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한국인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월드컵이 개최될 때마다 시청 광장을 가득 메우고 한국팀을 응원하는 붉은악마의 함성은 우리 국민 뿐 아니라 전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월드컵 길거리 응원이 한국에 오면 한번 쯤 해봐야 하는 필수코스가 될 정도다.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던가. 지나친 열정은 오히려 화근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특히 상식을 넘어선 열정이 민족주의나 집단 이기주의와 결합했을 때 한국인의 열정은 더이상 긍정적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지난 2008년 5월 월드컵 시기도 아닌데 시민들이 다시 거리로 뛰쳐나왔다. 축구 때문이 아니라 바로 ‘미국산 쇠고기’ 때문이었다. 당시 앤드루 새먼 영국 더타임즈 한국특파원은 “쇠고기 사태의 핵심은 ‘안티 이명박’이지만 대중의 분노가 격발한 데에는 ‘외국산’이라는 점도 주요했다”고 분석했다. 즉 쇠고기 위생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민족주의와 결합하면서 시민들을 광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쇠고기 사태와 관련한 시민들의 시위는 시간이 갈수록 격해졌고, 시위의 정당성은 희미해지면서 시위의 주요 무대였던 청계천 광장이 무법지대로 변하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는 ‘마녀 사냥’ 역시 열정이 지나치게 분출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루저녀, 개똥녀, 쓰레기남 등 소위 ‘OO녀’ ‘OO남’이라고 불리며 사회적인 이슈가 됐던 당사자들은 모두 인터넷 상에 개인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며 무차별적인 공격을 당했다. 토토사이트 잘못환전들의 과도한 관심과 비난 때문에 루저녀는 다니던 학교를 휴학해야만 했고, 경희대 폐륜녀는 환경미화원을 찾아가 사과를 해야 했다.

물론 이들의 행동이 비상식적이어서 비난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개인의 신상정보가 모조리 공개되고 얼굴도 모르는 토토사이트 잘못환전들로부터 원색적인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인의 열정은 희망을 갖고 미래에 성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지나친 열정은 오히려 사회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며 “열정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shin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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