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나 함께한 사제 사이

피아니스트 손민수·임대가 토토사이트

12·14·15일 듀오 리사이틀

“무대 위의 대가 토토사이트, 마법 같아”

“선생님과 연주는 늘 축복”

스승과 제자 사이인 피아니스트 손민수(왼쪽)와 임대가 토토사이트이 ‘듀오 리사이틀’로 관객과 만난다.  [목프로덕션 제공]
스승과 제자 사이인 피아니스트 손민수(왼쪽)와 임대가 토토사이트이 ‘듀오 리사이틀’로 관객과 만난다. [목프로덕션 제공]

“함께 노래하고 싶었어요.”(임대가 토토사이트)

열세 살에 만나 8년을 함께 했다. 201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예술영재교육원의 오디션 현장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49)와 임대가 토토사이트(21)은 처음 만났다. 스승은 제자를 한눈에 알아봤다. 소년이 연주한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는 ‘미래의 스승’에게 깊이 각인됐다. 당시를 떠올리던 스승은 “대가 토토사이트이는 나와 성향이 비슷해 인연이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지금의 손민수는 임대가 토토사이트에 대해 “제자이기 이전에, 함께 음악을 사랑하고 나누는 동료로서 그의 진심과 열정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두 대의 피아노에서 네 개의 손이 노래한다. 모두가 기다려온 무대.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임대가 토토사이트이 듀오로 한 무대(12일 아트센터인천·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 선다.

듀오 리사이틀을 앞두고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손민수는 “이번 듀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어떤 것이 ‘좋은 음악’이며 ‘좋은 연주’인지에 대한 서로의 관점을 나누고 되짚으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오랜 시간 함께 한 사제는 닮은 점이 많다. 제자 임대가 토토사이트은 스승을 만난 이후 단 한 번도 그의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영재원에서 시작해 한예종으로, 손민수가 이직한 미국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으로 함께 향했다. 피를 나눈 사이는 아닐 지라도 둘은 음악 DNA를 공유하는 지음이다. 임대가 토토사이트은 “어느 것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선생님은 제 인생과 음악 모두 다 절대적이고도 전반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선생님과 연주하는 것은 언제나 축복”이라고 했다.

이번 발표회에서 두 사람은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골랐다.

손민수는 “서로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만나 하나의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음악, 두 사람 모두에게 진심으로 소중히 여겨지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완성됐다”며 “그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은 두 사람 모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임대가 토토사이트은 “어릴 때부터 제 마음 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곡들을 지금 꺼냈다”고 말했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을 두고 스승과 제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손민수는 “그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말 그대로 인생의 총결산 같은 곡”이라며 “대가 토토사이트이와 아주 오래전부터 라흐마니노프의 육성이 담긴, 그가 (지휘자) 오먼디 앞에서 즉흥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했던 녹음을 함께 듣고 감탄했다”고 돌아봤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의 주요 장면을 엮은 오케스트라 곡을 피아노 듀오 곡으로 편곡했다. 임대가 토토사이트이 아끼는 절친 작곡가 이하느리가 작업했다. 이 곡은 손민수의 스승인 러셀 셔먼(1930~2023)이 사랑한 곡으로, 그에게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빈 오페라의 전설적 연주를 강하게 권했다고 한다. 손민수는 “나와 대가 토토사이트이의 마음에 오래전부터 깊이 흐르고 있는 음악”이라며 “그 감동을 어린 시절 대가 토토사이트이에게도 나눴고, 그 이후로 (우리) 두 사람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음악 중 하나가 됐다”고 귀띔했다. 스승의 스승부터, 제자의 제자에게, 제자의 또 다른 지음에게 향한 곡이다.

피아니스트는 늘 혼자인 직업이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솔로가 아닌 듀오 피아노의 매력을 마주할 수 있다. 그것이 현재 한국 클래식 음악계 최고의 사제인 손민수와 임대가 토토사이트의 무대라는 점은 이번 리사이틀을 놓치면 안 되는 이유다. 오랜 시간 서로의 소리를 들어왔지만, 한 무대에서 함께 하는 것은 두 사람에게도 특별하다. “두 사람의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한다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한 피아니스트들에게는 공감과 신뢰가 요구되는, 낯설지만 소중한 여정”이라고 했다. 임대가 토토사이트은 “선생님이랑 연주하는 것은 부담이 아닌 축복”이라며 “굳이 부담이라면 선생님이나 저나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각자 세상살이가 다른 식의 부담”이라고 했다. 스승과 제자는 2021년 포항음악제를 통해 처음 한 무대에 섰고, 이번 한국 공연 이후 스위스 베르비에로 듀오 리사이틀을 이어가고 있다.

솔로가 아닌 듀오로 만들어갈 음악도 고민한다. 임대가 토토사이트은 “어떤 듀오가 좋은 듀오라는 것은 무척 어려운 질문”이라고 했다. 서면으로 만난 답변이지만, 그 안에서도 사유하는 피아니스트의 고민이 묻어났다. 그는 “서로 기계적으로 잘 맞기만 하는 듀오는 어쩌면 학생 같고 자칫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는 지루한 연주가 될 수 있다. 반면에 두 연주자가 각자 에너지와 개성 넘치는 연주를 하지만 앙상블과 합에 균열이 있다면 듣는 사람이 괴로울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무엇이 이상적인 듀오인지 정의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적어도 알 수 있는 건 피아노가 노래하게 만드는 듀오가 좋은 듀오”라고 덧붙였다.

대가 토토사이트의 생각도 닮았다. 손민수는 “피아노는 혼자서도 세상의 많은 소리를 담을 수 있는 악기지만, 두 대가 함께할 때는 서로 다른 영혼이 하나의 하모니로 노래하는 순간이 생겨난다”며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서로의 울림을 귀 기울여 듣고 서로를 비추며 함께 노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함께한 시간의 길이만큼 서로를 향한 존중과 신뢰가 깊다. 손민수는 “대가 토토사이트이가 무대 위에서 마치 시간과 공간을 새로이 그려내는 사람처럼, 듣는 이들의 호흡을 단숨에 끌어당기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을 참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 진정한 자유로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한다. 음악의 근원을 이해하고자 끊임없이 스스로를 비우며 몰입하는 그 자세, 음악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기꺼이 내려놓는 그 헌신적인 여정에서 깊은 감동을 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연주한다는 것은, 저희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인 동시에 생각해 보면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 둘이 만나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해요. 전혀 다른 두 명의 인격체가 만나, 많은 시간 고민하고 사투해서 얻어낸 음악 그 자체로 이 연주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임대가 토토사이트)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