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동의 구해 기지 내 CCTV 그랜드토토 공개

조류충돌·기상급변·난기류 가능성 낮은 듯

30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 합동분향소’에서 순직 해군의 동료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
30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 합동분향소’에서 순직 해군의 동료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그랜드토토 기자] 해군 해상초계기 P-3CK가 통제를 잃고 추락하기까지는 불과 10여초도 걸리지 않았다.

해군은 30일 유족과 협의를 거쳐 동의를 구한 뒤 포항에서 전날 추락한 해상초계기 그랜드토토을 공개했다.

포항기지 내에서 CCTV로 촬영된 그랜드토토은 1분26초 분량이다.

그랜드토토을 보면 사고기는 활주로 위를 날아가다 천천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 때까지 정상적으로 비행했다.

그러나 그랜드토토이 시작되고 40여초가 흐른 시점 동체가 오른편으로 크게 기우뚱하더니 급작스럽게 90도에 가까운 각도로 지면으로 곤두박질치듯 떨어졌다.

다른 각도에서 찍힌 그랜드토토에선 해상초계기는 동체가 거의 뒤집어진 채 추락하다 잠시 자세를 고쳐 잡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끝내 아파트 단지 뒤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비행 중 이상 움직임을 보인지 10여초도 안된 시점이었다.

해군이 지난 29일 포항에서 비행훈련 중 추락한 해상초계기 P-3CK의 사고 당시 모습이 담긴 CCTV 그랜드토토을 유족의 동의를 구해 공개했다. 사진은 해상초계기 사고 당시 모습. [연합]
해군이 지난 29일 포항에서 비행훈련 중 추락한 해상초계기 P-3CK의 사고 당시 모습이 담긴 CCTV 그랜드토토을 유족의 동의를 구해 공개했다. 사진은 해상초계기 사고 당시 모습. [연합]

최성혁(중장) 해군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원인을 조사 중인 해군은 이날 오전 수거한 음성녹음저장장치 내용과 기체 잔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고원인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해군 관계자는 “조류 충돌 가능성과 기상 급변, 난기류를 비롯한 외력에 의한 추락 가능성 등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상초계기 P-3CK의 경우 엔진이 4개 달린 프로펠러형 항공기로 조류 충돌 등으로 인해 엔진 4개가 동시에 고장이 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엔진에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관성에 의해 일정 거리를 날아가기 때문에 사고기처럼 90도에 가까운 각도로 급강하 추락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륙 직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 때까지 정상적인 비행을 했고 사고 당시 현지 기상이 맑았던데다 풍속 5.4㎧의 북동풍만 있었다는 점에서 기상 급변이나 난기류 가능성 역시 높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사고 원인이 조종 과실보다는 기체 결함에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랜드토토을 지켜본 조종사 출신의 한 예비역은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비행궤적”이라며 “조종사의 조종 과실로는 발생하기 어려운 궤적”이라고 밝혔다.

사고기의 정조종사 故 박진우 중령은 1700여 시간, 부조종사 故 이태훈 소령은 900여 시간의 비행경력을 갖고 있다.

포항에서 근무하면서 비행임무를 수행한 기간은 각각 약 5년, 약 3개월이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우선회 중 실속(失速)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실속에 걸려 추력을 높이다보니 수직으로 빠르게 강하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추락한 P-3CK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1966년 제작해 미 해군에 납품한 기종으로, 한국에는 2007년 들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3년 간 성능개량과 개조를 거쳐 2010년 7월 해군에 인도됐다.

5년 뒤인 2030년 도태될 예정이었다.

지난 2021년 2월부터 8월까지 KAI에서 항공기 기체와 기골, 구성품 부식과 균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상태검사와 비파괴 검사를 비롯해 285개 항목에 걸쳐 검사를 받는 등 기체 창정비를 실시했다.

P-3CK의 창정비 주기는 통상 4.5년으로 사고기는 올 연말 창정비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며,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야전정비,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부대정비를 받은 상태였다.

30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 합동분향소’에서 순직 해군 동료들이 헌화 후 경례하고 있다. [연합]
30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 합동분향소’에서 순직 해군 동료들이 헌화 후 경례하고 있다. [연합]

한편 제주 해군 항공사령부 615비행대대 소속 해상초계기 P-3CK는 포항기지로 전개돼 전날 3차례 이착륙훈련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오후 1시43분 이륙해 1차 훈련은 정상적으로 마쳤지만 2차 훈련을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하던 중 1시47분 관제탑과 마지막 교신을 가진 뒤 1분 후인 1시48분 경북 포항 남구 동해면 신정리 일대 야산에 추락했다.

사고로 정조종사 故 박진우 중령과 부조종사 故 이태훈 소령, 전술사 故 윤동규 상사, 전술사 故 강신원 상사가 순직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