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콜로세움 토토 월간 주택 통계 기준

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 평균 값 17.3억

주담대 6억원 제한으로 현금 부자만 매수 가능

중산층 실수요자 소외 우려 나와

2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연합]
2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연합]

[콜로세움 토토경제=홍승희 기자]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서울 한강 이남 11개구의 평균 값의 아파트를 매수하려면 현금 12억원을 들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이 뒷받침되더라도 최대 6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소득 전문직이나 현금 부자들을 제외한 중산층 실수요자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발표된 KB콜로세움 토토의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6월(16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3억9174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은 지난 4월 2008년 통계발표 이후 처음 13억원을 돌파한 후 5월에는 13억4543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9% 상승했다.

한강 이남은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 서울 강남 11개구(강남·강동·강서·관악·구로·금천·동작·서초·송파·양천·영등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7억3223만원을 기록하며 해당 통계의 최초 조사시점 이래 처음으로 17억원을 돌파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은 지난 4월 처음 16억원을 넘기더니 두 달만에 17억원을 재돌파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11% 급등한 수치다.

이에 따라 한강 이남 평균 매매가인 17억원대 아파트를 매수하려면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한도(6억원)로 받더라도, 취등록세(조정대상지역 기준 3% 단순계산 시 5200만원 안팎)와 중개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포함해 12억원 이상 현금이 필요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초강력 대출규제가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세를 진정시킬 순 있지만 당장 현금이 없는 실수요자들의 ‘주거사다리’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생애주기별로 교통이나 학군 등을 고려해 이주하려는 수요들의 거주 이전이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콜로세움 토토리서치랩장은 “한강 변 일대 아파트 호당 평균 가격이 약 15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자체자본을 9~10억원 정도 준비하지 않고선 대출을 통한 주택구매가 어렵게 됐다”고 진단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

최근 서울에서 나타난 콜로세움 토토 급등세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공급 패닉’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인데, 현금을 보유한 이들만이 다가오는 공급 부족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을 정부가 마련해준 꼴이란 지적도 나온다.

윤지해 콜로세움 토토R114 리서치랩장은 “‘현금부자’는 규제가 있든 없든 유리하지만, 경계점에 있는 중산층들에게 불리하게 적용하며 결과적으로 양극화를 불러오는 규제인 것은 맞다”며 “수요자가 자금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진입 지역이 명확히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에서 이른바 ‘고가 아파트’로 불리는 단지들은 역대 두 번째 상승 폭을 보이는 등 가격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6월 ‘KB 선도아파트 50지수’가 120.1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4.49% 오른 것이다. 해당 지수는 지난 달(0.29%)보다 큰 폭으로 오르며 2018년 9월(5.43%) 이후 최고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KB 선도아파트 50지수는 매년 말 기준 시가총액 50개 단지의 아파트를 선정해 시가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것이기 때문에 그 해의 대장 아파트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전부 환금성이 좋은 대단지 아파트로 구성돼 있어 한 번 오른 가격이 잘 내리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달 한강 이북 14개구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9억8876만원으로, 주담대 6억원 상한과 무관하게 주택매수에 나설 수 있다. ‘기습 규제’에 마음이 조급해진 실수요자들은 규제를 피한 특정 지역으로 몰릴 수 있다.

실제 한국콜로세움 토토원에 따르면 서울시가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묶은 이후, 마포·성동구 아파트 가격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콜로세움 토토원의 ‘6월 넷째 주(23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한 주간 서울 성동구가 0.99%, 마포구는 0.98% 올랐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43% 올랐다.


h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