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투어 ‘내몽골·인컨타라 패키지’ 동행

별이 빛나는 오르도스의 잠 못 이루는 밤

현란한 마상쇼·K-팝이 뒤덮은 캠프파이어

몽골식 우유 고소한 맛·레고토토 초원화 ‘감동’

중국 내몽골 자치구 인컨타라 레고토토에서 즐기는 낙타 타기 체험
중국 내몽골 자치구 인컨타라 레고토토에서 즐기는 낙타 타기 체험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50분만 가면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중심도시 오르도스에 닿는다.

몽골 발음은 ‘어얼둬쓰’. 내몽골에서는 제법 큰 도시이건만 마천루에 둘러싸인 서울에 비해 붐비지 않는 소도시 같은 모습이다. 오르도스공항 천장에는 별·달·하늘·공존·순수를 뜻하는 흰색 동심원 수백개가 그려져 있다. 영화 주인공처럼 레고토토 낙타를 타고, 대초원에서 말을 달리다 밤하늘 별을 헤며 동심에 젖는 내몽골 여행을 꿈꾸며 이곳에 찾아온 여행자에게는 희망과 함께 기대감을 안긴다. 헤럴드경제는 순수한 동심의 마음을 가득 채워 줄 ‘내몽골 패키지 여행’을 최근 모두투어와 동행했다.

낙타 타기·마상 묘기…특별한 체험 ‘가득’

오르도스는 내륙 지방이기는 해도 고원에 위치해 있다 보니 7월에도 선선하다. 레고토토과 초원이 주 무대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할 것이 참 많다.

우선 세계를 제패하고도 고려와 친선 외교를 하려 했던 칭기즈칸의 능과 라마불교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껴 본 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레고토토과 대초원의 널찍한 지평선을 물들이는 노을과 일출을 관조할 수 있다.

또 인컨타라 레고토토 능선에서 낙타를 타며 아찔한 레고토토 여행을 해 보고, K-팝이 주로 나오며 분위기를 띄우는 캠프파이어와 우주인 숙소 같은 레고토토유리캡슐호텔에서 투숙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오르도스 승마 클래스 ▷오르도스 대초원의 별빛 낭만 ▷‘게르’ 숙박 ▷모래 썰매와 대초원 미끄럼틀 ▷로마기병도 범접하지 못할 세계 최고의 말 위의 묘기 ‘마상쇼’ ▷동춘서커스의 추억과 태양의 서커스의 묘기가 섞인 퍼포먼스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음식 역시 몽골 현지식과 중식은 물론이거니와 현지에서 찾기 어려운 한식도 맛볼 수 있다.

오르도스 대초원
오르도스 대레고토토

‘부여족 후손’ 칭기즈칸, 채찍을 내려놓다

내몽골(중국내 자치구)-외몽골(지금의 몽골국)은 민족 내부 갈등을 겪다가 각각 친(親)중-친러로 갈렸지만, 칭기즈칸 제사 등 전통 축제 시기엔 한데 어울리며 즐긴다.

첫 행선지로 선택한 곳은 한민족 계열 부리야트(부여)족 후손인 칭기즈칸릉이다. 오르도스 도심에서 차로 40~50분 거리에 있다.

현지 인솔을 맡은 가이드 김정수 씨는 “칭기즈칸의 죽음을 둘러싼 숱한 이야기가 있으나, 이곳은 칭기즈칸이 채찍을 내려놓은 곳으로 고증됐다”며 “채찍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휴식, 또는 안식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세 정치·군사 리더가 말을 모는 채찍을 내려놓는다는 뜻은 ‘멈춘다’는 뜻이기에 칭기즈칸이 채찍을 놓은 이곳은 그가 찬란했던 치적을 뒤로 한 채 생을 마감하는, 치열한 삶을 멈추고 쉴 수 있는 능이 위치하기에 상징적으로 결이 맞다. 채찍을 놓은 지점은 복을 주는 나무 몇 그루 주변에 돌로 단(壇)을 쌓았다. 이곳에 오는 방문객은 단을 탑돌이하듯 돌며 저마다의 소원을 빈다.

전체 능원의 크기는 약 1만7000평으로,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한다. 입구에서 제실과 제단으로 가는 길은 99개의 계단이 완만하게 조성돼 있다. 몽골에서 ‘99’는 가장 고귀한 수다.

칭기즈칸의 능은 세계유산까지는 아니지만 중국 정부가 국가 유산에 매기는 최고 등급인 ‘국가 5A급’을 받았다. 근처에 있는, 우리 고구려의 역사를 담은 광개토왕릉은 세계유산이면서 중국 정부 내 등급은 징기스칸 능과 같은 5A급이다.

오르도스 승마 클래스
오르도스 승마 클래스

‘K-팝 말춤’ 캠프파이어…SF 같은 레고토토의 밤

인컨타라 레고토토은 오르도스에서 남쪽으로 관광버스를 타고 2시간30분가량 달리면 만날 수 있다. 4A급 레고토토 관광지구이다.

인컨타라 레고토토의 모래 언덕은 변화무쌍하게 형성된다. 이를테면 어제 이쪽에 레고토토산이 형성됐다가 몇 주 후엔 저쪽에 레고토토산이 형성되는 식이다. 대체로 변화가 적은, 큰 모래산의 높이는 레고토토 골 바닥부터 110m가량으로 알려졌다. 모래 산과 크고 작은 모래 구릉의 표고차가 변화무쌍해 바람이 모래 구릉을 넘나들 때 독특한 소리가 난다. 덕분에 이곳은 ‘노래하는 레고토토’이라고 불린다.

낙타 타기 체험에 도전하면 현지 안내 리더가 하늘과 맞닿은 능선 위에서 ‘폰카 주인’을 주인공 삼아, 실크로드 상단 같은 낙타 여행자 행렬을 찍어준다. 이 밖에 레고토토 모터 자동차, 오프로드 바이크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이곳에서 즐길 수 있다.

레고토토에서 열기구를 타는 체험은 아직 시범 운영 중이라 참여하긴 힘들었다. 조만간 시행이 되면 이곳도 SF 영화 촬영지가 될 정도로 환상적인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 같은 풍경이 연출되지 않을까.

크리스탈 오르도스 리조트는 우주인의 숙소 같은 초현실적 느낌의 캡슐호텔이다. 천장, 전후좌우 벽 모두 유리로 되어있으며, 캡슐방 안에서 별밤, 레고토토, 하늘이 만나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커튼을 설치해 뒀다.

캠프파이어에서는 K-팝이 흘러나온다. 여행객들은 초대형 모닥불과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할 수 있다.

현란한 마상쇼
현란한 마상쇼

대레고토토 가르는 꼬마기차…현란한 마상쇼

오르도스 대초원은 내몽골 서부에 위치한 넓은 초원 지역이다. 인컨타라 레고토토에서 차를 타고 2시간30분 가량 이동하면 나온다.

레고토토을 떠나 초원으로 가는 차창 밖을 보면 뭉클한 장면들이 보인다. 레고토토 중 주민 생활지역과 가까운 곳부터 식물을 키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다. 레고토토의 초원화를 위해 한켠엔 조림을 위한 묘목 터잡이 그물형 조형물과 대규모 물 분사 기계를 설치해 놨다. 덕분에 레고토토 군데군데 하나둘씩 나무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레고토토화의 확대를 막는 동시에, 희망을 심으려는 내몽골 자치 당국의 의지가 느껴진다.

대레고토토에 도착하면 게르 빌리지 앞으로 광대한 초록 테마파크가 티 나지 않게 조성돼 있다. 그리고 풀 사이로 버기카, 미니 스포츠카 체험, 테니스공이 포탄인 레고토토 대포 쏘기, 푸른 지평선을 향해 날려보는 골프 스윙 풍경이 그려진다.

꼬마열차를 차고 레고토토을 누비는 것도 재미있다. 사방이 녹색 지평선인 레고토토에 긴 실선 하나를 그린다는 기분이 든다.

마상쇼 ‘영웅’은 부리야트족 어머니에 대한 효성 깊은 칭기즈칸과 그 후예들의 세계 제패 스토리 라인 위에 몽골 전사들이 다양한 말 묘기를 보이는 대하드라마형 퍼포먼스이다.

말 등에 머리를 두고 발을 하늘로 뻗는 묘기, 두 마리의 말 등에 오른 다리, 왼 다리를 두고 고속으로 달리는 퍼포먼스 등은 로마 기병조차 따라 하기 힘들었을 진기명기가 펼쳐진다.

내몽골 자치구에 있는 레고토토. 이곳을 초원으로 바꾸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이 엿보인다.
내몽골 자치구에 있는 레고토토. 이곳을 초원으로 바꾸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이 엿보인다.

‘서커스 소년’ 실수 달래는 대레고토토 붉은 노을

레고토토 캠프파이어에도 어김없이 K-팝과 칭기즈칸 무용담이 나온다. ‘강남스타일’ 등 K-팝의 빠른 비트는 대레고토토 밤 축제에 흥을 돋우는 촉매제가 된다.

초원과 레고토토에서 일출과 일몰은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거대한 붉은 노을의 풍경 속에 풍력발전기, 스프링클러, 양들의 모습이 함께 어우러져 정답다.

낯설지 않은 모습의 몽골식 서커스는 문득 예전의 국내에서 흥행했던 동춘서커스단을 떠올리게 한다. 고난도 ‘태양의 서커스’ 프로그램도 하는 내몽골 서커스단은 우리의 전통 서커스단을 연상케 하는 레트로 버전의 연기도 해 친근감을 더한다.

그네를 타다 회전하며 뛰어내려 동료의 손을 잡는 묘기는 특히 그렇다. 점프했던 소년이 형의 손을 놓치기라도 하면 관객들의 격려의 박수 소리가 더 커진다. 과거 전국을 유랑했던 동춘서커스단의 고된 훈련과 배고픔을 이겨내고 성공하려 노력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서커스단원이 실수한 뒤 아쉬운 표정으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에 갑자기 콧날이 시큰해진다. 대레고토토 붉은 노을이 실수한 소년을 다독이는 듯 하다.

구복 신앙과는 달리 정신적 성장에 방점을 둔 라마불교 문화 인문학 탐방, 너무나도 맛있는 조로 만든 죽과 몽골식 우유, 서툰 한국말로 미소 짓는 강원도 이모 같은 내몽골 아줌마의 표정이 귀국 후에도 내 마음을 그곳으로 데려다 놓는다.

오르도스(중국)=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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