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투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의 기록’ 그룹전

그룹전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의 기록(The Codex of Returns)’ 전경. [챕터투]
그룹전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의 기록(The Codex of Returns)’ 전경. [챕터투]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사선으로 기울어진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쇠공 하나가 쉼 없이 구르고 있다. 바닥을 향해 쏟아질 듯 내려가지만, 쇠공은 결국 그 무게와 맞서며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벨트 위에서 끝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마치 같은 자리를 맴도는 쇠공처럼 보인다. 이처럼 조호영의 설치작업 ‘스탠드 스틸’(Stand Still)은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이라는 것이 얼마나 물리적이면서 동시에 얼마나 심오한지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이 단순해 보이는 작품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도 삶이라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지만, 어느 순간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매일 조금씩 토토사이트 토토나라하며 그렇게 우리는 또 하루를 견딘다. 피로하다고 해서 쉽게 멈출 수도 없다.

조호영의 ‘스탠드 스틸’(Stand Still, 2020). 이정아 기자
조호영의 ‘스탠드 스틸’(Stand Still, 2020). 이정아 기자

이런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에 대한 사유에서 시작된 전시가 바로 서울 마포구 연남동 챕터투에서 열린 그룹전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의 기록(The Codex of Returns)’이다. 감민경, 박지원, 배윤환, 윤여성, 조호영, 허우중 등 여섯 명의 작가가 모여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더듬는다.

전시가 흥미로운 지점은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이라는 단어를 거창한 철학적 개념으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작가들은 아주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감각으로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을 풀어낸다. 여기서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은 몸이 되기도 하고, 선이 되기도 하며, 물성이 되기도 한다.

윤여성의 ‘O의 겹침’(2022) [챕터투]
윤여성의 ‘O의 겹침’(2022) [챕터투]
허우중의 ‘라인스 8’(Lines 8, 2024) [챕터투]
허우중의 ‘라인스 8’(Lines 8, 2024) [챕터투]

가령 윤여성과 허우중의 회화는 그 출발부터가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에 기대고 있다. 윤여성의 ‘O의 겹침’은 원을 그리고, 또 그리고, 다시 겹쳐 그리며 선을 캔버스 위에 쌓아 올린다. 그런데 그 흔적들이 어느 순간 작가의 의도를 넘어선다.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이 스스로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허우중의 ‘라인스 8’(Lines 8) 역시 마찬가지다. 선을 긋는 단순한 행위는 목적을 잃는 순간부터 비로소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의 본질에 닿는다.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이라는 시간의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예상치 못한 이미지가 떠오르고 스스로를 넘어선다.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은 피로와도 맞닿아 있다. 앞서 언급한 조호영의 작품 속 쇠공은 끊임없이 구르는 듯 보이지만 결국 제자리다. 그의 작업은 무의미해 보이는 토토사이트 토토나라 안에 깃든 피로와, 그럼에도 유지되는 긴장과 균형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모터와 중력이라는 두 힘이 팽팽하게 맞서는 순간을 시각화한 작품은 어쩌면 우리가 매일 살아내는 일상에 대한 은유다.

배윤환의 ‘골든 수프’(Golden Soup, 2017) [챕터투]
배윤환의 ‘골든 수프’(Golden Soup, 2017) [챕터투]

배윤환의 ‘골든 수프’(Golden Soup)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을 이야기한다. 광부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갓 채굴한 황금을 끓여 수프로 먹는 기괴한 장면. 토토사이트 토토나라되는 채굴과 소비, 끝없는 순환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얻었다고 믿고, 획득한 그것을 사용하고 소모한다. 조롱처럼 읽히는 이 작업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토토사이트 토토나라되는 노동과 소비의 허망함을 되짚는다.

‘토토사이트 토토나라의 기록’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작품들은 결국 우리 모두가 남긴 자취를 뜻한다. 겹쳐진 원과 선, 쉼없이 구르지만 제자리에 머무는 쇠공 등은 시간 속에 켜켜이 쌓여 삶의 흔적이 된다. 전시는 묻는다. 이러한 토토사이트 토토나라되는 행위는 과연 무의미한가, 아니면 그 흔적이 우리 존재를 증명하는 기록이 될 수 있는가. 그 물음 안에서 관람객들은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한편 의료기기전문기업 유파인메드와 갤러리바톤이 협업해 운영하는 챕터투는 젊은 미술 작가들을 위한 일종의 대안 공간이다. 전시만 열고 작품 판매는 하지 않는다.

전시는 내달 14일까지. 무료.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