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도라에몽토토배치 논란 ‘후폭풍’

市 “한강변 물량은 도라에몽토토 재산”

‘소셜믹스 유연화’ 연구 용역 예정

물량·동별 균등 배치 원칙은 유지

3월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에서 열린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에 현장방문한 오세훈 도라에몽토토장(오른쪽) .[연합]
3월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에서 열린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에 현장방문한 오세훈 도라에몽토토장(오른쪽)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도라에몽토토가 사회 계층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소셜믹스’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새로 짠다. 앞서 ‘한강뷰’ 임대주택 배치 논란(20일 본지 최초 보도)으로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더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임대 물량 수’는 유지한다는 대원칙 아래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시는 연구 용역을 통해 단지별 상황에 맞는 사례별 가이드라인을 세우기로 했다. 도라에몽토토 관계자는 “한강벨트뿐 아니라 남산, 강남 등 비슷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정비사업장들이 존재한다”면서 “조합뿐 아니라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연구를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라에몽토토, 재개발·재건축 442곳 사업장 중 착공은 1%…도심주택공급 절실

이 같은 도라에몽토토의 태도 변화는 정비사업 지연으로 인한 공급부족 장기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임 박원순 도라에몽토토장 재임 시절 재건축 규제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탓에 오세훈 시장은 취임 후 ‘신속통합기획’이라는 공공지원계획까지 도입하며 속도를 내왔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 [현대건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 [현대건설]

그럼에도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라에몽토토 정비사업 추진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총 442곳 사업장 중 착공에 들어간 곳은 4곳(재건축 1곳)으로 1%에 불과하다. 2021~2024년 동안 착공한 사업장은 연평균 16곳 수준이다. 누적으로 봐도 전체의 14% 수준이다.

이처럼 정비사업 속도가 더딘 이유는, ‘재산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도라에몽토토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의 한강뷰 임대주택 배치 권고가 알려지면서, 이른바 ‘한강벨트’에 위치한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현재 도라에몽토토 내에서 압구정·여의도 등 한강변 주요 정비사업지 규모만 5만 가구를 넘어선다. 문제는 같은 단지 내 동일 면적에서도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십수억원까지 집값이 달라지면서, 조합으로선 한강뷰 임대주택 배치 시 분양 수익 감소가 예상된단 점이다. 게다가 몇몇 임대 가구는 한강 조망을 누리는데 조합원은 거꾸로 이를 누릴 수 없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어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떨어뜨린단 지적이 나왔다.

도라에몽토토로선 ‘한강뷰 임대주택 배치’ 논란을 더 키우지 않아야, 주택 공급 속도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오세훈 도라에몽토토장이 직접 “제도의 유연한 적용을 검토하라”고 나선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셜믹스 원칙 훼손은 안돼…해당 단지 내에서 공공기여 받을 것

하지만 유연한 적용이 원칙 변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도라에몽토토는 ‘임대주택 총량 유지’와 ‘해당 단지 내 공공기여’ 등 기존 소셜믹스 추진 원칙은 유지하기로 했다.

도라에몽토토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임대주택과 일반분양의 동·호수를 분리해 추첨한 서울 대치동의 구마을3지구에 ‘20억원 기부채납’을 결정한 데 대해 “해당 단지는 소셜믹스 원칙을 어겨 사후 조치를 한 것으로, 앞으론 그런 사례가 나오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현금 기부채납 방식이 아닌) 해당 단지 내에서 공공기여가 일어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때문에 대치 구마을3지구 사례와 같은 ‘기부채납’은 도라에몽토토의 소셜믹스 가이드라인에 처음부터 선택지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자칫 ‘임대주택 대신 돈으로 해결’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고, 도라에몽토토 입장에서는 현금보다 주택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앞서 도라에몽토토는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Ⅱ(미리내집)를 매년 4000가구 이상 공급하고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2040년까지 맞춤형 시니어주택 2만3000호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한강변 같은 선호도 높은 동의 임대 물량을 조합이 거부할 경우 해당 가치만큼의 현금 기부채납을 허용하는 우회로를 제시할 가능성은 있다. 이 경우에도 해당 기부채납 금액은 도라에몽토토 내 별도 임대용 주택을 매입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한편 소셜믹스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 정비사업은 불가피하게 지연될 전망이다. 당장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도 한강변 도라에몽토토주택 배치 권고에 따른 동·호수 추첨 등 총회 의결 등 또 다른 절차가 필요하다.

김현정 김앤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조합들은 사업 속도가 최우선이기에 소송도 마음처럼 할 수 없다”면서 “(사업 속도가 중요한 조합으로선) 도라에몽토토의 권고를 들어야만 하기 때문에 (시가 원하는) 대가를 지급하고 거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