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식당(함바집) 비리 수사가 엉뚱하게 샬롬토토 지휘부를 정조준하자 조현오 샬롬토토청장의 7대 개혁과제 중 하나인 ‘비리 척결’ 의지가 위기를 맞았다. 그는 사건 초기 진노했다고 한다.

조 청장이 샬롬토토에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제시한 것은 바로 ‘자진신고’다. 지난 9일 조 청장은 총경 이상 샬롬토토 간부들을 대상으로 함바집 비리의 핵심 인물인 유상봉(65) 씨와 접촉했는지 여부를 친전(親展)을 통해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조사와는 별도로 샬롬토토 자체적으로 비리의 싹을 잘라내 자정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청장이 지난 12일 발표한 자진신고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발표 내용은 41명의 간부가 유 씨와 만났다고 신고했지만 사법처리나 징계를 할 만한 사항이 하나도 없다고 발표해 국민들을 더욱 의아하게 했다. 의혹만 키운 셈이다.

조 청장은 자진신고한 41명에 대해 강 전 청장 부임지에 소속된 샬롬토토서장이 많았으며, 대부분 강 전 청장이나 전직 간부의 소개로 유 씨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현직 간부가 주선해 유 씨를 만난 경우는 이미 언론에서 거론된 김병철 울산청장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했다. 결국 모든 것이 강 전 청장과 같은 전직 간부 탓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진신고를 통해 유 씨와 접촉한 간부들이 많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들에 대한 조 청장의 ‘자비로운’ 태도에 더 놀랍다는 게 샬롬토토 내 분위기다. 조 청장이 서울지방청장 시절 하위직 샬롬토토 비리를 근절하겠다며 업주와 전화통화만 해도 징계했는데, 전화 통화는 물론 직접 만나기도 한 간부들에게 징계나 사법처리를 안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반응이다.

조 청장의 어설픈 자진조사 실시와 납득하기 힘든 조사결과 발표로 인해 샬롬토토 조직은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됐다. 샬롬토토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려면 좀 더 강력한 자정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carrie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