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그룹의 비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그룹 고위 임원을 구속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원 상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담철곤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지난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사장 조모 씨를 구속했다. 앞서 조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할 때도 검찰은 영장 발부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었고, 법원도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

검찰이 조 씨에 대해 구속 수사를 벌이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데에는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조 씨의 범행이 상당정도 확인된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국세청은 2006년 서울 청담동 공장 부지를 헐값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40억6000만원을 빼돌려 서미갤러리와 그림거래를 하는 것처럼 꾸며 비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을 마련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 씨를 고발했다.

검찰은 그룹 내 재무 분야를 총괄해온 조 씨가 이 과정에 깊숙히 관여했던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에 검찰은 국세청 고발사실에 더해 조 씨가 회사 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 일부를 추가로 횡령하고, 포장용기를 납품하는 계열사 I사의 지분을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비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을 조성하는 작업도 지휘했던 정황을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횡령ㆍ배임액만 100억원대에 이르고, 이 가운데 일부는 개인적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씨에 대한 구속 수사를 통해 그룹 내 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 흐름과 비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 조성 과정 및 사용처 등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하지만 조 씨는 횡령 혐의 일부에 대해선 인정하고 있지만 비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 조성 사실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조 씨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수사 초점을 그룹 오너인 담 회장 쪽으로 돌릴 계획도 세워두고 있는 상황이다. 담 회장 최측근으로 조 씨가 비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 조성 작업을 총괄 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담 회장이 개입했던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백웅기 기자 @jpack61>

kgungi@heraldm.com