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유중혁 역 이민호
10여년만에 영화…“토토사이트 계정탈퇴 부담 없어”
“세계관 대변하는 역할 살리려 노력
제작 참여했지만 시나리오는 아직”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캐릭터 유중혁은 유일한 ‘회귀자’다. 멸망하는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일념으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거듭 사용하고, 세상의 멸망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압도적인 힘을 갖지만, 더욱 깊어진 상실감은 그를 점점 더 냉소적으로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외로운 먼치킨(강력하고 압도적인 능력을 갖춘 캐릭터). 판타지 토토사이트 계정탈퇴의 정석 그 자체다.
그런 의미에서 유중혁 역에 배우 이민호(사진)를 택한 감독의 선택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메가히트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의 실사화를 앞두고 이미 팬들 사이에서 유중혁 가상 캐스팅 1순위로 꼽혔던 그다. 지난 17일 영화 ‘전독시’의 유중혁 역을 맡은 이민호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등장과 함께 토토사이트 계정탈퇴 같다는 느낌을 설득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전독시’로 돌아온 이민호는 누구보다 이 영화가 자신에게 원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김병우 감독은 이민호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 “등장할 때마다 중심을 뺏어올 수 있는 중량감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고 했다.
이민호는 많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바람대로 등장마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신을 압도한다. 배우 자체가 가진 에너지의 힘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한 신 한 신 수 많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내가 바로 토토사이트 계정탈퇴이야’란 느낌이 너무 싫었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지금까지 해온 작품과는 영화의 색깔이 다르지만, 한편으로는 ‘이민호 또 토토사이트 계정탈퇴만 하네’, ‘멋있어 보이고 싶어 하네’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캐릭터여서 고민이 많았다”며 “캐릭터의 서사가 적은 상태에서 토토사이트 계정탈퇴다움을 부각하는 데 연기의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유중혁에 대해 현실이 돼 버린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속 세계관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해석했다. “캐릭터의 정서가 가벼워지면 세계관 자체가 가벼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든 멸망하는 세계를 구하려는 유중혁의 토토사이트 계정탈퇴과 내면의 아픔이 표현돼야 영화를 지배하는 세계관도 진정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이민호는 “감독과는 유중혁이 처절해야 하고, 그 토토사이트 계정탈퇴 속에서 살아내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불친절한 서사에도 그의 내면과 아픔까지 담아내야만 세계관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그에게 ‘강남 1970’(2016) 이후 10여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이민호는 이제야 영화판에 복귀한 이유에 대해 “이제 (영화의) 깊이감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고 생각해서”라고 답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 이후 주연의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긴 시간 동안 ‘톱스타’의 자리를 지켰다. 이번 영화에서 유중혁의 짧은 분량이 아쉬울 만한데, 이민호는 “역할을 맡은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20대 때부터 사실 배역의 비중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제안이 없었을 뿐”이라면서 “서른을 넘기고 나니 그런(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작품의 제안이 오기 시작했고, 작품과 배역이 가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참여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젠 ‘영포티’로 가야 할 거 같아요”. 내년이면 벌써 20년 차 배우다. 20대의 이민호는 이제 30대를 넘어 40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20대를 ‘경험의 시간’으로, 30대 중반까지를 ‘경험을 정의하는 시간’으로,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을 ‘다시 경험하는 시간’으로 정의했다. 책임감 있는 자유를 누리며 다양한 경험으로 다시 자신을 채워가는 것. 그가 바라보는 앞으로 10년의 바람이다.
한국 콘텐츠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전독시’의 제작에 공동으로 참여한 것도 그 이유다. 연출에 대한 욕심도 슬쩍 내비쳤다. “글은 못 쓰겠다”며 각본에 대해서는 손을 내저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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