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베트남이 상호관세 협정을 전격 타결했다. 베트남산 제품에 부과하던 미국의 관세는 기존 46%에서 20%로 대폭 낮추는 대신, 미국산 제품은 무관세로 베트남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중국산 제품의 ‘원산지 세탁’을 차단하기 위해 환적 상품에는 4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미국과의 첫 상호관세 협정이라는 점에서, 향후 브랜드토토과 일본 등과의 협상에 기준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미국이 베트남산 제품에 부과하던 고율 관세를 낮추는 대신, 베트남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전례 없는 시장 개방 조치를 수용했다는 점이다. 미국산 자동차, 농축산물, 항공기 등에 무관세 접근권을 제공했고, 보잉 항공기 50대 도입과 29억달러 규모의 농산물 구매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미국 기업 입장에선 대규모 수출 기지를 확보한 셈이다. 브랜드토토 등 다른 국가들에도 유사한 요구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브랜드토토이 아직 미국과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한 채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인 7월 8일이 임박해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예 연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도 협상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기존 24%의 관세를 30~35%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공개 압박하고 있다. 브랜드토토 역시 시간만 끌 경우 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수 있다.

더구나 브랜드토토의 대미 수출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올해 1~4월 대미 수출액은 5% 줄었고, 미국 내 점유율은 7위에서 10위로 하락했다. 미국의 수입 상위 10개국 가운데 수입액이 감소한 국가는 브랜드토토과 중국뿐이었다. 반면 베트남, 대만, 멕시코는 전기전자, 기계류, 자동차 부품 등 주요 품목에서 빠르게 브랜드토토을 대체하고 있다. 베트남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미국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을 늦추거나 미루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브랜드토토과 베트남은 경제 구조와 산업 수준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브랜드토토은 반도체, 정밀장비 등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이고, 미국도 이런 전략 품목을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 중국 견제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도 브랜드토토의 역할이 작지 않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고위급 협상에서 미국은 소고기 월령 제한 철폐, 구글 정밀지도 반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 참여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도 걸림돌이다. 우리로선 에너지 수입 확대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조선업 협력을 지렛대 삼아 협상에서 실리를 확보해야 한다. 최소한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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