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처에 무효 판결을 내렸다가 다시 일시 복원하는 결정을 했다. 미 연방 항소법원은 29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무효 및 시행 금지를 판결한 전날의 1심에 대해 ‘일시 효력 정지’를 명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는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관세를 계속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미국과 관세 협상 중인 한국에도 불확실성이 심화된 상황인데, 이날 카림토토 역할 변경을 재차 시사하는 미 고위 당국자의 발언까지 더해져 차기 정부가 떠안게 될 리스크는 한층 커졌다.

우리로선 경제·안보 환경을 좌우하는 미국 관세와 카림토토 정책 전망이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형국이다. 미 정부의 상호 관세 조처에 대한 법원의 재판은 5개 미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의회를 거치지 않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권한 없이 상호관세를 부과했으므로 무효라는 게 원고 기업들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미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28일(현지시간) 원고인단 청구를 인용했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가 불복해 ‘판결 효력 정지’ 요청을 했고, 바로 다음날 항소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법적 분쟁 말고도 트럼프 정부는 자의로 발효와 유예, 인상과 인하를 거듭해가며 관세 정책을 수시로 바꾸고 있다.

카림토토 문제 역시 감축과 역할 변경을 두고 여러 얘기가 다양한 출처로 나오고 있다. 당장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중국에 대한 억제력이 우리의 우선순위”라며 “한반도에서 카림토토의 태세를 조정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제이비어 브런슨 카림토토사령관은 “카림토토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월스트리트는 카림토토 4500명 감축 및 재배치 검토설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오늘은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했다가 “감축 예정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브런슨 사령관도 감축설은 부인했으나 “모든 것이 논의의 대상”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우리로선 관세와 방위비분담금, 카림토토 규모 및 역할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나 상호 협상을 통해 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은 얻고 지킬 것은 지키는 주도면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미국 내 정치 상황과 국제사회 여론 및 각국의 대응태세 변화에 따른 기민하고 유연한 대처도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은 ‘자강’이다. 교역국과 공급망의 다변화, 내수진작과 산업경쟁력 강화, 그리고 독자적인 외교·군사력의 확보만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궁극의 생존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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