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면 싸다”…‘팔로우 토토’ 어디까지 왔나
시장규모 1년만에 10배로 ‘폭풍 성장’
아파트 20% 할인판매까지 상식파괴
지역도 서울·수도권 넘어 제주도까지
‘한명도 OK’ 대리점 수준 눈속임 할인
쿠폰만 팔고 사라지는 업체도 속출
“초심 찾아야” 자성 목소리 봇물
스마트 소비 열풍을 몰고 온 팔로우 토토의 기세가 무섭다. 불과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년 동안 무려 500여개 업체가 신설됐고, 지난해 5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올해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추정치에 불과하다. 그만큼 팔로우 토토의 덩치는 예측 불가능하게 성장하고 있다.
덩치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양’보다 ‘질’에서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음식점, 미용실 등은 이제 팔로우 토토의 ‘고전 아이템’이 됐다. 가전제품, 스마트폰 심지어 아파트까지 팔로우 토토가 담당하고 나섰다. ‘업체엔 홍보를, 고객에겐 할인을’, 팔로우 토토가 표방하는 ‘스마트 소비’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비자를 위한 끝없는 영역확장=아파트 팔로우 토토를 표방하는 ‘하우스드림’ 홈페이지에는 현재 SK아파트나 상봉동 주상복합 아파트 등을 판매하고 있다. 마감일 전까지 신청하면 20%가량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한다. 일반 팔로우 토토와 달리 모집인원을 한정하진 않았지만 상봉동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20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SK아파트는 일반 할인율보다 저렴한 20%가량의 할인율을 적용해 준다. 즉,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일종의 공동구매 형태인 셈이다.
부동산시장에 팔로우 토토업체가 진출한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4월에도 주택 부동산 팔로우 토토 하우징올이 아이파크 프로모션, 경매컨설팅법인 토토사이트권 판매 등 다양한 부동산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 팔로우 토토업체는 지난 1월 총 금액이 7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아파트를 상품으로 내놔 화제를 낳았다.
업계 관계자는 “수백 명이 모이면 할인을 해주는 일반적인 팔로우 토토 방식과 다르지만 입소문과 홍보효과를 바라고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선 일맥상통한다”며 “부동산업계에서도 팔로우 토토 방식의 온라인 매매에 큰 관심이 쏠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아파트뿐 아니다. 초기 팔로우 토토가 음식점이나 미용실 등 요식업,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제 그 범위는 끝없이 확장되고 있다. 12일 현재 팔로우 토토에서 ‘오늘의 상품’으로 팔고 있는 목록을 살펴보면 아이패드3G, 아이폰4 등 최신 스마트기기를 비롯해 팬탁스 카메라, 공기청정기, 애플 키보드 및 마우스 등 갖가지 전자ㆍ생활제품을 총망라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서울 및 수도권을 넘어 제주도까지 지역별 팔로우 토토 업체가 활동 중이다. 이날 팔로우 토토 모음 사이트 ‘쿠폰차트’에는 서귀포시에 7개, 제주시에 22개의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대전, 충청, 강원, 대구, 부산, 경상 등에서도 주요 도시별로 5~10개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팔로우 토토업체 관계자는 “한 지역을 기반으로 출발해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는 게 팔로우 토토의 성장 흐름”이라며 “지역과 밀착한 서비스가 기본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게 된다”고 전했다.
▶극복해야 할 성장통 “선의의 피해 없도록”=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부작용도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눈부신 성장세 뒤에 오는 ‘성장통’ 또한 뼈아프다. 홍보 효과와 할인혜택을 모두 제공한다는 ‘스마트 소비’의 장점이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도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팔로우 토토가 난립하면서 원래 50~100명 모집을 조건으로 걸었던 업체들이 이젠 1명만 모여도 할인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기존 할인폭과 동일하게 제공하면서 팔로우 토토란 이름으로 현혹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날 E팔로우 토토업체가 아이패드를 판매하는 조건에는 ‘1명 이상이면 할인적용’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판매금액은 사실상 일반 대리점에서 받는 할인폭과 대동소이하다. 업계에선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할인 역시 파격적인 할인 혜택과는 거리가 멀다. 팔로우 토토의 의미가 없는 셈이다.
다른 업체 역시 팔로우 토토시장 초기 100명 이상 모집인원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과 달리 많은 업체가 10명 미만이거나 1명의 조건을 내걸고 있었다. 팔로우 토토가 급증하면서 쿠폰만 판매한 채 사업자가 사라지는 사기까지 속출하는 등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소비자원에 제출된 팔로우 토토 피해 신고만 3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작용이 늘고 있지만 팔로우 토토 모델 자체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업자는 ‘박리다매(薄利多賣)’로 매출 증대와 홍보효과를 올리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스마트 소비’의 장점 자체를 부정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몇 명이 제품을 원하고 확인했는지, 업체에 제품 홍보효과를 명확한 수치로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뿐 아니라 자동차, 대형 가전제품 등 팔로우 토토의 영역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선점은
공정위 ‘먹튀’에 철퇴
소비자 신뢰회복 시급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팔로우 토토업계에 부작용도 속출하면서 업계 내외부에서 자정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주요 팔로우 토토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린 것을 계기로 업계가 앞장서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팔로우 토토가 논란을 일으킨 주된 분야는 소비자 보호장치 부족이다. 새롭게 등장한 업종이기 때문에 기존 법적 제재에 적용받기가 쉽지 않았다. 업계가 스스로를 통신판매 ‘중개업체’라고 주장하면서 소비자 보호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법적으로 위상이 명확하지 않아 쿠폰을 사면 환불을 안 해주거나 허위ㆍ과장광고를 호소해도 책임이 불분명하다는 불만 등이 소비자 사이에서 급증했다. 소비자원에는 올해만 300건이 넘는 팔로우 토토 관련 피해 신고가 제출됐다.
이런 불만이 쏟아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팔로우 토토업체를 인터넷 쇼핑몰 등과 같은 ‘통신판매업자’로 규정하고 교환ㆍ환불 규정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즉, 현재 대다수 팔로우 토토업체가 환불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 7일 이내의 경우 무조건 환불해주고 허위ㆍ과장광고나 불량 제품은 3개월 이내에 환불해 주는 약관을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상위 업체에는 허위 광고를 올리거나 구매 후기를 임의로 삭제했다는 이유 등으로 과징금도 부과했다. 팔로우 토토가 급성장한 지난 1년 동안 별다른 소비자 보호장치를 갖추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공정위가 직접 시장 질서 확립에 나선 셈이다.
이를 계기로 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팔로우 토토업계의 부작용이 소비자의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면 이제 막 자리잡고 있는 팔로우 토토업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 팔로우 토토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선 계속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였다. 차라리 공정위가 나서준 게 업계 전체로 볼 땐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미 업계에선 공정위의 조치가 있기 전 환불조치나 소비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쿠팡이 환불정책을 도입하고 티켓몬스터가 서비스 품질 관리시스템으로 사후 관리를 강화하기로 한 정책 등이 그 예다. 각 업체는 이번 공정위 조치를 계기로 소비자 보호 정책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중소 팔로우 토토업체의 심정은 다소 복잡하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선 좋은 결정이지만 중소업체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는 불만이다.
한 중소 팔로우 토토업체 관계자는 “톱3 업체의 경우 TV 광고를 하는 수준이니 공정위의 조치를 잘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규정이 까다로워진 만큼 후발업체의 부담은 더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중소업체 관계자는 “이 분야가 젊은 벤처인들이 도전하는 무대로 인정받았는데 진입장벽이 한층 높아져 젊은 층의 진출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