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보고 제멋대로 상상해요”…‘멍청한 여배우’ 놀림받은 그녀의 작심 토로[이원율의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마릴린 먼로 편]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좋아요’와 댓글, 공유는 콘텐츠 제작과 전파에 큰 힘이 됩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미칠 노릇이었다. 1952년, 5월. 영화사 20세기 폭스는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다. 화제의 신인, 곧 자사의 마스코트가 될 게 분명한 20대 여배우가 논란에 휘말렸다. 내용도 당혹스러웠다. 그녀가 노골적인 알몸 사진을 찍었다는 것. 얼마에? 겨우 50달러를 받고서. 비상이었다. 그것이 3년 전, 그러니까 그녀가 이름을 제대로 알리기 전 벌인 일탈이었다고 한들 문제 소지가 컸다. 당시 미국이 그랬다. 겉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외쳤지만, 안에서는 어디보다 엄격한 도덕 잣대를 내밀었다. 특히나 문화계 내 모순 정도는 극에 치달았다. 이런 가운데
19시간 전어느 세탁부의 사정[이원율의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카르멘 고댕 편]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카르멘 고댕은 세탁부였다. 프랑스 파리의 환락가, 몽마르트 언덕 일대에 집을 둔 노동자였다. 가진 게 없는 그녀는 날마다 애쓰며 살았다. 얼룩진, 가끔은 토사물에 흠뻑 젖은 옷을 계속 받았다. 팔이 뻐근해질 때까지 쥐고 흔들며 땟국을 뺐다. 그것을 가마 불에 삶고, 줄에 널어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그 고생을 해 떨어지는 건 빛바랜 돈 몇 푼. 카르멘은 이를 쥔 채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언제까지. 이런 혼잣말도 했다. 가끔 그녀는 꼬깃꼬깃한 품삯을 대충 챙기곤 골목길로 빠졌다. 노란 가스등이 불안하게 깜빡이는, 가장 어두운 샛길까지 파고들었다. 그녀는 하얀 맨살이 곳곳 보이는 옷을 입었다. 그 모습으
2025.06.07 00:10“사랑스런 인기녀였는데” 16세 소녀의 은신생활…‘직접 남긴’ 눈물겨운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안네 프랑크 편]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안네 프랑크〉편의 경우 개인과 역사(제2차 세계대전)를 함께 다룰 수밖에 없어 기사가 약간 더 길어졌습니다.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사 중 파란색 글자는 안네의 실제 일기장 속 문장을 따왔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안네 프랑크는 학교 내 유명한 인기 소녀였다. 그녀는 외모부터 시선을 끌었다. 진갈색 머리칼은 볕뉘처럼 반짝였다. 옅은 갈색인 두 눈은 멀리서도 깜빡이는 게 보일 만큼 맑았다. 행동에도 귀염성이 있었다. 일단 잘 웃었다. 그럴 땐 앞니가 훤히 보였고, 뺨에선 볼우물도 패었다. 마음씨도 따뜻했다. 우는 아이와 길 잃은 동물은 절대 지나치지 못했다. 나이에 어울리게 수다를 즐기는가 하면, 나이보다는 성숙하게
2025.05.31 00:10“어리고, 예쁘고, 머리도 좋았어요” 야망녀, 작정하고 유혹했다…‘타깃男’ 구워삶은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퐁파두르 부인 편]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좋아요’와 댓글, 공유는 콘텐츠 제작과 전파에 큰 힘이 됩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사냥의 여신 다이애나께서 몸소 강림한 듯하군. 1745년 2월 25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가면무도회. 루이 15세는 다이애나 차림으로 온 잔 앙투아네트 푸아송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잔은 갸름한 얼굴과 여리여리한 뼈대를 갖고 있었다. 그런 여인이 흰 피부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걸었다. 보이지 않는 님프 무리를 시종으로 데려온 듯 당차게, 경쾌하게 움직이며 루이 15세를 향해 다가왔다. 거기다… “어머나. 죄송해요.” 그녀는 루이 15세 앞에서 갑자기 손수건을 흘렸다. 이를 줍기 위해 상체를 숙이자 슬쩍 드러나는 볼륨감.
2025.05.24 00:10“훔치고, 빼앗고, 죽여도 좋습니다” 7세부터 이걸 가르치는 나라…‘인간병기’로 자란 300명[이원율의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레오니다스 1세 편]
※[+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머스트잇 토토 기자] 테르모필레 협곡에 내리깔린 대기는 시큼한 냄새를 풍겼다. 기원전 480년.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 1세는 절벽에 선 채 공기를 들이마셨다. 역한 기운이 쑥 들어왔다. 이는 소년 때부터 평생을 맡아온 악취, 피비린내였다. 지금 이 땅은 피의 협곡으로 이름을 바꿔도 될 만큼 시신이 즐비했다. 아무렇게나 잘리고 찔린 채 빨갛게 물든 그것은, 계속해 치우고 태워도 산처럼 쌓이기를 반복했다. 레오니다스는 어머니에게 지겹도록 들은 이 말을 곱씹는 듯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한쪽에는 산, 반대편에는 물을 둔 좁은 땅 위에 있었다. 그는 거기서 생애 마지막 결단을 내리려는 모습이었다. 레오니다스와 스파르타 정예군 300명과 각기 다른 도시 국가에서 온 지원군 7천여 명(통칭 그리스 연합군)은, 이곳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여태 믿기지 않을 만큼 잘 싸웠다. 레오니다스의
2025.05.17 00:10“저도 딸 낳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아들 집착’ 막장 남편, 눈빛 돌변했다[이원율의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앤 불린 편]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좋아요’와 댓글, 공유는 기사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앤 불린은 계단 앞에서 잠시 멈춰섰다. 고개를 들었다. 런던탑이 보였다. 하얗게 칠해진 빽빽한 벽, 주변을 맴도는 까마귀들.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변할 리 없었다. 그사이 달라진 건 앤, 본인 처지뿐이었다. 앤은 눈을 감았다. 옛일을 떠올렸다. 지금으로부터 근 3년 전인 1533년 6월. 앤은 그날도 이곳에 있었다. 맑은 눈 주위로 짙은 화장을 한 채였다. 얇은 허리를 돋보이게 하는 우아한 드레스까지 입은 모습이었다. 지금 앤은 처량한 죄수지만, 그때 그녀는 막강한 힘을 쥔 왕비였다. 당장의 앤은 탑에 감금되기 위해 끌려가고 있지만, 당시 그녀는 정
2025.05.10 00:10“10년 약혼남 병적 바람기에 미치겠어요”…유명 여모델의 숨겨진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엘리자베스 시달 편]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은 주말,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스무 살을 갓 넘은 여성 엘리자베스 시달이 차가운 욕조 물에 빠진 채 떨고 있었다. 지금 엘리자베스는 물 아래로 차츰 잠겨가는, 그렇게 삶과 작별하는 비극의 여인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그녀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녀는 눈에 힘이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가 딱딱 부딪히고, 새빨간 입술마저 파랗게 질리는 듯했다. 왜? 욕조 안 물이… 차가워도 너무 차가웠다. 생각보다 훨씬 더 얼음장이었다. 언제부터 이랬을까. 적어도 몇 시간은 흐른 게 분명했다. 욕조 밑에는 분명 묵직한 기름 램프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답도 없는 냉수가 되면 안
2025.05.03 00:10“오빠가 6살 어린 여동생만 졸졸, 수상해요”…‘찰싹 붙은’ 스핑크스 그림 속 미스터리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페르낭 크노프 편]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역시 이 자도 별 볼 일 없는 사내로군. 스핑크스가 혼잣말을 했다. 그녀는 입맛을 다셨다. 아, 인간이란 얼마나 멍청한 존재인가. 스핑크스는 네 다리를 천천히 일으켰다. 풍만한 상체가 위아래로 흔들렸다. 이번에는 어떻게 죽여볼까. 그녀는 상념을 이어갔다. 이제는 이런 생각을 하는 일 자체가 권태로웠다.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게 무엇인가.” 그녀는 마주하는 모든 이에게 물었다. 한 명도 답하지 못했다. 죄다 식은땀을 쏟으며 뒷걸음질쳤다. 지금껏 이런 녀석들을 꼬리로, 이빨로, 발톱으로 후리고, 꿰뚫고, 찢어서 씹어먹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놈들의 뼛조각이 발에 차일 지경이었다. 그래. 솔직히 말해
2025.04.26 00:10“온세상 불쾌한데 굳이”…‘노골적 누드화’ 선보인 그의 반전 철학[이원율의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오귀스트 르누아르 편]
후암동 머스트잇 토토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내 사랑. 괜찮아요?” “선생.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요?”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주변 사람들의 물음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왜 자꾸 멍하게 있어요? 혹시… 파티 시작도 전에 취한 건 아니죠?” 귀여운 연인 알린 샤리고가 장난스럽게 옆구리를 찔렀습니다. “선생. 영 수상한데요? 몰래 독한 술을 감추고 있으면 말해주세요. 비우는 걸 도와드릴 테니!” 동료 화가 겸 후원자, 귀스타브 카유보트도 미소와 함께 농담을 건넸습니다. “카유보트 씨!” 사리고의 진심 반 장난 반 호통에 곧바로 딴청을 피우긴 했지만. 이날 이 순간. 르누아르는 확실히 취해있기는 했습니다. 다만 그를 취하게 한 건 술이 아니었습니다. 기쁨, 설렘, 즐거움….
2025.04.19 00:10“눈물 펑펑 쏟는 그림” 이 작품, 나까지 껴안아줄 줄은…매주 6만명이 기다린 결과물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알폰스 무하가 그린 <지스몽다>는 어떻게 지금 40대 삶의 무기가 될 수 있는가. 폴 세잔이 펼친 <천 위에 올려진 사과> 또한 어떻게 마흔이 된 이들 삶의 약이 될 수 있는가. ≪마흔에 보는 그림≫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안다. 사원증을 목에 건 채 커피를 든 회사원, 전화기를 붙들고 빠르게 움직이는 직장인, 지하철에서도 노트북을 펼친 뒤 무언가를 살펴보는 사람들…. 이들 말고도 본인 미래를 위해, 집안 안녕을 꿈꾸며 바쁘게 사는 40대 언저리에 선 ‘어른’의 속마음을. 어릴 적에는 이미 무언가를 이룬 듯 멋있게만 보였던 이들도, 사실은 세상 모든 게 서툰 꼬마를 가슴에 품고 있다는 점을. 저자도 머리말을 통해 말한다. “저도 마흔 무렵이 되면 제 삶과 인격 모두 초연해질 줄 알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저자는 마흔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과 달리 여전히 불안한, 당연히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이들
2025.04.15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