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에서 ‘스포츠토토’ 검색한 男, 10배 ↑

‘엄마 스포츠토토’ 옛말, 단색에 UV코팅 인기

편견은 여전…“지드래곤이 써줬으면”

서울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스포츠토토으로 뜨거운 햇살을 가리며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스포츠토토으로 뜨거운 햇살을 가리며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스포츠토토을 찾는 남성들이 급증했다. 7월 초부터 계속된 불볕더위의 영향이다. 자외선 차단에 스포츠토토이 효과적이지만, 아직 다수의 남성은 외부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12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스포츠토토’을 검색한 남성 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904% 증가했다. 1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스포츠토토’을 검색한 남성 고객은 전년 대비 191% 늘었다.

업계는 남성 수요를 고려한 디자인의 스포츠토토을 내놓고 있다. 알록달록하고 프릴이 달린, 기존의 중년 여성층을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 대신 단색의 UV코팅이 된 우스포츠토토을 출시하는 식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단색의 우스포츠토토은 남성 고객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여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도 용이하다”며 “젠더리스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스포츠토토에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털사이트에도 ‘남성용 스포츠토토’을 검색하면 4만8000개가 넘는 제품이 검색된다.

지난 11일 점심시간 찾은 서울 여의도에서도 스포츠토토을 쓴 남성들을 볼 수 있었다. 회사 사무실에 UV코팅이 된 삼단 우산을 비치해 둔다는 이석현(36) 씨는 “지난해 스포츠토토을 들고 다니던 후배 직원을 따라 구매했다”며 “스포츠토토을 쓰지 않을 때는 ‘남자가 스포츠토토을 왜 쓰냐’는 시각이었지만, 직접 써보니 시원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영업직으로 근무하는 강민성(31) 씨는 “지하철을 타고 외근을 나갈 일이 많아 피부 보호 목적으로 구매했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요즘에는 스포츠토토을 쓰는 남자들이 많아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에선 2018년부터 ‘남성 스포츠토토쓰기 운동’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부 격인 환경성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접 스포츠토토 보급 활동에 나서고 있다. 2019년 환경성은 6월 16일 ‘아버지의 날’에 스포츠토토을 선물해 열사병을 예방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지자체 노력의 결과, 2023년 닛케이 산하 월간지 닛케이트렌디 히트상품에는 ‘남자 스포츠토토’이 14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정부를 중심으로 스포츠토토 사용을 권장하는 추세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리는 대구는 2020년부터 스포츠토토 대여소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 160여개로 규모를 확장했는데 남성용 스포츠토토까지 갖췄다. 국립국어원은 2021년 스포츠토토의 사전적 의미를 바꾸기도 했다. 기존 스포츠토토의 의미는 ‘주로, 여성들이 볕을 가리기 위해 쓰는 우산 모양의 큰 물건’이었는데, 해당 문구에서 ‘주로, 여성들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다만 아직 사회적인 편견은 남아있다. 정우진(33) 씨는 “다이소를 들를 때나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우스포츠토토을 들었다가 놓기 일쑤”라며 “지인들 사이에서는 ‘GD(지드래곤) 같은 연예인이 스포츠토토을 써서 남성용 스포츠토토을 유행시켜 줬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newk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