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운명의 날’ 스포츠토토안 가결 때 파장은

노동계 반발에 긴장감 고조

가구당 추가세금 2795유로

국민투표 패퇴땐 금리 폭등

EU “플랜B 없다” 연일압박

양자대출 등 상환논의 돌입

그리스의 국가 스포츠토토 여부가 29일 오후 2시(현지시간)에 판가름난다.

그리스 야당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노조는 48시간 전국 총파업을 벌이고 아테네 의사당에 몰려가 의원들의 진입을 봉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전날 아테네 시내가 폭력시위로 아수라장으로 변한 가운데 그리스 의회는 300명의 의원이 국운이 걸린 한 표를 던지게 된다.

집권 사회당은 과반이 넘는 155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격한 비난 여론을 감안한 소속 의원들의 반란으로 표 단속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공개 반대 의사를 밝힌 3명의 의원 중 1명만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28일 현재 4명은 기권 내지는 결정 유보 입장을 밝혀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를 난감하게 하고 있다.

총리는 그리스 의원들이 애국적인 결정을 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지만 공공노조의 총파업으로 철도, 항공, 여객선, 전기, 국책은행까지 마비된 그리스는 운명의 시간까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EU의 올리렌 경제ㆍ통화정책 담당 집행위원이 EU 차원의 플랜 B는 없다면서, 그리스 의회가 부결시키면 곧 그리스는 부도날 것임을 지적하는 등 EU 수뇌부도 스포츠토토안 가결 압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도 이날 스포츠토토안 부결은 국가 자살행위라고 맹비난하며 야당의 협력을 당부했지만 그리스 의회의 시계는 제로다.

▶가결돼도 험난=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더 우려스럽다. 이날 그리스 의회에서 스포츠토토안을 가결시켜도 30일 스포츠토토 시행안 가결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데다 다행히 두 법안이 모두 가결돼도 험로가 예상된다.

만약 가결되면 이번주 말인 7월 3일 유로존 재무장관 그리스 대책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5차분 120억유로 지급이 결정된다. 그리스는 일단 9월까지는 스포츠토토위기를 넘긴다.

이와 함께 EU와 IMF 공동의 1200억유로 규모 그리스 추가 지원 논의 역시 탄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래도 그리스 정부가 올가을까지는 넘겨도 연말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리스 파판드레우 총리 내각은 올 10월쯤에 정치 개혁 등에 대한 국민투표를 단행할 예정인데 추가 스포츠토토 및 증세로 280억유로를 마련하고 국유자산 매각으로 500억유로를 마련해 5년간 총 780억유로를 스포츠토토한다는 이번 스포츠토토안에 국민의 반대는 거세다. 일단 그리스 가구당 추가 세금 부담이 2795유로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츠토토안이 가결돼도 정부가 스포츠토토 정책을 실제로 집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투표에서 패퇴하면 파판드레우 총리는 총선을 새로 실시해야 하고 그리스 정국은 또다시 혼란에 빠져 금융시장에서 그리스 채권금리가 폭등하게 되는 악순환이 재연된다.

▶부결돼도 당장 스포츠토토는 없다=한편 로이터통신은 스포츠토토안이 부결돼도 당장 그리스 부도와 유로존 도미노 금융위기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U가 플랜 B는 없다며 그리스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미 EU 수뇌부에서 플랜 B를 준비 중인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스포츠토토안이 부결돼서 최악의 경우 IMF와 EU가 120억유로 5차분 지급을 거부해도 7월 국채 만기도래분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7월을 간신히 넘겨도 8월 20일 만기도래하는 66억유로는 갚지 못해 이날 부도에 빠진다.

이런 상황을 예상해 EU에서는 플랜 B로 EU의 양자대출이나 유로존 개별 국가의 대출로 구제금융을 메워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와 함께 이 사이 발생할 수 있는 그리스 금융권 신용 경색을 막기 위한 유동성 지원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지희 기자/jg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