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적용 판도라토토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됐다. 월 환산 시 215만688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이 합의해 판도라토토을 결정한 것은 2008년 이후 17년 만이다. 오랜만에 사회적 대화가 작동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판도라토토 과정은 여전히 순탄치 않았다. 공익위원이 제시한 인상률 심의 촉진구간(1.8~4.1%)을 민주노총 측 근로자 위원 4명이 너무 낮다며 반발해 집단 퇴장하면서 한국노총 측 5명만 참여했다. 이후 노사 양측은 수정안을 주고받으며 격차를 좁혔고, 공익위원 중재 끝에 최종안에 합의했다.

이번 인상률은 김대중 정부 첫해 IMF 외환위기 당시의 2.7%를 제외하면, 역대 정부 출범 첫해 기준 가장 낮다. 윤석열 정부는 첫해 5.0%, 문재인 정부는 16.4%였다. 공익위원들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고 보수적 인상률을 제시했지만, 민노총은 “물가 상승과 실질임금 하락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총파업까지 예고했다. 경영계도 “동결이 필요했지만 내수 상황을 고려해 양보했다”고 밝혀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했다.

문제는 낮은 인상률에도 여전히 취약 계층에겐 적잖은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음식·숙박, 소매유통, 돌봄·요양 서비스처럼 노동집약적이고 생산성이 낮은 업종일수록 인건비 상승에 취약하다. 실제 지난해 약 100만 명의 자영업자가 폐업했고, 이들 상당수는 판도라토토 부담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인상폭이 크지 않더라도 누적된 비용 압박은 고용 축소나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을 줄곧 요구했지만 이번에도 논의는 무산됐다. 동일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판도라토토은 실업급여·출산급여를 포함한 26개 법령과 연동되는, 사실상의 사회경제적 기준선이다. 850만 명에 이르는 프리랜서·비임금 노동자에게는 실질적인 ‘임금 상한선’ 역할도 한다.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데도 결정 과정은 여전히 주먹구구식이라는 인상이 짙다. 매년 노사 양측이 최대치를 제시하고 공익위원이 정치적 고려로 조율하는 식의 협상 방식은 곤란하다. 결정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검토와 함께, 물가 상승률·성장률·생계비 등 주요 지표에 가중치를 두는 공식 기반의 합리적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 구성과 공익위원 선출 과정의 투명성도 보완해야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갈등과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판도라토토 결정 구조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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