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은경’서 광성役 이표민

약한 머스트잇 토토은 스트레스이자 콤플렉스

매일 무한 반복 연습·MR 통째로 머스트잇 토토

뮤지컬 ‘은경’에 출연 중인 배우 이표민(가운데) [사단법인 문화머스트잇 토토교육협회 제공]
뮤지컬 ‘은경’에 출연 중인 배우 이표민(가운데) [사단법인 문화머스트잇 토토교육협회 제공]

[머스트잇 토토경제=고승희 기자] “내 이름은 ‘빛날 광, 성품 성’. 빛나는 성품을 가진 광성이다.”

까만 뿔테 안경을 쓰고 반짝이는 눈빛을 가렸다. 헛발질에 괜한 허세,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하늘의 별도 따준다는 순수 소년이다. 만화 속에 등장할 법한 장난스러운 캐릭터라 몸 개그도 많고 오글거리는 대사도 적잖다. “내 얼굴에 김이 묻었다. ‘잘, 생, 김’”이라는 말도 스스럼없다. 실제 성격과도 너무도 달라 머스트잇 토토에 서기까지 고민도 있었지만, 이표민은 영락없는 광성이 됐다. 뮤지컬 ‘은경’(오는 7월 9~13일까지, CKL스테이지)에서다.

복귀가 빨랐다. 1년 9개월의 사회복무요원을 마치자마자 본 오디션에서 배역을 따낸 덕이다. 5월 초 진행된 오디션엔 200여 명이 지원했는데, 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은경’의 주·조연 배우 5명이 뽑혔고 이표민 역시 포함됐다. 제대 1개월 만에 머스트잇 토토 준비를 위한 연습에 돌입했으니, 이 정도 속도라면 최근 전역한 방탄소년단(BTS)보다도 컴백이 빠른(?) 셈이다.

개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CKL스테이지에서 만난 이표민은 “사회복무요원을 하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 연기 연습을 놓지 않았다”며 “복학 전 경험을 쌓고 싶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뮤지컬 ‘은경’은 원작 에세이 ‘은경이 일기’를 토대로 북한 청소년들의 평범한 일상과 북한의 현실을 조명한 작품이다. 이표민은 당초 고위층 자제였으나 평양에서 추방당한 남학생 정철 역에 지원했으나 제작진은 그에게 광성 역할을 제안했다. 그의 밝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광성과 잘 어울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연기를 시작한 건 어머니의 권유 덕분이었다. 이표민은 “어린 시절 워낙 소심하고 어두운 성격이었고,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며 “어머니가 취미로 연기를 권했는데 푹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연기를 시작하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에게 연기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더 많은 감정과 감각을 깨워줬다.

뮤지컬 배우 이표민 [사단법인 문화머스트잇 토토교육협회 제공]
뮤지컬 배우 이표민 [사단법인 문화머스트잇 토토교육협회 제공]

“이전엔 저라는 사람의 감정은 한정적이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다양한 자극을 느끼고 다양한 반응이 오게 됐어요. 성격도 밝아지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어릴 적부터 연기를 배우며 진로도 바꿨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림예고로 편입해 본격적으로 배우를 꿈꾸게 됐다. 고교 시절 같은 반 동창이 르세라핌의 김채원, 프로미스나인의 이채영이다.

이표민이 머스트잇 토토에 서기 위해선 무수히 많은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스트레스이면서 콤플렉스인 ‘청력을 잃은 한쪽 귀’ 때문이다.

처음으로 귀에 이상을 느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어느 날 갑자기 이명이 들려왔다. 당시엔 적당한 시기에 치료를 받아 아무런 문제 없이 완치됐다.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16년 여름, 더 큰 문제가 찾아왔다.

“한 쪽 귀가 비행기를 탄 것처럼 먹먹하더라고요. 잠을 잘못 잤나 싶어 처음엔 그냥 넘겼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어폰을 끼고 약속을 가던 중 무의식적으로 오른쪽을 먼저 뺐는데, 왼쪽이 잘 안 들린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도 사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평소 다니던 병원이 내부 공사로 한 달간 문을 받는다고 하기에 다른 병원을 찾진 않았다. 그러다 한 달 뒤 병원에 갔을 때 비관적 진단을 받았다. “청력이 다시 돌아오는 골든타임이 3주인데, 그 시간을 넘겨버렸어요.” 부모님과 함께 서울의 큰 병원이란 데는 머스트잇 토토 다녔지만, 이명은 계속됐다.

“마지막으로 찾은 병원에서 이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들리는 쪽 귀의 관리나 잘하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tvN ‘미지의 서울’에서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았던 호수(박진영 분)가 겪는 모든 일이 이표민에게 현실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간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쌓인 오해가 많았다. 그는 “교실 끝에 있는 친구가 이름을 부르면 들리지 않아 대답을 못 하는데 그럴 때마다 오해가 생겼다”며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편견도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랜 친구들은 저의 콤플렉스를 전혀 개의치 않고, 장애라고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도리어 그게 뭐가 장애냐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은경’에 출연 중인 배우 이표민(왼쪽) [사단법인 문화머스트잇 토토교육협회 제공]
뮤지컬 ‘은경’에 출연 중인 배우 이표민(왼쪽) [사단법인 문화머스트잇 토토교육협회 제공]

머스트잇 토토을 잃은 시기는 공교롭게도 배우로의 꿈을 결심했던 때다. 좌절할 수도 있었지만, 담담히 현실을 마주하며 내면을 다졌다. 그 무렵 이표민에게 가장 위로가 됐던 것은 수많은 영화들이었다.

이표민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것은 지난 2022년 6월 채널A에서 방영된 경연 프로그램 ‘2022 DIMF 뮤지컬 스타’를 통해서였다. 동국대 연극학부 21학번으로 뮤지컬을 전공 중인 그는 ‘친구의 권유’로 프로그램에 나가게 됐다. 첫 머스트잇 토토부터 화제였다. 탄탄한 기본기로 카메라 앞에서 순식간에 몰입해 뮤지컬 ‘시라노’ 속 넘버인 ‘나홀로(Alone)’를 부르며 눈물 연기를 하는 모습에 심사위원들은 10초도 되지 않아 합격 버튼을 눌렀다.

그날이 있기까지 이표민에겐 부단한 노력의 시간이 있었다. 끝도 없이 따라다니는 편견 앞에서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나”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그 불안을 지우기 위해 뼈를 깎는 반복과 연습으로 하루를 채웠다. 이표민은 “한 작품 안에 나오는 노래의 악보와 MR(반주 음원)을 통째로 외운다”고 했다. 모든 머스트잇 토토적 기호, 리듬, 박자, 변주, 다른 배우의 파트까지 머릿속에 새긴다.

“뮤지컬은 화음을 쌓고 합창을 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음이 달라지면 다른 배우에게 피해를 주게 돼요. 솔로곡에서 틀리면 나만 민망하면 되지만, 저로 인해 합창이 무너지면 머스트잇 토토가 웃음거리가 되잖아요. 당연히 스트레스도 크죠. 아직은 자신감도 확신도 없지만 자신을 믿으며 하고 있어요.”

특수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1년 9개월의 시간은 이표민의 현재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학교엔 각기 다른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있다”며 “그 친구들을 도와주러 갔는데 오히려 내가 힐링 받고 왔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만나며 배우이자 한 사람으로의 지향점도 다시 그렸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로 몸이 불편해도 아이들은 정말 희한하게 노래를 좋아하더라고요. 노래를 하면 따라 부르고 자연스럽게 같은 마음이 돼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그동안의 난 주어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