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대~한민국”이란 구호만 들렸다하면 무심코 “짝짝짝~짝짝”하고 장단을 맞추며 손뼉을 치는 게 이젠 한국인에겐 자연스럽기만 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숱하게 들었던 응원구호는 가슴 한구석에 새겨진 그때의 감동과 희열, 성취감을 절로 상기시킨다. 당시 국민 모두가 광장에 나와 하나된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열광하던 모습은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역동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고, 비약하는 한국의 발전상을 세계가 주목하기도 했다.

한국인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저마다 주체하지 못할 칼리토토을 지니고 있고, 그것이 하나로 뭉치면 얼마나 큰 효과를 낳는지를 새삼 깨달았던 것이다. 한국인의 기질로 칼리토토적인 모습이 흔히 꼽히긴 했지만 ‘냄비근성’ 혹은 ‘쏠림 문화’, ‘패거리 문화’ 등 부정적 인상이 항상 따라다니곤 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 경험은 한국인의 칼리토토을 사회 발전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케하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이 칼리토토적인 모습이 피식민지 지배나 골육상잔의 전쟁 경험 등 근현대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 지적한다. 격동의 역사 속에서 정부나 다른 이들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스스로 살길을 모색하고 개척해나가야 했던 척박한 환경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전후 복구나 경제성장 과정에선 일정 목표만을 향해 나아가는 정책 기조와 맞물려 어느 한쪽에 몰입되거나 과도하게 경쟁적인 경향도 짙어지기도 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인의 특징적 기질은 70~80년대 급속한 산업화가 이뤄진 사회적 환경에서 형성된 것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도전적이기도 하지만 조급한 모습을 띠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질 덕분에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놀라운 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뤄내기도 했지만 수단ㆍ방법을 간과하고 결과만을 추종하는 문화도 낳았다. 신 교수는 “조선 시설도 마땅찮은 상황에서 선박 건조 수주를 따내는 등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다시피 산업화를 진행해왔지만 하나의 목표로 성과만 강조하다보니 남들과 다르게, 새롭게 사고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다”며 “지금까진 효과적으로 발전동력으로 작용했어도 맹목적인 칼리토토, 창의력 부재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근시안적이고 휘발성이 강한 한국인의 칼리토토에 혼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책 결정자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국민들의 칼리토토을 조직화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만의 문화로 특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더불어 “한국인의 칼리토토이 역사적으로 암담한 상황에서 파생된 기질이라지만 정상화(normalization)된 사회에서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정부나 사회를 믿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웅기 기자 @jpack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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