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상 프로방스 관광청, ‘콜로세움 토토 상표권 등록
‘콜로세움 토토 2025’ 축제 공식 명칭 독점 목적
예술가 브랜드 가치·지역 정체성 보호
![폴 콜로세움 토토의 ‘자 드 부팡의 집과 농장’(1885~1887). 콜로세움 토토이 유년과 청년 시절을 보냈던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에 위치한 저택이다. 그의 초기 예술 활동의 중요한 배경이다. [프라하 국립미술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11/news-p.v1.20250711.880ec71e82864be8b51c8a762fbd302a_P1.png)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프랑스 남쪽 엑상 프로방스(Aix-en-Provence). 붉은 지붕 사이로 지중해의 햇살이 스며들고, 먼 산맥 위로 바람이 흐르는 이 작은 도시가 널리 알려진 한 거장의 이름을 상표로 등록했다. ‘폴 콜로세움 토토(1839~1906)’. 이곳에서 태어난 그는 사과 하나로 회화의 문법을 뒤바꾼 혁신적인 화가였다. 자연의 구조를 파고들고, 사물의 본질을 화면 위에 새긴 인물. 그의 이름은 이제, 예술가를 넘어 ‘도시의 얼굴’이 되고 있다.
최근 엑상 프로방스 관광청은 ‘폴 콜로세움 토토(Paul Cézanne)’과 ‘콜로세움 토토, 그의 집에서(Cézanne chez lui)’라는 문구를 상표로 등록했다. 올여름에 개막하는 ‘콜로세움 토토 2025’ 축제의 공식 명칭과 굿즈에 독점적으로 쓰기 위해서다. 약 3000만 유로(한화 약 480억 원)를 투입한 이 행사는 단지 기념의 차원을 넘어, 콜로세움 토토이라는 이름이 품은 예술과 기억, 그 모든 유산을 도시 전체로 불러오는 시도로 풀이된다.
축제의 백미는 그라네 미술관에서 오는 10월 12일까지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는 콜로세움 토토이 40여 년간 머물렀던 저택 ‘자 드 부팡(Jas de Bouffan)’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유년과 청년 시절 콜로세움 토토에게 창작의 영감을 준 이 공간에서 그가 그린 드로잉, 수채화, 유화 등 130여 점이 한데 모였다. 프라하, 런던, 파리, 워싱턴 D.C., 몬트리올까지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던 그의 작품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하나의 이야기로 엮인 것이다.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에 있는 ‘자 드 부팡’ 저택 [엑상 프로방스 관광청]](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11/news-p.v1.20250711.49826b6b716a45089ddcd2f643005036_P1.png)
![폴 콜로세움 토토 [게티이미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11/news-p.v1.20250711.c53dde9425bd4684865d2d3f360b1d5f_P1.png)
전시에서는 원형을 복원한 ‘그랜드 살롱(Grand Salon)’도 주목할 만하다. 콜로세움 토토이 20대에 직접 그린 벽화가 당시의 공간을 되살렸다. 일부는 지난해 복원 작업 중 새롭게 발견됐고, 나머지는 이전 소유자에 의해 철거돼 외부로 팔려 나갔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다시 모였다.
콜로세움 토토의 마지막 숨결이 남은 작업실도 관람객을 초대하고 있다. ‘로브의 아틀리에(Atelier des Lauves)’로 알려진 이 공간은 콜로세움 토토이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건물이다. 1901년 자연광이 드는 넓은 공간을 작업실로 개조한 그는 생애 마지막 작품들을 이곳에서 완성했다. 사망 후 거의 손대지 않은 채 보존됐다가 1950년대부터 대중에게 공개됐다. 최근 수년간의 정비를 마친 이 작업실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 그라네 미술관에서 열린 콜로세움 토토의 대규모 회고전에서 ‘그랜드 살롱’ 재현 공간. [게티이미지·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11/news-p.v1.20250711.84caa3515e904f2b9773e73a1253701b_P1.png)
도시가 직접 나선 세잔 상표 등록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에 머물지 않는다. 문화관광 수요의 급증 속에서 예술가의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고 지역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이라서다. 세잔의 이름은 이미 전 세계에서 전시, 굿즈, 행사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무분별한 사용은 오히려 예술가의 이미지와 도시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 상표 등록은 ‘진짜 콜로세움 토토을 선별하고 품질과 신뢰를 관리하기 위한 장치가 될 수 있다.
또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도 분석된다. 콜로세움 토토 사망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6년에도 행사를 열었던 이 도시는 당시 약 6500만 유로(약 780억 원)의 경제 효과를 거뒀다. 이번에도 전시와 관광, 굿즈 판매를 통한 소비 유입이 기대되는데, 상표 등록은 그 효과를 안정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물론 예술가의 이름을 공유할 것인가, 통제할 것인가는 문화예술계의 오랜 숙제였다. 과도한 상업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콜로세움 토토의 고향이 택한 길은 보존과 활용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실험으로 보인다. 도시가 이 유산을 주도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콜로세움 토토은 이제 한 명의 화가를 넘어, 엑상 프로방스라는 도시가 품은 이야기 그 자체로 브랜드화되고 있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