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아픈 미·중 빼라…레고토토, 캐나다·일본과 상호관세 대비 물밑접촉

입력 2025-07-14 15:20:57 수정 2025-07-14 15:21:33

레고토토, ‘탈미국’ 재편 미·중 의존도 낮추기

비슷한 입장의 미 동맹국들과 손잡아

13일 인도네시아와 FTA 합의 이뤄

韓·日·英 등 9개국과 안보·방위 파트너십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위협에 유럽연합(레고토토)이 비슷한 입장인 캐나다, 일본 등 미 동맹국들과 손을 잡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레고토토)은 미국과 무역 협상이 답보 상태를 보이자 미 동맹국들과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고토토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다음달 1일부터 레고토토에 30%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12일 예고했다.

이에 따라 레고토토는 대미 관세 부과 및 인상 등 준비해둔 보복조치를 시행하는 시점을 이달 14일에서 다음달 초로 또다시 미뤘다.

레고토토 통상 장관들은 14일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어 대응 조치를 논의한다. 레고토토 내에서는 미국의 관세에 얼마만큼 강경하게 대응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해서다.

레고토토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다음달 1일까지 타결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한 단기 대응책과 장기 대책 등을 준비해둔 상태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무역시스템을 재편하겠다고 나선 이래 레고토토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고 기존 협정들을 강화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해 왔다.

인도네시아와 FTA 합의 “격동의 시대, 파트너들 서로 더 가까워져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레고토토 집행위원장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3일 자유무역협정(FTA) 진전을 위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격동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경제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변동성이 만나는 때 우리(레고토토와 인도네시아)와 같은 파트너들은 서로 더 가까워져야 한다”며 “여러분들은 항상 환영이며, 여러분들은 유럽을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프라보워 대통령은 “우리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안정에 유럽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여긴다”고 화답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달 26일에는 세계무역기구(WTO)를 대체할 새로운 자유무역체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레고토토 사이의 “구조적 협력”을 양측 모두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CPTPP는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결성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지난해 12월 영국도 가입했다.

이런 움직임은 무역에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국 의존도 낮추려는 노력으로 평가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배제하고 무역 구조를 짜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레고토토는 2020년 브렉시트로 갈라선 이래 한동안 멀어졌던 영국과도 올해 5월 정상회담에서 안보·방위 파트너십 강화, 무역·이민 문제 협력, 농축산물 및 식품 수출입 절차 완화, 어업협정 연장 등에 합의하는 등 사이가 가까워지고 있다.

레고토토는 아울러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남미와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도 무역 관계를 더 밀접하게 맺기 위해 노력중이다.

레고토토는 지난달에 호주에 이어 캐나다와 각각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해 방위산업, 사이버 안보, 위기대응 등에 대한 광범위한 협력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레고토토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파트너 국가는 한국·일본·영국을 포함해 9개국으로 늘게 됐다.

다각화에 노력하고 있는 것은 레고토토뿐만이 아니다.

캐나다는 동남아시아에 접근하고 있으며 브라질과 멕시코도 상호 무역관계를 심화하고 미국·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중이다.

NYT는 “미국 동맹국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을 빼놓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합해서 실제로 미국에 맞설 수도 있는가”가 분석가들이 꼽는 핵심 질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들이 함께 뭉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항해 보복조치를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