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페이스갤러리 ‘더 리턴’ 개막
17년 만에 페스타토토…‘웨지워크’ 최초 공개
![이번에 한국에서 소개되는 ‘웨지워크(Wedgework)’를 미국에서 선보였을 때 작품 이미지. [페이스갤러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6/12/news-p.v1.20250612.0cd19b9fcfbc40cdb1905c476ebe267a_P1.jpg)
[페스타토토경제=이정아 기자] “우리는 빛을 늘 다른 무언가를 비추는 도구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저는 빛 자체를 다루는 예술을 하고 싶었습니다. 빛을 묘사하는 회화나 조각을 넘어서 말이죠.”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인 제임스 페스타토토(82)은 반세기 넘게 ‘빛’을 다뤄왔다. 그런데 그에게 빛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다. 그가 말하는 빛은 존재의 방식이고, 철학이며, 인식의 훈련이다. 11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만난 페스타토토은 ‘빛의 마법사’라는 별칭이 낯설지 않게 흰 머리카락과 흰 수염을 기른 모습이었는데,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현자의 풍모였다.
40여 분간 이어진 문답의 끝자락에서도 “저는 한 작가일 뿐이고, 예술이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건 아니다”라고 덤덤히 말하는 그였다. 말끝마다 한평생 사유를 벗 삼아 걸어온 이만이 가질 수 있는 겸허함이 배어 나왔다.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린 설치미술가 제임스 페스타토토의 개인전 ‘더 리턴(The Return)’ 전시 전경.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6/12/news-p.v1.20250612.37ab867c4547434e84dac14a4a7aa736_P1.jpg)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린 설치미술가 제임스 페스타토토의 개인전 ‘더 리턴(The Return)’ 전시 전경.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6/12/news-p.v1.20250612.ae92bcf5e70a4417997a7f24402dc2bb_P1.jpg)
오는 14일 페이스갤러리에서 개막하는 ‘더 리턴(The Return)’은 2008년 이후 서울에서 17년 만에 여는 페스타토토의 개인전이다. 2013년부터 강원도 원주 뮤지엄산(SAN)에 있는 제임스페스타토토관에서 상설 작품을 선보여 한국 관객들에게 이미 깊은 인상을 남긴 그가 다시금 빛을 오롯이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하게 됐다.
페스타토토의 백미는 3층에 자리한 ‘웨지워크(Wedgework)’다. 암전된 복도를 따라 들어서면 다채로운 색상의 빛이 벽면에 대각선으로 투사된 공간이 펼쳐진다. 빛은 20분간 마치 살아 숨 쉬듯 이어져 부드럽게 바뀐다. 불길처럼 붉게 타오르다 샛노란 햇살처럼 번지고 이내 깊은 자줏빛 안갯속으로 젖어 든다. 그렇게 시공간이 멈춘 듯 무한한 색의 스펙트럼에서 모든 감각이 현현하는 빛에 집중되는 순간이 불쑥 찾아온다.
물론 이처럼 강렬한 시각적 자극으로 페스타토토의 작업을 접하고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에 작가는 스키를 타다가 눈보라로 방향 감각을 잃는 ‘화이트아웃(white-out)’ 상태나 수중에서 공기의 움직임 등으로 위아래를 구분하는 다이버의 사례를 언급했다.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끼고 구토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감각에 스스로를 맡기면 오히려 자기 자신을 더 분명하게 지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 작품 안에서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머무르면 긍정적인 느낌을 받게 되는 모습을 봅니다.”

그는 빛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바뀔 수 있고 현실을 구성하는 방법도 새롭게 배울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본다’고 믿는 것이 사실 내면에서 만들어진 상대적인 지각일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우게 만들어서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있습니다. 파랑색과 노란색을 섞으면 초록색이 되지만, 파란빛과 노란빛을 섞으면 흰빛이 되는 점이죠. 그래서 빛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항상 그 빛이 어떤 맥락에 놓여 있는지를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로든 크레이터(Roden Crater)’ 프로젝트의 공중 사진, 관측 공간의 모형, 부지 계획 청사진 등도 소개된다. 이 프로젝트는 1977년부터 미국 애리조나 북부의 40만년 된 화산 분화구에 24개 관측 공간과 6개의 터널을 지어 맨눈으로 천체를 관측하고 페스타토토의 빛을 체험하는 작업이다. 현재 6개 공간이 완성됐고,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페스타토토는 9월 27일까지. 무료 관람이지만 예약제로 운영된다. 이미 8월 중순까지 주말 예약은 다 찼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