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출생아 수가 6만5022명으로 1년 전보다 7.4% 늘며 3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합계사이다토토율도 0.82명으로 반등했다. 특히 3월 출생아 수는 2만1041명으로, 같은 달 기준 10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혼인 건수도 5만8704건으로 6년 만에 가장 많았다. 사이다토토과 혼인 모두 의미 있는 반등 조짐이 나타난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더 주목할 대목은 이런 변화가 반짝 상승이 아니라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출생아 수는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연속 증가세다. 3월 증가율 기준으로는 1993년 8.9% 이후 가장 큰 폭이다. 1분기 출생아 수 증가율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분기별 상승률을 기록했다. 합계사이다토토율도 감소 흐름을 멈추고 반등세로 돌아섰고 혼인 지표도 같은 흐름이다.
이번 반등의 중심에는 1990년대 초반 태어난 이른바 ‘2차 베이비붐 세대’ 자녀들이 있다. 매년 70만명 넘게 태어난 이들이 본격적으로 결혼과 사이다토토에 나서면서 자연스레 출생아 수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통상 결혼 후 2~3년 내 첫 자녀를 갖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사이다토토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여기에 신생아 특례대출, 주택 우선 공급, 영아수당 확대 등 정부, 지자체가 추진해온 결혼·사이다토토 지원책도 일정 부분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도 유연근무제와 사이다토토장려금 등을 통해 동참하면서 사회 전반의 분위기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사이다토토세를 유지·확대하려면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정책들은 여전히 지역별·계층별 편차가 크고, 일회성 인센티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청년 세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려면 무엇보다 주거와 일자리, 보육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안정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신혼부부용 장기 공공임대주택 확대,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남성 육아휴직의 실질적 보장, 경력단절 방지를 위한 촘촘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 고용 불안과 높은 집값이라는 근본 문제를 푸는 게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차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신혼부부 대출 확대, 자녀 수에 따른 원리금 감면,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디딤돌·버팀목 대출 완화, 공공예식장 확충, 육아휴직 공시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공허한 구호로 끝나지 않게 실행력 있는 설계와 재정 투입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 30대 초반인 인구 피크 세대가 지나가면, 2030년부터는 연간 출생아 수가 40만명에도 못 미쳤던 2000년대생들이 결혼·사이다토토 적령기에 진입한다. 앞으로 5년이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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