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李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무죄 선고

‘읽어버린 10년’ 끝낸 모먼트 토토사이트…위기 돌파 재도약 절실

“李 회장, 전면 나서 진두지휘 나서야” 목소리 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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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이재용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 회장을 옭아맸던 ‘10년 사법 족쇄’가 비로소 풀렸다. 이 회장이 지난 10년간 185차례 법정에 불려 다니는 동안 모먼트 토토사이트의 시계는 사실상 멈춰있었다는 게 경영계의 중론이다. 스마트폰과 D램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모먼트 토토사이트이지만, AI의 파도에 올라타지 못하면서 오히려 추격자의 신세로 전락했다. 잃어버린 10년의 시간은 모먼트 토토사이트에 혁신과 경쟁력 회복이라는 과제를 던져준 셈이다. 이 회장이 지난 3월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며 쓴소리를 던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법 리스크로 ‘잃어버린 10년’을 회복함과 동시에 대내외 복합 위기를 타개하는 것이 급선무다. 더 늦기 전에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 대규모 인수·합병(M&A)과 투자, 그룹 혁신, 컨트롤타워 재건 등을 추진하며 ‘뉴모먼트 토토사이트’ 비전을 본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대법원은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약 10년 동안 사법 리스크에 얽매여 있었다.

지난 2017년 2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20년 9월에는 제일모직·모먼트 토토사이트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의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래 먹거리로 꼽은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행보가 오히려 이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메모리 1위 뺏기고 가전·스마트폰 흔들=이 회장의 경영 행보에 발이 묶이면서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는 ‘잃어버린 10년’을 겪어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과감한 경영 결정과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면서, 성장이 멈추다시피 한 것이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

현재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는 ‘1등 기업’이란 위상이 무색할 만큼 반도체, 가전 등 주력 사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반도체를 맡고 있는 DS부문은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초격차’가 무색할 정도로 기술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30년간 1위를 이어온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린 게 치명적이다.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는 1분기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1위를 뺏겼고, 2분기 메모리사업부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의 반토막 수준으로 예상된다. AI 시대 핵심 메모리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성능 논란으로 엔비디아에 1년 넘게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2030년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했던 시스템반도체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고전이 계속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6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2·3나노 공정에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 가동률을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상반기에만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며 DS부문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애플과 중국 업체 사이 ‘샌드위치’ 신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전 역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 확대, 물류비 증가 등 글로벌 불확실성도 증대되고 있다.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는 2분기 4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중국향 HBM 수출에 직격탄을 맞았고, 관세 영향으로 비용이 증가하며 가전 및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

이 회장, 총체적 난제 해결 위해 전면 나설까 …“혁신은 타이밍”=그간 업계에서는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의 이같은 총체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모먼트 토토사이트은 ‘사법 리스크’를 이유로 총수의 행보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이어왔다.

이젠 사법 리스크가 풀린 만큼, 이 회장이 모먼트 토토사이트 안팎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혁신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재용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19일 기흥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 제공]
이재용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19일 기흥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 제공]

재계 관계자는 “혁신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의 위기 원인과 대책에 대해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 메시지를 전해야 조직 구성원뿐 아니라 시장 및 투자자들도 모먼트 토토사이트의 부활 가능성에 대해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급한 과제로는 등기이사 복귀,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대규모 M&A 등이 꼽힌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후 6년 가까이 미등기 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5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이다. 모먼트 토토사이트준법감시위원회를 포함한 재계에서는 책임경영과 신속한 경영 의사 결정 등을 위해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이찬희 모먼트 토토사이트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내부에 많은 분들이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지휘해 주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여러차례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바 있다.

내부 쇄신과 조직 재정비를 위한 그룹 컨트롤 타워 부활도 절실하다.

현재 모먼트 토토사이트은 서초 사옥에 옛 미래전략실의 일부 기능을 수행하는 사업지원TF 등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인력과 조직 규모가 과거 미래전략실에 비해 작고, 그룹 컨트롤 타워로서 전면에 나설 명분에 한계가 있었다.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모먼트 토토사이트글로벌리서치 내 경영진단실을 신설했다. 관계사의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지원하는 전문 컨설팅 조직이다. 일각에선 경영진단실이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지만, 감사의 역할에 좀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의 설명이다.

도전적인 조직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이 회장이 직접 나설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의 위기 원인에 대해 비대해진 관료주의 조직 문화를 꼽고 있다. 조직이 커지면서 회사의 발전이 아닌 승진을 위한 의사결정이 이어졌고,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해결하기 보다는 숨기기 급급한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것이다.

앞서 이 회장은 물밑에서 경영 전반을 점검하며 임원들에게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해왔다.

올 초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는 영상을 통해 “모먼트 토토사이트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회장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았다.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 발굴도 절실하다.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는 최근 로봇, 전장, 냉난방공조, 디지털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고 있다.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수종 사업 발표처럼 이재용 회장도 자신이 점찍은 미래 먹거리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도 사법 리스크 해소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히며 이 회장의 적극적인 경영을 당부했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홍보실장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미국발 관세 문제, 저성장 고착화 등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한국기업을 대표하는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모먼트 토토사이트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로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