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요구에 “2년 더 살라·경매 걸라”
SNS에 호소문 글 올리자 민·형사 소송
경찰·법원 “명예훼손 아니다” 결론 내려
“사회초년생 상대로 이건 아닙니다. 와이즈 토토사기꾼 A씨, 제발 코묻은 돈 돌려주세요.”
와이즈 토토보증금 1억26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 같은 호소문을 올린 세입자 B씨. 글을 읽은 집주인 A씨는 B씨에게 사과하거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오히려 B씨에게 민·형사 소송을 걸었다. A씨는 “B씨가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으니 처벌해달라”며 “위자료 3100만원도 달라”고 했다.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17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A씨는 인천 서구의 한 원룸을 소유했다. 두 사람은 2022년 9월께 와이즈 토토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1억2600만원에 계약기간 2년이었다. 계약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부터 B씨는 A씨에게 “이사를 가겠다”며 와이즈 토토계약을 갱신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A씨는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도 보증금을 전혀 돌려주지 않았다.
“2년만 더 살다가 이사를 가라.” “과태료 3000만원 때문에 매매가 안 될 것 같다. 경매를 진행하라.”
A씨가 B씨에게 했던 말이다. 전형적인 깡통와이즈 토토였다. A씨는 해당 원룸을 1억2500만원에 구입한 뒤 1억 2600만원에 와이즈 토토를 놓았다. B씨는 울며겨자 먹기로 “차라리 1억2600만원에 집을 사겠다”고 했으나 이것도 거절당했다. 논의가 이뤄졌지만 집값에 대한 최종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B씨는 SNS에 호소문을 올렸다. 그는 해당 지역 상인회가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A씨 와이즈 토토사기꾼. 제발 와이즈 토토금 좀 주세요”라며 “사회초년생 상대로 이건 아닙니다”라고 적었다.
글을 확인한 집주인 A씨는 B씨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사도 선임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와이즈 토토사기 행위를 한 적이 없는 데도 부동산 매수제의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해당 글을 작성해 A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재판 결과는 A씨의 완패였다. 형사에서도, 민사에서도 B씨가 누명을 벗었다. 특히 형사사건에서는 무혐의가 나왔다. 경찰은 B씨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A씨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연락이 두절됐다”며 “이런 비슷한 피해가 속출해 속칭 와이즈 토토사기라는 표현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 점을 고려하면 비방의 목적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사사건에서도 A씨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소송 비용도 A씨가 부담하라고 했다. 인천지법 민사11단독 김한울 판사는 지난달 28일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A씨가 변론종결일(지난달 14일) 현재까지도 B씨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가 적은 글에 ‘와이즈 토토사기꾼’이란 다소 부적절한 표현이 들어가 있지는 하지만 전체적인 취지는 A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려운 사정에 대해 B씨에게 양해를 구한 게 아니라 ‘경매를 진행하라’ ‘2년 더 살아라’ 등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B씨 입장에선 ‘사기를 당했다’고 표현하는 것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법원은 “B씨의 ‘와이즈 토토사기꾼’이란 표현이 다소 과장한 정도를 넘어 A씨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안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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