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포디움에 오르자마자 바로 훅 치고 들어왔다. “6·25전쟁 발발 75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는 그 폐허의 땅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선진국이 되었고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Give)나라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위대한 국민답게 뜨거운 박수와 우뢰와 같은 함성을 보내주세요.”

클래식 공연장이 늘 그렇듯 조금은 어색하게 점잖은 박수로 그녀를 맞이했던 관중들은 ‘그래도 되나’ 하면서도 긴장을 풀고 열렬한 박수와 함성을 쏟아냈다.

분위기가 확 뜨거워졌지만 그녀는 한마디를 더 얹었다. “우리 동네 복지회관 공연도 이보다는….” 왁자지끌 웃음, 박수, 함성이 터졌다. 그렇게 무장해제된 관중들은 김봉미가 지휘하는 베하필하모닉토토사이트 fa의 제15회 정기연주회 ‘Give(4일 예술의 전당)’를 느긋하게 즐기기 시작했다.

첫 곡 ‘잇츠(it’s) 아리랑’은 한으로 한을 녹이고 그 한을 흥의 경지까지 올린 우리의 소리였다. 풀 편성의 서양 토토사이트 fa도 어쩌지 못하는 한국적 느낌과 선율이 처연하면서도 쿨했다. 중간 어디쯤에서는 아리랑인지 신세대 곡인지 헷갈리기도 했지만 클라이맥스에서 터져 나오는 국악적 리듬은 ‘그래, 이게 바로 아리랑이지’였다.

‘와’ 소리와 끝없는 박수갈채, 모두들 진심이었다. 관객은 냉정하다. 박수를 부탁해도 연주가 시원찮으면 건성으로 두어 번 치고 만다.

토토사이트 fa 모든 시름을 잊게하는 이영섭의 ‘만파식대금’, 피리는 혼자이면서도 구슬프고 애잔한 곡조로 오케스트라를 멋지게 휘저으며 오르내렸다.

전쟁 음악 최고봉인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과 ‘교향곡 제4번 f단조 작품번호 36’의 3·4악장’은 웅장했다. 토토사이트 fa는 어느 곡에서든 마지막 파트를 샤우팅하듯 우렁차게 마무리하며 ‘기부 대한민국’이 걸어온 어제의 아픔, 오늘의 평화, 내일의 희망을 펼쳐냈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 되어 요동친 90여 분. 공연장은 또 요란한 함성속에 파묻혔지만 끝이 아니었다. 다시 시작이었다.

군가 ‘전선을 간다’로 포화 속에 산화한 우리 젊은 영웅들을 가슴속에 묻자 클래식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솔로 드럼’이 저 혼자 아우성치며 사람들을 잔치 마당으로 끌고 나갔다.

지휘자는 “댄스곡 일곱”을 외치며 ‘헝가리 무곡’ ‘라 쿰파르시타’ ‘선샤인 삼바’ ‘리베르탱고’ ‘강남스타일’을 쉴 새 없이 토해냈다.

김봉미는 지휘인듯 춤사위인듯 격정적으로 지휘봉을 날리며 어깨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관객들도 그 지휘에 맞춰 ‘머리 위 박수’를 치며 들썩들썩 ‘앉은 춤’을 췄다. 그러면서 “클래식 공연이 이렇게 쉽고 재미있을 줄 몰랐다”며 좋아했다.

매력적인 카리스마의 김봉미는 재치·유머·촌철살인의 곡 해설로 일가를 이룬 독보적 ‘클래식 MC’다. 전통의 헝가리 국제 지휘 콩쿠르 여성 최초 입상자로, 당시 심사위원장은 “그녀의 음악을 들으면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극찬했다. 독일 에센국립음대 피아노과, 독일 데트몰트국립음대 지휘과 학석사를 모두 수석으로 마쳤다.

‘박제된 클래식 음악’을 거부하며 클래식의 대중화와 K-오케스트라의 세계화를 목표하는 그녀. ‘봉마에’의 ‘춤추는 토토사이트 fa가 관객들의 바람대로 계속 터져야 한다.

이영만 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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