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 가해자 342명 2주간 인권·인성교육

바른 공동체 생활인식 체득

경찰, 클린부대 선포식도

14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창의관 303호. 전의경 15명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볼펜으로 종이컵 옮기기’ 판도라토토을 하고 있었다. 입에 문 볼펜에 종이컵을 걸고 옆 사람에게 옮기는 놀이다. 종이컵이 떨어지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판도라토토이지만 성공은 쉽지 않았다. 동료의 볼펜에서 종이컵을 받을 때 몸을 충분히 숙인 후 상대방의 턱밑에 바짝 붙지 않으면 종이컵이 땅에 떨어지기 일쑤였다. 1그룹 전의경들은 서너 차례의 시행착오 후 겨우 성공했고, 다른 그룹은 결국 성공하지 못한 채 판도라토토을 끝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이태우 중앙경찰학교 교수는 “오늘 했던 판도라토토과 공동체 생활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며 “공동체 생활에서는 판도라토토에서 컵을 받을 때처럼 몸을 먼저 숙이고, 가끔 턱밑과 같은 사적인 공간을 허락하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전의경들은 판도라토토을 통해 ‘우리’를 배우고 ‘우리’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체득하고 있었다.

이들처럼 현재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는 전의경은 총 342명. 지난달 말 전입 6개월 이하 전의경 4581명을 대상으로 가혹행위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가해자로 지목된 전의경들이다. 이들은 2주간 인권ㆍ인성교육을 받기 위해 지난 9일 이곳에 입교했다.

교육생들의 운명은 15일 경찰청에서 열린 ‘전의경 인권 침해 처리 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민간인 4명과 경찰 4명으로 구성된 위원들은 지금까지 조사된 감찰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생 및 지휘요원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위원회는 피해 신고 가해자 및 지휘요원의 형사 처벌 및 징계 등 처리 기준을 심사하게 된다”며 “심사 결과는 곧바로 각 지방청에 전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전의경 부대의 악습을 없애고 가혹행위 근절 분위기를 지속시키기 위해 ‘클린(Clean) 부대 결의 선포식’을 했다. 이날 전국 상설부대들은 ▷부대원의 인권 침해 근절 선언 ▷지휘요원들의 부대관리 다짐 ▷전의경의 생활문화 개선 등을 다짐했다.

경찰은 전의경 부대의 사기 진작을 위한 작업도 병행한다. 경찰청은 전경대와 기동대는 주 45시간, 방순대는 50시간의 근무시간을 준수하도록 지시했다. 상황 발생으로 기준 근무시간이 초과될 경우 민생 치안 지원이나 교육훈련 등을 축소해 근무시간을 기준 시간 내로 조정할 방침이다.

다만 치안 수요가 집중될 경우 경찰청의 사전 승인을 받아 ‘전의경 특별 근무 기간’을 설정하기로 했다. 특별 근무 기간이 끝난 후에는 외출이나 외박, 대체 휴무 등을 자유롭게 시행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전의경들을 위한 페스티벌이 다음달 8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경찰은 전의경들의 의견을 취합해 이날 14개팀의 가수를 초청할 방침이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