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시스템 비판 글 잇따라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올 들어 재학생 3명이 자살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학생이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학교 시스템을 비판하고 학생이 주인이 되는 풍토 조성을 촉구하는 카지노 토토를 게시해 교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3학년생 A 씨는 6일 오후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사천학우다’라는 제목의 카지노 토토를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붙였다.

A 씨는 “학점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며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적었다. 또 “학교는 대외적으로는 개성 있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표방하면서 (중략) 우리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줄 세워놓고 네모난 틀에 억지로 몸을 끼워 맞추도록 강요한다. 숫자 몇 개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유일하고 절대적인 잣대가 됐고,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학점 잘 주는 강의를 찾고 있다”며 “진리의 전당은 이제 여기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세상 그 무엇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최근 서남표 총장의 홈페이지 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A 씨는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 부과하는 정책,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재수강제도를 비롯한 무한경쟁, 신자유주의적 개혁 정책을 폐기하고 진정 사천학우를 위한 카이스트를 건설하라”고 요구했다.

대전=이권형 기자/kwonh@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