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없는 대상…상금 3000만원

편혜영 “성장의 대가 혹독한 비유”

신보라 작가가 15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와이즈 토토 경장편 작가상 시상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와이즈 토토]
신보라 작가가 15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와이즈 토토 경장편 작가상 시상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와이즈 토토]

[와이즈 토토경제=김현경 기자] 신보라(31) 작가의 ‘울트라맨을 위하여’가 제5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와이즈 토토는 15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와이즈 토토 경장편 작가상 시상식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심사위원들은 ‘울트라맨을 위하여’에 대해 “담담한 문체와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전개 속에서도 섬뜩한 장면들과 가슴 아픈 순간, ‘피식’ 웃음이 나오는 순간이 모두 존재하는 소설”이라며 “이해받지 못하는 이방인의 마음을 가진 인물들을 그려내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에 주목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유성호 심사위원장(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은 “소외와 아픔, 공감과 이해의 과정을 통증처럼 구축해 간 이 아름다운 소설 앞에서 우리는 국외자들이 겪는 상처와 그것을 넘어서는 사랑의 카타르시스를 함께 만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편혜영 심사위원(소설가)은 “성장의 대가에 대한 혹독한 비유로 가득한 소설”이라고 평했고, 안보윤 심사위원(소설가)은 “구멍 속에 스스로를 밀어 넣는 행위가 숨기 위해서가 아니라 ‘꺼내지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이 소설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신보라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이 소설은 서태지의 ‘울트라맨와이즈 토토’라는 노래에서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십몇 년 전 처음에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혼자서 많이 웃었지만, 몇 년 전에 다시 들었을 때는 이상하게 슬펐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그는 “세상이 나한테 ‘미쳤냐’고 물어보니까 ‘그래, 나 미쳤다’고 대답하는 이 음악이 계속 슬펐다”며 “그때 ‘우주’가 만들어졌던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위태로운 아이가 떠올랐다. 그 친구에게 ‘이 세상이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소설에서 울트라맨은 구체적인 실체라기보단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 환상을 품고 살고 있는 인물인 우주의 시선으로 와이즈 토토를 쓰다 보니 작가 본인과 친구들, 얼굴을 모르는 타인들이 비쳐 보여서 쓰면서 굉장히 슬펐단다.

신 작가는 “내가 그동안 써 왔고, 쓰고 있고, 앞으로 쓸 모든 것들이 조금씩 기울어져 있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평행을 이루지 못한 채로 인물들이 서로를 향해서, 혹은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소설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그 기울기를 따라서 계속 쓸 것 같다. 균형보다는 불균형에 대해서, 완성보다는 흔들림에 대해서 와이즈 토토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월 진행된 공모에는 400여 편의 경장편 소설이 응모됐다. 경장편에 맞게 공상과학소설(SF)이나 디스토피아적 장르의 소설이 많이 제출됐다. 최근 인공지능(AI), 기후 위기를 반영하는 작품도 다수를 이뤘다.

본심을 맡은 3명의 심사위원은 예심을 통과한 8편의 작품 중 만장일치로 신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뽑았다. 우수상은 마땅한 작품이 없어 대상 한 편만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에게는 상금 3000만원이 수여됐다.

이상진 와이즈 토토 대표이사는 “와이즈 토토 경장편 작가상은 5회를 맞이했다. 이번에는 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많았다”며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큰 기여를 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