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까지 설립, 4000억 공동부담
작년 폐업 신고자 100만명 돌파
소상공인 맞춤 채무조정 지원도
전문가 “구조 개선 병행 필요”

금융당국이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채권을 조정해주는 ‘배드뱅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체 재원 8000억원 중 4000억원을 은행을 비롯해 모든 그랜드토토에서 출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폐업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정부의 지원책이 추가 취약차주 증가를 방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그랜드토토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소위 배드뱅크로 불리는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재원 8000억원 중 절반인 4000억원을 은행을 비롯해 전체 그랜드토토에서 출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개인 무담보채권의 채무를 소각 또는 조정해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113만4000명이 16조400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 부담을 덜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 은행권만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연체 채권의 상당수가 2그랜드토토에 있는 점을 고려해 모든 그랜드토토이 참여하도록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규모가 큰 은행권이 상당 부분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채무조정기구를 세우고 연내 장기 연체채권 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배분 방식은 이 과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1000억원 규모의 장기소액연체지원재단 자금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랜드토토의 부담은 3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모든 것들을 검토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본지 6월 23일자 18면 ‘그랜드토토 은행지원 최소 3000억 필요’ 참조>
정부가 그랜드토토 추진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경기 침체 등 여파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법인을 포함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만1795명 증가하며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초로 100만명을 넘겼다. 폐업률도 2년째 상승세다. 지난해 폐업률은 9.04%로 전년(9.02%)보다 소폭 상승했다. 폐업률은 전체 가동 사업자와 폐업자 합계 대비 폐업자 수 비율로, 지난해 운영한 사업자 중 약 9%가 그해 폐업했단 의미다.
문제는 폐업자들의 부실이 그랜드토토 전반의 연체율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올 들어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상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따르면, 1분기 기준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2.24%로, 2013년 2분기(13.5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랜드토토당국은 배드뱅크와 소상공인을 위한 새출발기금 모두를 지원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을 통한 상환 부담 경감 통로를 열어둘 예정이다. 자영업자 및 휴·폐업자도 기존보다 강화된 채무조정을 지원받는다.
연체위기 또는 연체기간이 30일 이하인 자영업자는 약정 금리가 50% 인하(기존 30~50% 인하)되며, 연체기간이 31일 이상 89일 이하인 경우 70% 인하(기존 30~70% 인하)된다. 90일 이상 연체인 자영업자는 상각채권에 한해 최대 80%(기존 최대 70%)까지 원금 감면 수준이 확대된다.
올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도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이차보전(이자 차액 보전 제도) 방식의 예산을 늘린 상태다. 지난해 4300억원에서 올해 6027억원 규모로 대출 이자 비용을 지원한다. 또한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소상공인정책자금(대출)을 받은 소상공인 중에서 사실상 상환능력이 없는 부실 차주를 대상으로 일부 원금을 감면해주거나 대환대출로 이자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은은 정부의 빚 탕감 및 추경 집행이 자영업자 연체율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2차 추경안에서 고려되는 민생회복 지원금은 소비 진작, 매출 증대, 서비스 경기 개선을 통해 자영업 전반의 소득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경이나 이자 지원, 채무 탕감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는 만큼, 과밀 업종에 대한 신규 진입을 억제하고 폐업을 원하는 자영업자에게 정책적으로 퇴로를 열어주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추경은 일시적인 도움일 뿐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산업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창출해 자영업자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막고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유통환경을 고려해 자영업자 교육을 지속하는 등의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현재 자영업자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3.2%로 프랑스(12.9%), 일본(9.5%), 독일(8.5%), 미국(6.1%) 등 주요국을 크게 웃돈다.
유혜림·김벼리·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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