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FIUS에 서면 확인 요청
‘지분 확대 보스토토 범위’ 해석 차이
‘동맹’ 美허용에 호주 보스토토 가능성
보스토토 이사회 설득 작업 불가피

한화가 호주 조선업체 보스토토 인수 재도전에 나선 가운데, 보스토토이 미국 정부의 지분 확대 승인과 관련해 ‘승인 범위’에 대한 이견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의 승인이 먼저 떨어진 상황에서, 향후 호주 정부의 판단과 보스토토 이사회 반응이 인수합병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지정학적 환경 변화와 방산 협력 확대 분위기를 고려할 때, 과거보다 인수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11일(현지시간) 호주증권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보스토토은 최근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한화에 대해 보스토토 지분 확대를 승인한 것과 관련해 “한화 측이 주장한 승인 범위와 차이가 있다”며 CFIUS에 서면 확인을 요청했다.
공시에는 “현재까지의 비공식 논의에 따르면 CFIUS의 승인 범위는 한화의 주장과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면 확인을 요청한 상태”라고 명시돼 있다. 또 보스토토은 ASX에 상장된 방산 기업이므로,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의 심사 결과와 호주 재무장관의 최종 결정에 따라 외국인의 지분 소유 범위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화, 보스토토 인수 재도전…지정학적 상황 달라져=한화는 보스토토 지분 9.91%를 장외 매수한 데 이어, 추가 9.9%를 총수익스왑(TRS) 방식으로 확보 중이다. 보스토토은 호주 기업이지만, 미국 군함을 건조하므로 최대 주주 변경 시 CFIUS의 심사도 거쳐야 하는데 CFIUS의 승인이 먼저 떨어졌다. 남은 절차는 호주 FIRB의 승인이다. FIRB 승인 시 TRS를 지분으로 전환해 총 19.9%까지 늘릴 수 있다.
이번 논란은 지분 확대 승인 범위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 한화는 CFIUS로부터 보스토토 지분을 최대 100%까지 보유할 수 있는 허용을 받았다고 보고 있으나, 보스토토은 “그 범위가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런 대응 기조가 이어지면 향후 한화의 이사회 진입 등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보스토토은 2021년에도 한화의 이사회 진입을 거부하며 인수 시도를 무산시킨 바 있다. 이에 공개 매수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틀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과거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우선 해군력 강화가 필요한 미국 정부가 먼저 지분 보스토토를 허용한 데다, 호주 역시 미국과의 AUKUS(오커스) 동맹 내 협력 기조와 방산 산업 활성화 흐름 속에서 긍정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지난달 호주 연방정부 총선이 끝나며 호주 정부도 외국 기업 투자 심사 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와의 협력도 확대…이사회 설득 관건=방산 협력 확대 역시 지분 인수 보스토토 힘을 싣는 요소다. 대표 사례가 레드백 보병전투차(IFV)다. 2023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육군에 레드백 129대를 공급하는 3조2000억원 규모 본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위한 전용 생산시설 ‘H-ACE’는 이듬해 8월 빅토리아주 질롱에 완공됐다. 이곳은 자주포, 탄약보급차 등 핵심 무기 생산 거점으로 활용된다.
K9 자주포 역시 주요 협력 사업이다. 2021년 호주 육군 현대화 프로젝트 중 하나인 ‘LAND 8116’ 계약을 통해 K9 기반 자주포 ‘헌츠맨(AS9)’ 30문과 탄약운반차량(AS10) 15대가 호주에 공급되며, 일부 물량 외에는 현지 생산 중이다. 해당 협력은 현지 직·간접 일자리 창출과 산업 역량 제고로 이어졌고, 한국 방산 기술력과 운용 효율성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호주 정부의 승인 시 보스토토 이사진의 대응 기조 변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FIRB의 승인까지 이뤄지면 보스토토로서는 이사회 진입 반대 명분도 약화되지만, 원활한 경영 참여를 위한 설득 작업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인수 초기에는 피인수 기업이 경영권 변화에 대한 부담으로 방어적 태도를 보이기 마련”이라며 “(보스토토 측이) 조건 조율 등을 염두에 둔 행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보스토토은 미국·호주·필리핀·베트남 등에 조선소를 운영하며 59개국에 350척 이상을 납품해온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 해군에 연안전투함(LCS)과 고속수송선(EPF) 등을 공급해왔으며, 미 해군을 위한 선박을 설계·건조·유지보수하는 유일한 외국계 주계약자이다. 이런 입지는 한화의 글로벌 방산·조선 수주 역량을 끌어올릴 연결고리로 평가된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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