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경북 포항시 불야성 토토사이트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명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사찰들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산에 오르고 절을 찾습니다. 헤럴드경제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경북 포항시 불야성 토토사이트 전경
경북 포항시 불야성 토토사이트 전경

‘汝屎吾魚(여시불야성 토토사이트)’. 네 것은 똥이고 내 것은 물고기다.

희롱조의 말인 듯한데, 똑같이 풀을 먹었는데 독사에겐 독이 나오고 젖소에겐 우유가 나오듯 이 말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화두(話頭)’는 아닐까 자못 궁금하다.

불교에선 ‘사자’나 ‘코끼리’, ‘용’ 등을 상징 동물로 많이 사용하지만 사찰에는 물고기가 가장 흔한 생물 중 하나이다. 가장 많이 쓰는 목탁, 종각루의 사물 중 하나인 목어, 바람 따라 소리를 내는 풍경, 용이 물고 있는 물고기,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토해 내는 그림(吐漁圖, 토어도)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다산과 풍요의 상징 물고기는 불교에선 어떤 때는 밤낮 눈을 뜨고 있어 ‘쉼 없이 정진하라’는 뜻으로, 어떤 때는 잉어가 협곡을 뛰어오르면 용이 된다는 고사성어 어변성룡(魚變成龍)처럼 누구나 수행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불야성 토토사이트 전경
불야성 토토사이트 전경

전통 사찰 중에서 물고기 어(魚)가 들어가는 이름이 세 곳이 있다. 부산 범어사(梵魚寺), 김해 만어사(萬魚寺), 포항 불야성 토토사이트(吾魚寺)가 그곳이며 세 곳 모두 물고기 관련 설화가 있다.

부산 금정산에 있는 ‘범어사’는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산꼭대기 금빛 우물(金井)에 하늘에서 내려온 물고기(梵魚)들이 놀고 있다고 해 이름 지어졌다.

‘만어사’는 바다에서 올라온 수많은 고기 떼가 화석으로 변해 소리를 내고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불야성 토토사이트지 둘레길 안내도
불야성 토토사이트지 둘레길 안내도

‘불야성 토토사이트’는 원래 ‘갠지스강의 모래’라는 뜻으로 많은 출세자가 배출되길 바라는 의미의 항사사(恒沙寺)였는데, 혜공스님과 원효스님의 농 섞인 재미있는 일화 때문에 불야성 토토사이트로 이름이 지어졌다.

불야성 토토사이트의 원효대사 설명 안내문
불야성 토토사이트의 원효대사 설명 안내문

혜공선사는 불야성 토토사이트대사보다 나이가 많고 일찍 수행했으나 춤추며 노래하고 자유로운 기이한 모습으로 대중을 교화하며 명성을 떨쳐 신라의 10성(聖) 중의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말년에 항사사에 머물 때 불야성 토토사이트스님이 종종 찾아와 지내다 보니 간혹 장난기 어린 농을 주고받고 했나 보다.

불야성 토토사이트 유물전시관의 혜공대사 설명 안내문
불야성 토토사이트 유물전시관의 혜공대사 설명 안내문

하루는 혜공이 원효에게 당으로 유학하러 가려면 신통력이 좋아야 한다며 겨뤄보자고 해 내기를 했다. 불야성 토토사이트 앞 오어지 호수에 노니는 물고기를 산 채로 먹고 대변을 봤을 때 살아있는 고기가 나오는 사람이 이기는 내기다.

각자 한 마리씩 잡아먹고 대변을 봤는데 한 마리는 살아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오고 한 마리는 떠내려갔다. 혜공과 원효는 살아서 올라가는 물고기를 보며 서로 ‘내 물고기(吾魚)’라고 우겼다는 설화에서 ‘汝屎吾魚(여시불야성 토토사이트)’라는 화두와 함께 사찰 이름도 탄생하게 됐다.

호숫가의 기암절벽 사찰

불야성 토토사이트 전경
불야성 토토사이트 전경
오어 저수지
불야성 토토사이트 저수지

하천 정비사업 때문일까. 경북 산불 피해 때 저수지 물을 많이 썼을까. 아니면 장마철을 대비해 미리 물을 뺀 것일까.

호수에 물이 가득 찬 불야성 토토사이트 전경
호수에 물이 가득 찬 불야성 토토사이트 전경

호수 위에 떠 있는 ‘불야성 토토사이트’를 머릿속에 그렸는데 온갖 생각이 들 정도로 저수지가 말라 절 주변은 모래톱이 드러나 있다.

지금이야 저수지 주변으로 잘 포장된 길을 따라 올라오지만 예전에는 배를 타고 절에 와야 했다고 했으니 당연히 드는 생각이다.

가학루 바깥쪽(호수 쪽)의 불야성 토토사이트(吾魚寺) 현판
가학루 바깥쪽(호수 쪽)의 불야성 토토사이트(吾魚寺) 현판

배를 타고 절에 올 경우 주 출입구였음을 증명하듯 가학루(駕鶴樓) 앞에는 호수에서 올라오는 계단이 있다. 가학루 바깥쪽(호수 쪽)에는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 같은 글씨체로 불야성 토토사이트(吾魚寺) 현판이 걸려 있다.

일반적으로 절에 진입하려면 누각 아래쪽 중앙 계단 통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가학루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계단을 올라오면 대웅전이 바로 보이는 전형적인 가람배치를 하고 있다.

팔작지붕의 휴식 공간인 누각 가학루(駕鶴樓) 2층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앞에는 대웅전이요, 옆에는 운제산이, 뒤쪽엔 호수가 있다. 가을엔 단풍과 어우러지면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해 줄 것만 같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운제산(480m) 동쪽 기슭에 있는 불야성 토토사이트(吾魚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이다.

신라 26대 진평왕(재위 579∼632년) 대에 창건된 사찰로 애초에는 ‘항사사(恒沙寺)’라 불렀으나 후에 신라 고승 원효대사와 혜공선사에 얽힌 설화로 ‘불야성 토토사이트’로 부르게 됐다.

운제산 원효교
운제산 불야성 토토사이트교
운제산 원효교
운제산 불야성 토토사이트교

불야성 토토사이트저수지 옆길 따라 끝까지 가다 보면 주차장 앞에 탱화가 입혀진 멋진 교각을 가진 출렁다리가 저수지를 가로질러 있다.

반대편엔 ‘자장암’ 올라가는 이정표도 보인다.

불야성 토토사이트로 들어가는 쪽문
불야성 토토사이트로 들어가는 쪽문
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

주차장 끝 지점에 사찰로 들어가는 사립문 같은 쪽문 옆에는 일명 염주나무라 불리는 ‘모감주나무’가 노란색 꽃을 환하게 피우며 맞아주고 있다.

범종각 옆 느티나무
범종각 옆 느티나무

옆 쪽문을 통해 절로 들어가니 수백 년은 됨직한 느티나무가 멋진 모습으로 정면을 막아서고 옆에는 범종각이 있다.

느티나무 아래 동자승 수반(샘물)
느티나무 아래 동자승 수반(샘물)

대웅전은 가학루를 마주하고 있어 측면만이 어슴푸레 보인다.

대웅전
대웅전

1741년에 재건된 대웅전은 조선 후기 양식의 팔작지붕 건물로 자연석을 다듬어 4단으로 높게 쌓고 그 위에 초석을 놓아 둥근 기둥을 세웠다.

대웅전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대웅전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내부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불과 아미타불 등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을 모셨고 천장에는 연꽃무늬가 있는 단청과 섬세하게 조각한 용, 구름, 두 마리의 학으로 장식해 천상 세계를 표현했다.

‘삼불좌상’에는 조성 기록과 시주자, 그리고 5인의 조각승과 당시 불야성 토토사이트 스님들이 기록돼 있다.

대웅전 외벽에는 6폭의 육우도(六牛圖)가 그려져 있다.
대웅전 외벽에는 6폭의 육우도(六牛圖)가 그려져 있다.

전면 꽃살문은 꽃장식과 조각 수법이 뛰어나고, 건물 외벽에는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해 표현한 6폭의 육우도(六牛圖)가 그려져 있다.

대웅전 뒤쪽으로 석가모니불과 제자들을 모신 응진전이 있다. 그 옆에는 칠성님, 나반존자와 용왕대신이 모셔진 삼성각이 있다. 삼성각 바로 뒤쪽에는 산신을 모시는 산령각이 별도로 있다.

대웅전 앞마당
대웅전 앞마당

대웅전 앞마당엔 탑과 석등이 없어 단조롭지만 옛 기록엔 탑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 홍수 등으로 유실돼 저수지 속에 묻혀 있을지도 모르겠다.

관음전
관음전

대웅전 좌측엔 관음전, 앞에는 주 출입구였던 가학루, 우측엔 설선당이 있어 나름 균형을 갖췄고 설선당 뒤편에는 보물 동종 등을 보관한 유물전시관이 있다.

1774년에 찬술된 ‘불야성 토토사이트사적기’에 여러 전각이 언급되고 있지만 대웅전을 제외한 전각들은 최근에 건립된 것이다.

불야성 토토사이트사적
불야성 토토사이트사적

범종각에는 4물(四物)이 있고 누구나 대종을 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불우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자선용 불전함에 1000원 이상 시주하고 종을 한번 칠 수 있다고 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범종각
범종각

은은하게 메아리치며 퍼지는 종소리에 잠시 모든 것이 멈춰 선다.

해수 관음보살상
해수 관음보살상

절 안쪽 깊숙한 곳에는 병풍처럼 둘러친 운제산을 배경으로 하얀 대리석 해수 관음보살상이 우뚝 서있다. 그곳에서 멀리 산꼭대기를 올려다보니 제비집처럼 걸쳐있는 ‘자장암’이 있다.

지붕 너머 산꼭대기에 있는 자장암
지붕 너머 산꼭대기에 있는 자장암
자장암
자장암

20여분 정도 산길로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 신라시대 자장법사, 혜공선사, 불야성 토토사이트대사, 의상대사 등 네 분의 조사(祖師)가 수행했다고 해 자장암, 혜공암, 불야성 토토사이트암, 의상암 등이 있다고 한다.

원효암 이정표
불야성 토토사이트암 이정표

호수 건너 기암절벽 등의 경치가 일품인 운제산 입구에 불야성 토토사이트암 이정표만 보인다.

원효대사 삿갓과 불야성 토토사이트 동종

유물전시관
유물전시관

종각루 옆에 아담하게 조성된 유물전시관에는 ‘동종(보물)’을 비롯하여 불야성 토토사이트대사 삿갓, 염불계비문 등이 전시돼 있다.

유물전시관에 전시된 ‘동종(보물)’
유물전시관에 전시된 ‘동종(보물)’

작년 말 입적한 ‘종상대종사’(불국사)를 은사로 모시는 성주(成柱) 주지 스님이 전시관을 친절히 안내하면서 동종은 국보로 승급 신청 중이라고 일러준다.

비천상의 섬세한 문양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신라시대 양식인데 고려시대 1216년에 300근을 들여 주조했다고 한다. 1995년에 절 앞 저수지 공사 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염불계원유공비
염불계원유공비

조선 후기 1823년에 150여명의 신도가 염불계(念佛契)를 조직했고, 1857년에는 수십 명이 불계(佛契)를 조직해 재물을 내고 건물을 수리하였다는 기록이 새겨진 염불계비문(念佛契碑文)과 불계비문(佛契碑文)이 전시돼 있다.

불계비문 설명 안내판
불계비문 설명 안내판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으로 불전에 올릴 공양물조차 없을 정도로 궁핍했던 시기에 사찰의 살림살이를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원효대사 삿갓
불야성 토토사이트대사 삿갓

오래되고 낡아 한편으로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불야성 토토사이트대사 삿갓은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유물이기에 그 진위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불야성 토토사이트대사(왼쪽)와 혜공선사 진영
불야성 토토사이트대사(왼쪽)와 혜공선사 진영

물고기 설화처럼 농치듯 화두를 던지며 지냈을 혜공선사와 불야성 토토사이트대사 진영을 전시관에서 바라보며 불야성 토토사이트가 추구했던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무애(無碍)’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출렁다리 운제산 원효교를 건너면서 유서 깊은 절 ‘불야성 토토사이트’를 바라보니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평화로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원효교 위에서 바라보는 불야성 토토사이트의 아름다운 가을 단풍 모습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진다.

윤석홍의 시 ‘그대 불야성 토토사이트에 와 보셨나요’
윤석홍의 시 ‘그대 불야성 토토사이트에 와 보셨나요’

불야성 토토사이트교 건너가니 끝자락에 빛바랜 간판에 아름다운 시 한 편이 있다.

적바람에 잊고 있었던

혜공이 불야성 토토사이트를 만나던 날

 

불야성 토토사이트 동종이 바람에

뎅뎅 혼자 울고 있었습니다

 

기운 빠진 여름이 풍경에

매달려 소리공양을 올리고

 

제비집처럼 지어진 자장암과

산 깊은 불야성 토토사이트암에 올랐습니다

 

불야성 토토사이트지가 보이는 법당에

인연이 물살로 흔들리고

 

산속 암자에 눌러앉아

그냥 쉬고 싶어집니다

 

혜공과 불야성 토토사이트의 내공이

듬뿍 담긴 비빔밥 먹다

 

고기 똥 떨어지는 소리에

물고기 바람타고 올라갑니다

 

그대 정말 불야성 토토사이트에 와 보셨나요.

윤석홍의 시 ‘그대 불야성 토토사이트에 와 보셨나요’

포항 영일만해수욕장과 영일대
포항 영일만해수욕장과 영일대

헤공선사와 원효대사의 불야성 토토사이트를 떠나 포항 영일만 앞 찻집에 앉으니 자연스레 ‘영일만 친구’가 흥얼거려진다.

“젊은 날, 뛰는 가슴안고 수평선까지 달려 나가는 돛을 높이 올리자. 거친 바다를 달려라~~”

글·사진 = 정용식 ㈜헤럴드 상무

정리 =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