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오자 토토사이트 구 레드 우려 ‘점증’

“배수로 청소도 효과적 대책”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토토사이트 구 레드(땅꺼짐) 사고가 발생해 달리던 승용차가 구덩이에 빠져 있다. 이 사고로 승용차 탑승자 2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토토사이트 구 레드(땅꺼짐) 사고가 발생해 달리던 승용차가 구덩이에 빠져 있다. 이 사고로 승용차 탑승자 2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이 본격적인 장마철로 접어들었다. 비가 쏟아지면서 땅꺼짐(토토사이트 구 레드)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커졌다. 그러나 서울시 등에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주민들은 불안감 속에서 장마철을 지낼 처지가 됐다.

20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서 장맛비가 이어지자 토토사이트 구 레드 등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서울 도심에서 강동구, 마포구 등에서 크고 작은 토토사이트 구 레드 사고가 발생하며 생긴 불안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장마 후인 8월 서대문구 연희동에서는 가로 6m·세로 4m·깊이 2.5m의 대형 토토사이트 구 레드이 발생해 승용차가 통째로 빠져 운전자와 동승자 2명이 중상을 입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는 전문가 현장 조사와 합동점검회의를 거쳐 내린 결론은 ‘7~8월 집중호우와 상하수도·가스·통신 등 지하 매설물 등이 토토사이트 구 레드 발생과 유관하다’는 것이었다.

사고 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했다. 주민 정모(31) 씨는 “가족 모두가 맨날 오가는 도로에서 토토사이트 구 레드이 발생해 정말 무서웠다”며 “주변 사천교 공사가 너무 길게 이어져서 토토사이트 구 레드이 생겼다는 얘기가 파다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8월 토토사이트 구 레드 사고가 발생했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도로. 이영기 기자.
지난해 8월 토토사이트 구 레드 사고가 발생했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도로. 이영기 기자.

또 사고 현장 바로 맞은편 주택가에 거주한다는 서모(24) 씨는 “버스를 타고 내리는 정류장과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토토사이트 구 레드이 생겼더라”며 “비 오는 날에는 확실히 버스 기다리고 있을 때 불안하긴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대문구는 토토사이트 구 레드 발생 주요 지역이기도 하다. 소방청이 집계한 최근 3년간(2022년 3월부터 2025년 3월) 서울 25개 자치구별 토토사이트 구 레드 구조 처리 현황에 따르면 서대문구는 서울 25개구 가운데 토토사이트 구 레드 발생이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서대문구보다 많은 지역은 강남구(18건)다.

하지만 이번 장마철을 앞두고 서대문구나 서울시는 토토사이트 구 레드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사전 점검이나 조사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대문구청은 지난 5월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주요 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 점검은 실시했지만 토토사이트 구 레드 관련 점검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3월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형 토토사이트 구 레드이 발생한 뒤 굴착 공사장 지표투과레이더 검사 횟수를 연 2회에서 월 1회로 늘렸으나 장마철을 앞두고 토토사이트 구 레드 예방 대책을 세운 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마철을 대비한 맞춤 대책은 내놓지 않았지만 명일동 토토사이트 구 레드 이후 강화한 대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표투과레이더 탐사 횟수를 늘린 것 외에도 서울시가 관리하는 약 1100km의 도로의 탐사 주기도 5년에서 2년으로 줄였다”며 “현행 지반 침하 대책보다 더 강화된 대책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강우량이 급증하는 장마철에는 토토사이트 구 레드 발생 우려가 커진다”며 “빗물이 지하로 침투되지 않도록 원활한 배수가 가능하게끔 배수로를 청소하는 것이 효과적 대책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