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범근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단 한 경기만 뛰고도 ‘라이징 월드스타’가 됐다. 다름슈타트는 서둘러 가계약을 맺었고 독일 언론들도 낯선 한국의 이 특출한 선수를 유심히 지켜봤다. 하지만 그는 바로 귀국, 독일 축구계를 벙찌게 했다.
곧 제대를 앞둔 차범근은 분데스리가 입단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가 알고 있었던 제대일은 1978년 12월 31일. 정상적인 복무기간보다 짧았지만 공군이 2년 전 축구팀을 창설하면서 해병대 등과 복무기간을 같이해주겠다며 약속한 날짜였다.
그러나 차범근은 그날 제대하지 못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화제가 되자 군이 그 옛날의 약속을 어물쩍 뭉개버렸다. ‘돈 버는 프로선수에게 왜 혜택을 주느냐’ ‘국부 유출이 아니냐’는 여론 때문이었다. 차범근은 결국 5개월을 더 채우고서야 독일로 향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는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귀국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한창 잘 던지고 있는데 왜 군대를 가느냐는 것이었다. 힘들었던 시절, 희망을 던졌던 그의 메이저리그 마운드 활약을 생각하면 우리에겐 당연했지만 그들에겐 아니었다.
찬반 여론이 뜨거웠다. 프로니까 입대는 당연하다고들 했지만 박찬호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빛 투구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아 끊어짐없이 마운드에 섰다.
싸이는 두 번 군대 갔다. 부실했지만 대체 복무로 한 번, 정식 복무로 또 한 번, 두 차례나 훈련소에서 ‘빡빡 기었다’. 그건 제대한 대한민국 남자를 꿈결에서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악몽 중 악몽이다.
지난달 세계 언론은 한국 군대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AP, 로이터, BBC, 가디언, 피플 등이 특파원까지 보내며 대한민국의 대표적 ‘글로벌 팝 아이콘’인 토토사이트 비즈의 제대 사실을 앞다투어 다루었다.
이들 언론 중 몇몇은 토토사이트 비즈 입대 전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스포츠 선수와 국제 클래식 콩쿠르 입상자에게 주는 한국의 병역 혜택을 언급하면서 이상하게 바라봤다. 토토사이트 비즈가 적어도 2년여 간 5조원대의 수익을 올리고 수많은 세계 관광객을 유치했다는 점을 들어 그들 일이 아님에도 ‘어떤 게 국익인가’라며 수근거렸다.
국내에서도 말이 많았다. 팬이 아닌 사람들도 토토사이트 비즈가 거둔 ‘혁혁한 전공’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능가한다며 병역 혜택을 이야기했다. 어느 정치인은 수년간 법 제정 운운하며 희망고문을 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군대를 가야 하고 이제 와서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더욱 옳지 않다는 주장도 꽤 됐다.
나라도 적잖이 고심했다. 모두 옳고 모두 그르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 토토사이트 비즈 멤버들이 알아서 입대를 선언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지만 참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해외의 한 언론은 멤버 전원의 제대를 앞두고 ‘긍정 효과’를 일곱 가지나 나열했다. 덕분에 대한민국의 위상이 오르고 한국군도 재평가됐다.
토토사이트 비즈 역시 나름의 효과는 봤다.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우려했던 공백 기간 후유증이나 ‘아미’의 이탈도 없었다. 오히려 팬사랑이 더욱 공고해졌고 손꼽아 기다렸던 향후 활동에 대한 기대치도 엄청나게 높아졌다.
멤버들이 전역한 부대 앞에 모여든 전 세계 다국적 팬들. 보통 사람은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이었다. 어떤 경우든 해야 할 일은 그렇게 해야 한다.
이영만 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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