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2082열차 퍼스타 토토 동행 취재기

30년 베테랑 김성관 퍼스타 토토 인터뷰

퍼스타 토토 업무 대부분 ‘승객 안전’에 집중

서울 지하철 퍼스타 토토님들, 안전 위해 이런 것도 하시는 군요!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철커덩, 철커덩.’ 2호선 열차가 아침을 달렸다. 칠흑같은 터널을 지나 빛이 쏟아지는 지상구간을 만나고, 다시 어둠속으로 열차는 들어간다. 열차는 강남에서 강북으로, 다시 강남에서 강북으로 서울을 돌고 돈다. 지난해 기준 2호선이 하루에 나른 승객수만 196만명이다. 헤럴드경제가 2호선 운전실에 올라, 퍼스타 토토 김성관(55) 씨와 아침을 함께 했다. 최근 한 퍼스타 토토가 지하철내 방화가 대형참사로 번지는 것을 막은게 계기가 됐다. 퍼스타 토토의 임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승객 안전’이다.

지난 17일 오전 8시 21분 신도림역. 2082번열차가 승강장에 도착하고 있다. 김 씨가 교대할 열차다. 열차가 정차하자 30대 후반의 젊은 퍼스타 토토가 새벽일을 마치고 운전실을 나온다. “수고했다.” 젊은 퍼스타 토토의 등을 두드리며 김 씨가 운적석에 들어선다. 이제 김 씨는 승강장에 오른 순간부터 3000명이 넘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 된다.

운전석에 앉은 김 씨가 뒷쪽 운전실의 차장과 교신하며 승조확인을 한다. “○○아. 잘들리나. (잘들립니다). 오케이 수고.” 1~4호선은 2인 승무제로 운영된다. 퍼스타 토토와 차장은 한팀이다. 차량 앞칸 운전실에 퍼스타 토토가, 차량 뒷칸에는 차장이 탄다. 차장은 열차 문을 여닫는 역할을 한다. 5~8호선은 1인 승무제로 운영된다.

퍼스타 토토의 업무 대부분은 승객 안전 확인…승하차 승객 안전에 가장 많은 에너지 쏟는다

서울지하철 2호선 퍼스타 토토 김성관(55)씨가 열차 운행을 하고 있다. 박병국 기자
서울지하철 2호선 퍼스타 토토 김성관(55)씨가 열차 운행을 하고 있다. 박병국 기자

운전석에 앉은 김 씨의 침묵이 무겁다. 왼쪽 모니터와 운전실 밖 폐쇄회로(CC)TV를 번갈아 주시한다.

“승하차 확인, 출발 진행. 닫힘, 출발” 지적확인을 한 김씨가 녹색 불이 켜진 두개의 출발 버튼을 동시에 누른다. 열차는 칠흑같은 터널을 밝히며 다음 행선지인 문래역으로 미끄러져갔다. 지적확인은 손가락으로 지적하며 구호를 입으로 외는 것이다. 승객안전을 위해서다. 퍼스타 토토의 업무는 승객안전 확인에 집중된다. “가장 집중력이 필요한 시간은 승하차 할 때입니다. 퍼스타 토토 에너지의 대부분을 쓴다고 할 수 있어요. 모니터로 승객들의 승하차 상황, 끼임 상황을 다 살펴야 합니다. 순식간에 해야 되는 일입니다. ”

열차가 출발하자 긴장이 풀리고, 운전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1.5평 규모의 공간의 운전실은 각종 제동장치와 모니터로 가득 차 있다. ‘제동변 핸들’이 눈에 띈다. 자동차로 치면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다. 2011년 부터 도입된 ‘열차 자동 운전’ 시스템 이후 쓸 일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비가오거나 날씨가 궂을 때는 관제의 승인을 받아 사용을 하기도 한다. 차량을 차고지로 몰고 갈때도 쓰인다.

플랫폼을 비추는 모니터도 중요하다. 김 씨는 이 모니터로 승하차시 승객들의 안전을 확인한다. 비상시, 객실 화면으로 바뀌기도 한다. 각 객실에 있는 2대의 CCTV와 연결된다.

운전석 오른편의 모니터는 2호선 노선도와 현재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김 씨는 이 화면과 운전석 앞에놓인 ‘2호선 열차운전시각표’을 매번 확인하며, 열차 운전시간을 체크했다. 열차운전 시간표에는 2호선 역명과 함께 ‘1:30’, ‘1:00’, ‘2:00’ 등 초 단위의 운전시간, 그리고 차량 도착시각이 빼곡히 적혀 있다.

열차가 문래역에 닿았다. 차가 멈춰서자 김 씨는 우측에 있는 전광판을 살폈다. ‘양호’라는 표시가 떴다. 승하차 위치에 정확히 정차했다는 뜻이다. “양호 불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차를 수동으로 움직여야 해요. 승하차 위치에 맞춰야 되거든요. 가끔 기기 오류나 견습 퍼스타 토토들이 하는 실수가 있지만, 그런 경우가 발생하는 일이 많지는 않아요.”

퍼스타 토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주의력을 흐트릴 수 있는 모든 행위는 금지된다. 대표적인게 핸드폰 사용이다. 운행시간에는 ‘승무원 지킴이 앱’이 가동돼 모든 어플리케이션은 차단 된다. 전화도 비상시에만 사용 가능하다. 이 때도 관제실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음주측정과 간이 건강검사는 매일 한다. 승무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다. 승무사무소 운영부장이 그 일을 맡는다. 전날 술을 마셔 알코올이 남아 있을 경우, 운전실에 오를 수 없다.

열차는 달려 지상 구간인 당산역으로 미끄러져 갔다. 운전실이 순식간에 빛으로 가득찼다. ‘철커덩. 철커덩.’ 당산 철교 너머 한강이 보인다. 김씨의 표정이 달라졌다. “계속 지하에 있으면 답답하잖아요. 지상으로 오면 시야가 트이면서 청량감이 느껴져요. ” 김 씨의 말이 이어진다. “열차 운전실에서 보이는 풍경도 많이 바뀌었어요. 서울의 건물들이 지하철 2호선을 따라 들어섰잖아요. ”

30년간 2호선만 탄 퍼스타 토토 김성관 씨 “승객들 보며 힘 얻는 경우도”

서울지하철 2호선 퍼스타 토토 김성관(55) 씨. 박병국 기자.
서울지하철 2호선 퍼스타 토토 김성관(55) 씨. 박병국 기자.

김 씨는 30년을 2호선과 함께 했다. 1995년에 서울메트로로 입사한뒤, 13년은 차장으로 2호선 열차 뒷편에 탔다. 그리고 올해까지 17년째 퍼스타 토토로 열차를 운전하고 있다. 38만6000㎞ 무사고 운전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퍼스타 토토를 하고 싶었어요. 아버지 친구분이 철도 관련 일을 해서,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무엇보다 ‘낭만’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상경계열 쪽을 전공했는데 결국 꿈을 쫓아 퍼스타 토토가 됐습니다. 자긍심을 가질만한 직업입니다.”

충북 영동 출신인 김 씨는 2호선을 따라 서울에 정착했다. “서울메트로에 입사하고, 봉천역 근처에 집을 얻었어요. 집 가까이 2호선이 있어서 여기서 일하게 됐어요. 입사 이듬해인 1996년,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어요. 신림역에서 을지로입구역으로 출퇴근 하던 사람이었어요. 지금 까치산역에 살고 있는데, 아이들도 줄곧 2호선을 타고 다녔네요. 하하”

퍼스타 토토 아버지를 둔 덕에 김 씨 가족은 특별한 추억을 공유한다. 자부심도 상당하다.

“딸이 초등학교 5학년일 때, 학교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학교에 와서 아이들에게 퍼스타 토토에 대해 강의를 해달라는 거였어요. 강의 후에 딸이 ‘아빠, 애들이 대하는게 그 전이랑 달라졌어’라고 했어요. 그럴 때 보람을 느끼죠. 딸들이 아빠가 모는 열차 출발 시간을 묻고, 가끔 객실에 타기도 한답니다.”

다양한 승객을 만났다. 진상고객도 있었고 고마운 승객도 있다. “너무 덥다고 운전실에 들어온 승객이 있었어요. 지하철 내 에어컨이 없던 시절이었어요. 그 승객이 운전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저를 보더니, 그냥 돌아가더라구요.” 지금은 객실에서 운전실 문을 열지 못한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차장과 가까운 곳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차장이, 퍼스타 토토와 가까운 곳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퍼스타 토토가 출동한다. 관제실에서 119에 신고 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승객들이 직접 신고를 하기도 한다. 김 씨도 간질로 객실에서 쓰러진 환자를 돌보느라 열차 운행이 지연된 적이 있다. 규정상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차는 출발하지 못한다.

승객들을 보고 힘을 얻기도 한다. “딸들에게 새벽 5시 30분 신도림 첫 차를 한번 타보라고 해요. 대림역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전율이 느껴져요. 그 긴 플랫폼이 사람들로 꽉 차요. 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

승객 안전 위해 생리문제 해결도 제한적… 운전실에는 간이 화장실도

군자 차량기지에 정차한 열차와 퍼스타 토토 김성관(55) 씨. 박병국 기자
군자 차량기지에 정차한 열차와 퍼스타 토토 김성관(55) 씨. 박병국 기자

선망하던 일이었지만 일이 고될 때도 많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고, 무거운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라 스트레스도 크다. 지금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되며 줄었지만, 과거에는 열차에 뛰어들어 사망한 사람 시신을 기관사가 함께 수습 했다. 열차가 지연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홀로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공황 장애를 호소하는 기관사도 꽤 있다. 일부 퍼스타 토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열차는 달려 구의역에 다다르고 있었다. 김 씨는 승강장 한켠을 가리켰다. 기관사 전용 화장실이다. 퍼스타 토토 마음대로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 운전실을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운전실 벽면에는 간이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다만 이를 사용하는 퍼스타 토토 많지 않다.

“민감한 직원들의 경우, 생리 현상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운행하기 전 식사를 거르기도 해요. 열차를 타기전에 몸을 다 비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2호선에는 구의역과 신대방역 두곳의 승강장에 퍼스타 토토 전용 화장실이 있다. 이 화장실을 이용할때도 관제실의 허락이 필요하다.

아찔한 순간도 있다. 4년전의 일이다. 대림역 철로에서 불이 났을 때다. 화재 수습으로 철로에 있다가,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전방주시를 하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 한 순간이었어요. 대림역 진입전에 철로에 사람이 보였어요. 경적을 울리고, 열차를 세웠어요. 피하던 그 분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저는 아직도 만명 중에서도 그 사람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어요. ”

오전 9시 51분. “신도림역 진입. 정차 양호. 출입문 열림. 승하차 확인.” 김 씨와 이런 저런 애기를 하는 동안 2호선 열차는 어느새 서울을 한바퀴 돌았다. 43개의 역을 지날때마다 외쳤던 지적확인은 업무가 끝날때까지 이어졌다. 열차는 김 씨가 처음 출발했던 신도림 역에 진입하고 있었다. 출발한지 1시간 반만이다. 이제 열차는 마지막 종착지인 성수역으로 향한다.

10시 31분, “우리 열차의 마지막 역인 성수역 입니다.” 차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전 임무가 마무리 될 시간이다. 승객들의 하차를 확인한 김씨는 마스콘 키를 뽑아들었다. 마스콘 키는 차량 시동을 걸때 필요한 열쇠다. “이제 바꿔탑니다.” 김 씨가 텅 빈 객실을 가로 질러 열차 반대편 운전실로 향했다. 오전 시간대라 그런지, 잠을 자느라 하차를 놓친 승객은 없다. 열차를 가로 질러 가는 동안 승객이 흘리고간 지갑도 발견됐다.

김 씨와 함게 반대편 운전실에 올라탔다. 이 열차는 안전점검을 위해 군자 차고지로 향해야 한다. 마스콘 키를 꽂자 시동이 걸린다. 김씨는 열차를 몰고 군자차량기지로 향했다.

성수역을 출발한 열차가 차량기지에 도착하고 있었다. 차량 기지 안으로 들어온 열차는 천천히 차고지로 향했다. “열차 움직입니다. 열차 움직입니다.” 김 씨는 서행을 할때마다 “열차 움직입니다.”를 외쳤다. 이때는 차량 점검요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군자 차량기지 차고지에 정차한 시간은 10시 41분께. 김씨의 오전 업무가 마무리 됐다. 김 씨는 이제 4시간을 쉰 뒤 오후에 다시 열차에 오른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냐는 말에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온다.“딸들에게 ‘아빠는 퇴직 할때까지 무사고로 운전을 했어’ 이 말을 전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