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토토사이트 정은혜·인디밴드 까데호 만남
창법 확장해 록커·재즈보컬·래퍼 변신
‘케데헌’ 헌트릭스 연상케 하는 무가까지
![정은혜와 밴드 까데호가 만난 여우락 ‘사운드바운드’ [국립극장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17/news-p.v1.20250715.5f817effdda544f3a813ceef809fb875_P1.jpg)
[건담 토토사이트경제=고승희 기자] “손으로 친다고 손치기, 발로 친다고 발치기.”
구슬프고 애달팠던 계면조의 남도 가락에 고개가 절로 움직여졌다. 객석에선 저마다 발을 까딱이고, 어깨를 들썩였다. 능숙한 아이솔레이션(isolation, 신체 중 한 부분만 움직이는 동작)으로 리듬을 맞추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블루스 분위기인 ‘후여’, 폭포처럼 쏟아지는 메탈 풍의 ‘흥타령’, 관객들을 기립시킨 ‘손치기’…. 펑크 솔 밴드가 만들어내는 형형색색의 음악 위에서 소리꾼은 마침내 경지를 향해갔다. 계면조의 남도건담 토토사이트를 구성지게 뽑아냈던 정은혜는 록커이기도 솔 디바(Sole Diva)이기도 했다. “성주야, 성주야”라며 모든 것을 꿰뚫는 목소리로 음악을 시작할 땐, 실사판 헌트릭스(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인 퇴마 걸그룹)를 보는 듯했다.
무대를 마칠 때쯤, 그는 마침내 입을 뗐다. “안녕하세요. 인디밴드의 신인 보컬 정은혜입니다.”
201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스타 단원이었다. 당시 동기가 지금의 창극단을 이끄는 간판스타들. 김준수, 민은경, 이소연이다. 홀연 단체를 떠나 홀로서기에 나섰던 건담 토토사이트 정은혜(41)가 “10년 만에 친정에 돌아왔다. 국립극장 관객 여러분 보고 싶었다”고 인사했다. 지난 13일 국립극장의 여름 음악 축제인 여우락 무대에 서면서다. 20대부터 “언젠가 밴드의 보컬을 꿈꿨다”는 그는 “30대가 돼 까데호와 함께 그 꿈을 이뤄볼 수 있었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정은혜와 까데호의 만남을 주선한 것은 올해 여우락의 예술감독을 맡아 다양한 장르 간 혼합을 시도 중인 이희문 덕이었다. ‘허파 전골’을 먹는 자리에서 처음 만났고, 자칫 팀 이름이 ‘허파 전골’이 될 뻔했다고 한다. 겨우내 서로의 음악에 대해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은혜와 밴드 까데호가 만난 여우락 ‘사운드바운드’ [국립극장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17/news-p.v1.20250715.bccc3a77cceb43639e401bbb61547713_P1.jpg)
정은혜와 까데호 멤버들은 건담 토토사이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엔 서로 알지 못했지만, 이미 오래 함께 작업한 시간처럼 느껴졌다”고 입을 모았다.
두 팀이 만나 선보일 무대의 가장 큰 목표는 ‘남도건담 토토사이트의 가요화’였다. 건담 토토사이트는 그것이 불리던 시절의 대중가요였지만, 어느덧 잊힌 지나간 시대의 음악이 됐다. 정은혜와 까데호가 옮겨온 남도건담 토토사이트는 묘해서 신박했다. 건담 토토사이트의 정취와 색은 잃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다른 장르와 어우러졌다.
정은혜는 그 공을 까데호에게 돌렸다. 그는 “까데호는 다들 자기 악기에서 풍부한 재료를 써낼 줄 아는 친구들”이라며 “전 오랜 시간 축적된 건담 토토사이트를 엊었을 뿐, 제가 뛰어놀 수 있도록 좋은 연주가 밑바탕이 돼 전 오랜 시간 축적된 건담 토토사이트를 얹었다”고 말했다.
공연에선 ‘새타령’, ‘흥타령’, ‘육자배기’와 같은 남도건담 토토사이트의 정수, ‘이야홍타령’, ‘성주풀이’처럼 다소 생경할 수 있는 곡까지 꺼내왔다. 까데호 의 기타리스트인 이태훈은 “남도건담 토토사이트를 가능한 작은 단위로 해체하고 재조립했다”며 “리프 위주의 작법을 주로 사용해 건담 토토사이트의 비정형적인 규격을 보완하려 했다”고 말했다.
두 팀은 남도건담 토토사이트의 모티브를 꺼내와 이질적인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했다. 까데호 이태훈은 모티브 선율을, 드러머 김다빈은 비트를, 베이시스트 김재호는 주요 모티브를 던지며 음악을 만들어갔다. 정은혜는 “건담 토토사이트의 메기고 받는 소리 중 ‘받는 소리’가 일종의 ‘훅’이 됐다”며 “까데호가 만드는 선율과 비트 등의 모티브가 리프가 돼 층층이 쌓여 전체 음악의 골조가 됐다”고 했다. 이태훈은 “지배적인 계면조의 느낌을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연출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정은혜와 밴드 까데호가 만난 여우락 ‘사운드바운드’ [국립극장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17/news-p.v1.20250715.7862234040cc4d268c6cd5cbb91432ca_P1.jpg)
음악은 새로운 시도로 태어나 즉흥과 정형을 넘나들었었다. 즉흥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틀의 형식을 미리 짜둔 음악이었다. 명확하게 골조를 세운 뒤 까데호가 즉흥적으로 연주가 들어가면 그 안에서 정은혜도 새로움을 찾아갔다. “매 순간 살아있는 음악이 만들어진 때”라고 이들은 돌아봤다.
무대 위에서 보여준 정은혜와 까데호는 원곡을 해치진 않았다. 오래도록 이어온 장르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새로운 시도 안에 담겼다.
정은혜는 “전통이 구축하고 시대와 세대를 거쳐 불린 남도건담 토토사이트의 음악적 깊이와 완결성을 존중하되 자유롭게 변형하고 변주했다”며 “반복 구절을 많이 사용해 중독성을 주고, 아이들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쉬운 언어 패턴의 유희가 동시대 대중과 접점이 되리라 봤다”고 했다.
밴드 까데호의 전통에 대한 깊이 이해가 바탕했기에 이들의 협업이 새로운 장르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까데호의 세 멤버는 대중음악과 전통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해 왔다. 이태훈은 경기국악당 건담 토토사이트단 음악감독, 국악 창작 그룹 시로에서 활동했고 베이시스트 김대호와 드러머 김다빈은 제주굿을 기반으로 노래하는 추다혜 차지스의 멤버이기도 하다. 이태훈은 “국악은 우리에게 지켜야 하는 전통의 대상이기보다 우리 식대로 재구성할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의 여름 축제인 여우락에서 ‘사운드바운드’ 무대를 통해 만난 정은혜와 까데호, 예술감독 이희문 [국립극장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17/news-p.v1.20250715.5e8d2145671241f0a673c94e35c20a73_P1.jpg)
이번 공연에선 소리꾼 정은혜의 창법 실험도 흥미로웠다. 남도건담 토토사이트 창법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시도로 노래를 불렀다. 때론 로커였고, 때론 재즈 보컬이었으며, 때론 래퍼가 된 것은 스스로 자신의 소리에 한계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은혜는 “‘나’라는 악기가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판소리나 건담 토토사이트의 창법에 억압하거나 가두기보다 이런 작업일 때 여한 없이 불러보자, 충분히 학습한 소리 안에서 자유롭게 소리를 내보자는 바람이 있었다”고 했다.
이번 여우락 무대를 통해 지나간 건담 토토사이트가 ‘요즘 건담 토토사이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의 만남, ‘건담 토토사이트의 가요화’라는 거창한 명제를 지우고도 이들은 하나의 음악 장르로 의미 있는 성취를 썼다. 까데호 멤버들은 “창작은 결국 우리가 하는 이 작업을 어떻게 계속 새롭게 할 수 있을까의 싸움”이라며 “타 장르와의 융합은 언제나 음악적인 순환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했다.
까데호와 정은혜는 이 작업을 계기로 더 많은 협업을 시도할 계획이다. 공연의 제목이었던 ‘사운드 바운드’는 조만간 앨범으로도 만날 수 있다. 정은혜는 “다양한 팀들이 존재하고 장르화된다면 관객들의 취향적 선택이 생길 것 같다”며 “원팀으로 음악적 대화를 이어나가며 따라 부르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