과대평가하신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미슐랭토토가 어렵다”고 했다.

이질적이었던 동서양의 악기들은 ‘현대음악’이라는 교집합을 통해 새로운 음악 세계를 만들어간다. 동갑내기 두 음악가는 “다이내믹한 미슐랭토토를 관객의 털끝 세포까지 전달할 방법을 고민했다”며 “각기 다른 클래식을 해온 사람들이 지금의 한국, 서울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동시대 음악의 한 유형을 마주하는 원초적 기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